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 읽는 작가…

분류: 수다, 글쓴이: 정이랑, 17년 6월, 댓글30, 읽음: 173

오래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1년 공부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가 모여들어 열기가 대단했었지요.

멀리 지방에서 다섯 시간 걸려 수업 들으러 온 처자의 원고가 쓰레기라 불렸던 시절이었지요.

재능 없는 거 빨리 깨닫고 집에 가라고, 미리 얘기해 준 나에게 고마워하라고 선생님들이 글 못 쓰는 멍청이들에게 큰소리쳤었지요.

그땐 글 못 쓰는 사람이 죄인 취급을…흑흑…

타인의 글을 처참하게 까는 것이 상대방을 위하는 미덕이라 칭송받았으니까요.

그러지 말고 격려도 해주면 안될까요? 하다가 나는 유명작가에게 찍혔고 학생들에게 왕따 당했습니다.

그때 내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나는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연재 플랫폼을 기웃거리다가 이 곳으로 날아와 정착했던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세 군데의 플랫폼에서 동시 연재를 하다가 이 곳에서 단 한 개의 응원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군데를 접고 여기서만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뭐, 완성도 떨어지는 글을 굳이 연재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입니다. 혼자 글 써서는 완결을 못 하니 연재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1년 반 동안 4권의 장편을 완성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연재를 하다 보니 첫번째로 느낀 점은 상당수의 작가들이 초짜라고 밝히면서도 글을 상당히 잘 쓰신다는 것입니다. 뭐, 나의 재능에 대한 상실감을 이미 많이 느꼈기에 그럭저럭 적응할만 합니다.

두번째로 느낀 점은, 이곳이 <그들만의 리그> 성격이 강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글 잘 쓰시는 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하겠지요. 찬사받을만 하지요. 그런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걸립니다. 단문응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신 분들이 참 많아요. 글 못 쓰니 당연하지, 라고 생각하시나요? 단문응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신 분들 중 글 실력이 좋으신 분들도 있고 그렇지 못하신 분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글 잘쓰는 정도를 떠나서 환영 인사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떤 까페이든 새로 가입하신 분들에겐 환영의 댓글이 달리는데 그런 의미에서 새로 글 올리시는 분들에게 응원글을 한 번씩이라도 드리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세번째로는 이곳에 뛰어난 리뷰어들이 많은데 가능성 있는 작가에게 집중하시는 것도 좋지만 터무니없는 글일지라도 비밀댓글 같은 장치를 통해서라도 은근 슬쩍 조언을 해주는 것은 어떨지도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멘토 주간을 통해 멘토 멘티 행사를 하여 앞으로 자라날 새싹들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주심이 어떨지도 생각해 봅니다.

모쪼록 단문 응원글 하나에도 완결할 의지를 불태우는 신인들을 위해주는 따뜻한 브릿g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첫 응원댓글을 주신 분은 이연인님이십니다. 나도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자꾸 응원해주시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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