4일차 도서전 다녀왔습니다.
0. 인생이 평소엔 한없이 한가롭다 뭔가 일을 하려고 하면 바빠지는 게 누군가가 절 골탕먹이는 기분입니다. 브릿G, 정확히는 민음사에서 이번에 재개하는 도서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궁금한 나머지 바로 티켓팅을 했습니다. 모르는 걸 해보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요.
1. 시작부터 심상찮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뭘 까먹은 것 같았는데 내리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멤버십 카드를 안챙겼습니다.
돌아가기엔 걸리는 시간이 있어 한정 배포중인 브릿G 소설집이 떨어질까 짧게 고민을 해보고 곧장 가기로 했습니다. 이때만해도 티켓은 떠난 줄 알았습니다.
도착하고 인파에 놀랐습니다. 1일차부터 3일차까지 배포 서적이 이 정도로 부족할 지 몰랐다는 관계자 분의 트윗을 보면서 ‘아… 이거 억지로라도 평일에 갔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독서와 독서행사에 목말라 있었구나 싶더군요.
2. 티켓을 끊고 민음사 부스를 찾는 건 쉬웠습니다. 제일 크게, 제일 샛노랗게, 제일 가운데에 있더라고요. 이게 출판사의 지위를 드러내는 것인지 아니면 자리뽑기를 잘한 것인지 뒷사정은 제가 알 도리가 없습니다만.
맘에드는 책들은 많이 찾았지만 가격 이전에 보관이 문제였습니다. 책이 걸맞은 책장을 찾지 못해 책상에 방치되고 있는게 제 현재상황입니다. 이걸 타파하려고 e북쪽으로 거의 선회했습니다만, e북이 모든 책들을 커버해주진 못하고… 복잡합니다.
아, 걱정했던 배포서적은 다행히 아침이라 재고가 많았습니다. 나중에 감사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3. 이번 ‘도서전에서 생긴 일’ 공모전 때 저도 참가했었습니다. 도서전에 오시는 분들이 쉽게 읽으실 수 있도록 최대한 가볍게 써보려고 했죠. 결과는 낙방입니다만, 올라가신 분들의 글을 다 읽어보니 제가 뭐라 항변하지 못할 정도로 잘 쓰셨기 때문에 납득했습니다.
깨알같이 다시 올리는 홍보글
도서전을 다 둘러보고 지인과 함께 와서 책이 남아있다면 한 번 읽어보라고 민음사 부스에 데려왔다가
‘이 책에 실릴 이야기를 공모전으로 열어서 참가했었는데 떨어졌다.’라고 웃으며 얘기했더니 갑자기 옆에 직원 분이 쓴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작가분이세요? 죄송합니다.’ 이러시는데… 어우…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말 한 마디에 곤경에 처한 기분이 참… ㅋㅋㅋ…
온 김에 이번에 모을 생각이었던 드래곤라자 노트를 몇 권 사기로 했습니다. 직원 분께서 굿즈를 구매하시면 티켓을 드린다며 제게 이번 책갈피 티켓을 주셨는데 조심스레 물었죠. 혹시 멤버십 카드가 없는데 확인할 방법이 있냐고.
감사하게도 직원분께서 바로 티켓을 1장 더 주시더군요. ‘엥 그거 직원 속인 거 아니냐!’라고 오해할 수 있으니 미리 해명하자면…
집에 와서 지갑을 확인하니까 멀쩡하게 잘 챙겨놨더라고요. 카드 때문에 2번 어이없긴 처음입니다…
4. 그렇게 별일을 다 겪으며 집에 돌아와서 성과물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출판사도 준비한 것들이 많아서 산 건 노트 3권 뿐인데 가져온 건 한봉다리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이렇게 많은 지 처음 알게됐구요. 내년에도 열린다면 다시 참석할 의향이 있습니다.
브릿G 및 민음사 직원 분들도 내일까지 행사 잘 진행하시고 무사히 끝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