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놀러왔더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네요
– 자유게시판이야 초창기에도 창작 담론이 많이 오고 가는 장이긴 했지만, 이제는 홍보와 이벤트가 천하삼분하게 되었네요.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고, 분위기 적응하기 난해하더라고요. 특히 홍보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리는 건 망해가는 글 커뮤니티에서 많이 봐왔던 현상이라 덜컥 겁먹었습니다. 물론 어느 커뮤니티든 홍보를 극도로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주길 바라는 소설을 사이트 내부 인원들끼리만 돌려보려 하는 건 충분히 염려되는 현상입니다. 기왕 쓰신 글, 너른 자리에 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근데 정작 저는 글 쓰는 게 무서워져서 손 놓고 있었다는 건 함정. 제 글을 쓰는 것도 버거워졌지만, 남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고 느꼈을 때 ‘아, 난 더 이상 글쓰는 일을 즐거워하지 않는구나’를 실감하고 손 놓았습니다. 제게 글밥을 먹고 살 재주 따윈 없었던 거죠. 인생이란 놈, 좀 더 일찍 알려주지.
–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멀리 어디선가 글밥 주워먹고 살고 있다는 게 또 함정. 이래서 죄 같은 건 짓고 살면 안 됩니다. 재주도 없는 놈이 뽕 성분 가득한 글을 재배하려 드는 것 자체가 마약류관리법 위반급 중죄 아니겠습니까, 크흡. 근데 교도소 들어와보니 대마밭 노동이네요?
– 뭐 어쨌든 그래서 그냥 놀러왔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팬픽 백일장에 붙은 이영도 작가님의 코멘트가 여기저기 퍼진 걸 보고 ‘아 맞다 브릿G’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기어들어왔네요. 이영도 작가님의 팬픽 백일장 평가가 CCCV를 타고 널리 퍼지는 걸 보니 제법 호응 좋은 느낌인데, 정작 팬픽션을 읽어보자는 방향성으로는 전개되지 않고 작가님의 재미있는 코멘트로만 만족하는 분위기 같아서 아쉽더라고요. 핵심 요약이라는 뽕맛으로 학생을 길들이는 사교육의 여파여…… 솔직히 유튜브에 요약 리뷰가 유행하는 것도 우리나라 사교육 방식의 여파가 아닌가 좀 의심스럽습니다. 어쨌든 남들이 요약에만 만족하니 저라도 팬픽션 좀 읽어봐야겠다 하고 왔습니다. 아직도 남의 글 읽는 게 겁이 나긴 하네요.
– 솔직히 팬픽 백일장 소식 나왔을 때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게 딱 시험공부 앞두고 방청소하고 책장정리하는 학생 기분인 것 같아서 살포시 접어두었습니다. 6+3+3+4년 동안 헛짓거리 했으면 이젠 좀 깨달음이 있어야죠. 그치만 인생이란 놈아, 좀 더 일찍 알려주지 그랬어.
– 다들 집필활동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