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호러 드라마를 봤습니다
카테고리를 ‘영화’로 택하긴 했는데 영화는 아니고 10화짜리 드라마입니다.
프랑스어 공부를 하려고 볼 만한 게 없나 뒤적거리던 중에, <마리안>이라는 프랑스 호러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프랑스 호러라… 프랑스 호러라고 하면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이 일단 떠오르긴 하는데, 아직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고… 아무튼, 프랑스 호러는 어떨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왕 프랑스어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장르로 공부하는 게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ㅋㅋㅋ 언어는 덕질로 공부하면 빨리 는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ㅋㅋㅋ
그래서 졸작일지도 모른다고 각오를 하면서 일단 봐봤는데, 오? 생각보다 괜찮네요? 아니,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일단 연출이나 기법이 꽤나 감각적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참신한 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기존 호러기법을 세련되게 표현했다는 인상이 들더라고요. 특히 스멀스멀 기어오는 어둠이 서서히 주인공을 옥죄어오다가 나중에는 꽉 붙든 채 마구 흔들어대는, 발버둥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절망과 무거운 공기 속 스산하고 불길한 분위기가 일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취향저격인 오컬트 요소(솔로몬의 72악마와 그 인장)와 적나라한 표현(다소 고어한 표현과 종교적인 분위기)도 좋았고요. 다만, 이 부분은 호불호 요소가 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사족이지만, 소재가 매우 서구적입니다. 기독교, 마녀사냥, 악마, 벽장, 위자보드 (그리고 깨알 같은 엑소시스트 오마주?) 등등 서구문화적인 호러요소가 많아서, 흥미롭긴 한데 우리나라 사람에게 공감요소는 그리 크진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걸 보면 호러도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각 국가의 문화권이나 당시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한국 호러, 미국 호러, 일본 호러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의 호러를 접해보고 싶으신 호러 마니아 분께 <마리안>은 추천할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품 하나만 보고 ‘이게 프랑스의 호러입니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한국의 호러 특징을 영화 <기담>만 보고 통틀어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다양한 문화권의 호러작품들을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 나도 저런 스토리 쓰고 싶다… 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