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또 하나 이렇게 집니다(랜섬웨어에 당한 모 업체)
2002년이었습니다. 민증의 지문 잉크가 반짝반짝할 때네요. 어떻게 만나게 된 친구인지는 결혼 후 연락도 끊기고 해서 이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몹시 친하게 지내던 부산 친구가, 제게 홈페이지를 하나 소개시켜 줬었습니다.
“위에 10px짜리 배너창만 띄워둔다면, 20메가가 무료인 계정이 있어!”
주소도 기억나요. nahome.org. (그 친구는 nalove.org를 썼었습니다) 그렇게 대항해시대 아니 대개인홈시대에 뛰어들게 됩니다. 미친 듯한 나날이었던 건 잘 기억납니다. 밤 새다시피 메신저로 대화하고, 그림그리고, 다른 사람들 홈페이지 찾아다니며 배너 납치해오고, cgi 설치하며 몹시 기초적인 c언어 독학-_-을 시작하고, 홈페이지를 1024×768로 만들던 시절. (맛이 가기 시작한 CRT 모니터를 두드려 패며 그림을 그리던, 그런)
마우스로 오에카키 깎다, 공항에서 알바해서 번 돈으로(그 당시 일당이 8만-_-원이었습니다. 시벙. 요새 월급은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처음으로 그라파이어를 잡아보고 감격하던 시절.
그 때부터 쌓아왔던 홈페이지인데.
욕심을 내며 유료 호스팅으로 옮기고 옮기고. 학생에겐 1년에 25000원 쯤의 돈은 꽤 큰 돈이었어요. 결국 세 번을 다른 호스팅업체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이란 건 강력한 거잖습니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안 남으면 이상한 겁니다. 결국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 말의 일입니다.
이젠 개인홈페이지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아닙니다. 검색 조금만 해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소스 및 태그들이었는데, 지금은 설치/반응형 웹구조가 뜨는 시대라 외국 검색으로도 원하는 소스들은 얻을 수 없었어요. 홈페이지 다시 만드는 작업은 상당히 저를 귀찮게 했었습니다만, 그래도요, 끝을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이제 다시 자리 잡는구나.
기억은 너무 짧네요.
대처나 보안의식 등등, 욕은 곳곳에서 들어먹고 있고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만, (제가 비교적 덤덤한 이유는 저는 제 어지간한 글들을 다 가지고 있고, 그림은 이미 포맷으로 다 잃은(오열)지 오래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슬픈 마음이 먼저인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해커 자식들의 항문에 영원불멸한 배변의 고통이 남기를 앙망합니다.
+ 가장 마지막으로 눈 돌린 서버 중 하나가 ncity인데요… ncity도 서버 압류 사태로 그리 아름다운 결말은 아니었다죠. 그냥 전 운이 없나 봅니다 ㅜㅜ 쉘닷컴에 그냥 있을 걸 그랬나… (하지만 거긴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여기 오래 쓸 수 있을까?; 하는 불신감을 가끔씩 자극해서요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