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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한강작가 채식주의자 1장 리뷰.

분류: 수다, 글쓴이: 냠별이, 17년 5월, 댓글3, 읽음: 131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스포가 걱정된다면 읽지 마세요>

 

 

 

 

 

 

 

한강 작가의 채식 주의자는 3장으로 나뉘어있다. 1장 <채식주의자>는 주인공인 영혜의 남편의 시선으로, 2장 <몽고반점>은 주인공 형부의 시점으로, 3장 <나무불꽃>은 주인공 언니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시간순서에 따라 각각의 장은 영혜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내면의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진실을 찾고 결국은 드러내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 아닌가 싶다.

분석 리뷰, 그냥 사건의 진행순서를 따라가 보면서 문장을 통해 소설의 의미를 개인적인 의견으로 풀어놓으려 한다.

1장 <채식주의자>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나는 과분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이 두 문장은 영혜와 그녀 남편의 성격은 물론, 지금까지(결혼 5년차) 살아온 일상의 단편을 보여주는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두 사람은 사랑보다는 의무감으로써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 일이 바빠 아이 낳는 것을 미룬 채로 감정 없는 섹스를 하였고, 남편이 돌아오면 밥을 꼬박꼬박 내어 주었으며 필요하다면 부부동반 모임 역시 함께 나갔지만 그 뿐이었다. 남편은 분에 맞는 회사에서 일을 했고, 영혜는 만화의 말풍선에 대사를 쳐넣는 하청일을 했다. 둘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특별한 일이 발생한다. 영혜는 문득, 꿈을 꾸었다며 채식을 선언한다. 냉장고에 있던 고기를 모두 내다버리면서. 채식주의 선언은, 제목을 보면 예상할 수 있듯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대목이다.

잠깐 브래지어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보면, 영혜는 브래지어를 착용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안에서는 언제나 벗고 다녔으며, 채식주의를 선언한 이후부터는 밖으로 나갈 때도 입지 않았다.

브래지어 이야기는 영혜의 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말할 수 없는 본심을 숨기지 않고 싶어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영혜가 채식주의를 선언했던 꿈은 1장에서 몇 차례 등장한다. 첫 꿈의 내용은 이렇다.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영혜는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걸려있는 건물을 발견한다. 널려 있는 고기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 장면이 두려워 영혜는 달아난다. 계곡을 달리고 달려 숲을 빠져나가자, 그곳에는 소풍을 나온 수많은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즐겁게 웃으며 고기를 굽고 있었다.

하지만 난 무서웠어.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었거든.”

꿈을 간단히 해석해보자면, 우리 내면의 불편한 진실이 바로 그 헛간과 붉은 고깃덩어리들 아닐까 싶다. 우리는 분명 알고 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붉은 고깃덩어리들, 죽을 때 비명을 지르는 동물들의 모습들. 인간의 파괴적인 욕심으로 희생당한 대상자를 우리는 인정하지 않고 검게 그을린 고기 뒤로 숨지 않는가? 끔찍한 생각은 잊고, 억지로 밀어 내고 웃으며 먹지 않는가? 영혜는 그 꿈에서 무의식적으로, 허영적인 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채식을 선언하며, 한편으로는 부끄러웠고, 한편으로는 애써 외면해왔던 본심을 받아드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육식은, 거짓이었으며 폭력이었다.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진다.

꿈을 꾸기 전날 영혜는 그녀의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는 영혜를 닦달한다. 영혜는 허둥지둥 거리며, 그의 폭력적인 언어에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다음날, 그 꿈을 꾼다.

다음날 새벽이었어. 헛간 속의 피웅덩이, 거기 비친 얼굴을 처음 본 건.”

영혜의 변화된 내면을 드러내는 사건이 곧이어 벌어진다.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그녀의 남편에겐 중요한 자리였다. 바로 사장 내외가 부장급 인사로써 처음 그를 초대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영혜는 이날, 거짓으로 가득한 인물들이 주최한, 위선으로 안부를 묻는 사람들 사이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

사장 부인이 화사한 사교적 톤으로 아내를 염려했다. 아내는 웃지도, 얼굴을 붉히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은 채 대답 없이 그 여자의 우아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 응시가 좌중의 기분을 끔찍하게 만들고 있었다.”

영혜는 거짓과 폭력에 저항한다.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다시 세 번째 꿈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었는데, 영혜는 죽이는 쪽이 자신인지, 죽는 쪽이 자신인지 모른다. 이 꿈은 후에 영혜의 내면에 또 다른 영향을 끼치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혹 당신일까. 아니면, 당신이 날 죽였던가….”

이러한 영혜의 행동은 그녀의 남편으로써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고 받아드리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영혜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영혜의 부모는, 사위에게 사과를 하며 딸의 고집을 꺾으려 설득하나 실패한다. 결국 얼마 후에 있을 집안 모임에서 얼굴을 보며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한다.

이런 결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에게 생뚱맞은 모습이 펼쳐진다. 브래지어를 벗는 것도 모자라 영혜는 웃옷을 벗어 던진 채로 감자 껍질을 까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집안은 덥지 않았고, 영혜의 몸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그냥, 허기가 져서 그래.”

이 부분은, 거짓과 폭력을 벗어나려 한 영혜의 의지가 한층 더 깊어지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짓을 벗어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니 그것 역시 거짓이다. 그럼 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결국 그 날이 온다. 가족 모임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한다. 여기서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읽어 보시라.

하지만 마지막 꿈과,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해야겠다.

간단히 말하자면 꿈은, 사실 꿈은 아니고, 과거의 이야기였는데 그녀를 물어뜯은 개를 잔인하게 죽이고 그 고기를 먹었던 이야기다. 그녀는 고기를 먹을 때,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마지막 장면은, 영혜가 분수대 앞에서 옷을 벗고 햇볕을 쬐며, 작은 동박새를 물어뜯어 먹는 장면이다. 입가에 피를 문댄 모습을 본 영혜의 남편은, 결국 그녀를 정신병원에 넣고 이혼을 하게 된다.

이 장면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은, 그녀는 내면의 진실을 찾은 것이다. 거짓과 폭력을 증오해 채식을 하려 노력해왔지만, 결국 그녀의 내면 깊숙이 들어찼던 것은, 영혜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육식, 즉 폭력과 파괴였다. 그녀는 폭력과 파괴의 대상을 남이 아닌, 자신으로 삼았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파괴하는데 성공한다. 꿈속의 살인자와, 피해자는 모두 그녀였다.

영혜는 대중 앞에서 옷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날고기를 먹는다. 상반되는 두 모습이 하나로 합쳐지는 장면이었다.

더워서 벗은 것뿐이야…… 그러면 안돼?”

 

 

ㅇㅅㅇ.. 2장 3장도 할까 고민하다가. 요기까지만.

냠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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