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피조물 자랑

분류: 수다, 글쓴이: 해망재, 17년 5월, 댓글8, 읽음: 125

두살쯤 된 아이가 있습니다. 동이 틀 무렵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출근을 위해 잠시 눈을 붙이러 들어가면, 이녀석은 제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돌아눕습니다. 어째서인지 제 얼굴에 기저귀를 들이대곤 합니다.

 

대체 왜일까. 그렇게 내가 마음에 안 드나. 왜 기저귀인가. 큰 것을 싼 것은 아니니 다행이지만 자기 자식 기저귀는 하나도 안 더럽다는 어르신들 말씀은 대체로 “늙으면 죽어야지”와 비슷한 정도의 농담으로 보시면 된다는 것을 왜 삼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을까요. 남의 집 아기들도 종종 그런다는 것 같아서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인가보다 했지만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얼마 전 저희 선생님 생신에 찾아뵈었다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한참 웃다가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피조물을 자랑하는 거야.”

“예?!”

“너 인터넷에 글 쓰는 것 처럼 쟤는 자기 기저귀를 자랑하는 거라고.”

 

납득해 버렸습니다. 과연 저희 선생님은 현명하시고도…….

 

그래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하기스 기저귀보다는 좀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게시판으로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고 아마 앞으로도 어지간해선 안 쓸 것 같지만 그래도 변덕으로 쓰고 갑니다. :-) 잘 부탁드려요.

해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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