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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픽션이 필요할까

분류: 수다, 글쓴이: 라그린네, 20년 7월, 댓글10, 읽음: 117

최근에 오토픽션, 혹은 사소설이라고도 불리우는 부류를 접했습니다.

제 식견으로는 이러한 부류의 존재가 꼭 필요한 것인가 생각이 드네요.

사실 우리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농도의 짙고 옅음은 있겠지만 유사 이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처럼, 우리가 아끼는 이야기들도 우리의 경험을 통해 변주된 것이겠죠.

그중에서도 오직 100% 유기농 생과즙 경험만이 ‘르포’ 라는 인증마크를 달고 진열됩니다. 나머지는 뭐, 그냥 소설이죠.

작가가 원하는 무대에서 원하는 인물이 원하는 갈등을 통해 원하는 결말을 짓는, 소설이죠.

그러니 ‘아무튼 소설은 아니고 르포도 아닌 애매모호한 회색지대’ 의 존재 의의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작가의 경험, 물론 바탕으로 하겠죠. 하지만 그건 다른 소설도 같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위해 변주할 뿐이죠.

날 것의 맛, 변주가 없으니 raw하긴 할겁니다. 하지만 그건 르포가 아닌 소설인걸요.

‘나는 키 180cm 존잘남에 super ultra white teeth를 가졌다.‘ 라고 써도되는 소설이요.

결국 제 눈에는 오토픽션은 ‘소설의 면책특권이 필요한 에세이’ 라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냥 글쓰기 귀찮아서 복붙한 후 남기는 변명일 수도 있구요.

물론 최근의 사태는 윤리의식도 없었네요.

라그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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