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추천작에 선정되어)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거의 오픈 직후부터 브릿G에 기웃거렸는데도 2020년 여름이 되어서야 게시판에 글을 처음 올려 보네요. 평생을 살아 오며 도무지 떨쳐내지 못했던 천성의 낯가림과 소심함 때문입니다(고작 이 두 문장 적으면서도 몇 번을 지웠다 다시 썼다니까요 세상에)……. 언젠가 한 번은 인사드려야지 드려야지 백 번쯤 마음만 먹으면서 계속 부끄러워 미적거렸으니, 이 기회에 인사를 올리지 않으면 평생 못 드리겠다 싶어서 늦은 밤에 살짝 남기고 가요. 유령선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침대에 달라붙어서 살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최근에 올려 둔 〈안나 스노우슈와 사랑의 묘약 에클레어 사건〉이라는 글이 편집부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정직한 제목에서 어렵잖게 짐작하실 수 있듯 캐릭터 중심의 가벼운 판타지 코지 미스터리에요. 좀 더 자세히는 고등학생들이 맛있는 과자점을 살리기 위해 얼렁뚱땅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입니다.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애착을 가진 글이라 이런 영광을 안게 되어 기쁘네요. 한 분이라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다면 더욱 기쁘겠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지독한 슬럼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데다 몸까지 망가진 통에 좀처럼 쓰고픈 이야기를 새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결국은 낮에 졸리고 밤에도 졸린 눅눅한 인간이 되어 자아 레벨로 쭈글쭈글해지던 참이었는데요. 덕분에 관두지 말고 뭐라도 계속 써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음.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저는 미래의 저를 믿어요.
이 참에 겸사겸사 함께 홍보하자면, 지난 4월에 추천작으로 선정해 주셨던 〈용사님?〉이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용사 일행이 용이나 용 뭐시기와 싸우는 JRPG풍 판타지 코미디에요. 이쪽도 관심이 가신다면 잘 부탁드려요. 짜잔.
+ 그밖에 실은 오래 전 다른 이름으로 올렸다가 추천작에 걸렸던 작품과 최근까지도 종종 셀렉션에 오르내리던 작품이 있는데, 혹 인연이 닿는다면 그쪽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비밀이었어요!
이하는 자기소개 삼아 늘어놓는 유령선 TMI입니다:
* 최근 읽은 책: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삼백여 페이지를 건너는 내내 제 언어로는 명확하게 정제하기 어려운 감정들에 한가득 휩싸여 있었습니다. 대단히 좋았어요.
* 최근 본 영화: 유아사 마사아키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이라 즐겁게 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이어야만 온전히 전달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 최근 읽은 만화: 나가타 카비 《나 혼자 교환일기》.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를 어떻게든 버텨내고 이어서 읽었는데 이번에는 넉아웃이었습니다. 조금 울었어요.
* 최근 한 게임: 닌텐도 〈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 아기자기하고 유쾌하고 하찮아서 재미있었어요.
* 최근 듣는 음악: 필명의 유래가 된 뮤지션이 새 앨범을 냈습니다. 슬슬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아요.
* 최근의 저: 피자를 먹고 누웠습니다.
덥고 늘어지는데 피서조차 어려운 요즘이네요. 모쪼록 다들 별일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뻔한 소리지만 뻔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