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집게 (소라게) 키워보신 분 계신가요? (소설 홍보)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evo, 20년 7월, 댓글2, 읽음: 72

안녕하세요. 며칠 전부터 집게들을 주제로 한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바질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 홍보도 할 겸,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웠던 집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99년생이신 분들은 문방구에서 천원짜리 집게를 사서 키워보신 적이 한 번쯤 있을 거예요.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키워본 경험도 있을 거고요.

 

전 그냥 밥풀이랑 물만 주면 될 줄 알고 덥석 집어왔었답니다. 하지만 그 조그마한 집게는 곧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죠.

 

무척 상심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서 행사에 갔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알고보니 그 행사는 집게를 나눠주는 것이었어요. 그 때 아담한 아크릴 수조에 돌맹이 만한 집게 두마리를 받았습니다. 천원 짜리 작고 약한 플라스틱 상자보다는 훨씬 나아보였죠.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집게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필요한 물품도 많다는 걸요.

 

집게는 넉넉한 공간과 타고 오르내릴 나무 같은 소품들이 필요했어요. 물은 바닷물과 민물을 먹어야 하고, 몸을 숨길 동굴 같은 커다란 집도 필요했죠. 온도와 습도는 열대 지방처럼 높아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주 만지면 안됩니다.

 

집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집게 두 마리는 문방구에서 샀던 녀석과는 달리 별 탈 없이 커갔어요.

 

그렇게 집게를 키우는 것은 저의 유일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소심하고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잘 못 다가갔던 저에게 집게는 또 다른 친구 같은 것이 되었죠.

 

그 때, 집게 관련 네이버 카페에 가입 했습니다. 카페에는 많은 분들의 집게 사진들을 볼 수 있었죠. 대부분 수조가 넓고, 집게들도 많고, 수풀이나 멋진 나무 조각 등 화려하게 꾸미신 분들이 많았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어쩐지 욕심이 나더군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인생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습니다. 새 집게 식구들을 분양 받고, 더 큰 수조를 사고, 바닥재도 더 좋은 것으로 사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매달려서 더 이쁘고 좋은 집게 관련 소품들과 먹이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소박했던 제 집게들의 집도 어느새 그럭저럭 크고 아기자기하게 변했죠. 집게들의 수는 어느새 열 마리를 넘었습니다.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오징어뼈를 사다가 갈아서 먹이 위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더 좋고, 많은 것을 집게들에게 주는 것이 주인으로써의 도리라고 생각했죠. 그렇게만 하면 집게들은 별 탈 없이 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좋은 것을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봅니다. 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이번에는 필요한 모든 걸 갖췄는데도, 그렇게 떠나보내니 충격이 훨씬 컸습니다.

 

집게가 죽은 모습을 직접 처음 본 것인데, 어린 마음에 큰 상처였습니다.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집게가 축 늘어진 모습을 보니 징그러웠습니다. 썩은 생선 냄새도 나고, 집 속에 들어간 살은 애벌레처럼 생겨서 흉했죠.

 

그 모습을 본 후, 저는 집게를 키울 자신을 잃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집게를 키우는데 필요했던 건 화려하고 좋은 물품들이 아니라, 끝까지 키우겠다는 책임감이었다는 것을요. 제가 그 때 열심히 사 모았던 물품들과 분양받았던 집게들은 사실 집게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저 다른 사람처럼 꾸미고 싶은 제 욕심이었을 뿐이었던 거죠.

 

그 뒤로 집게 관리는 점점 소홀해졌습니다. 그리고 관리가 소홀해짐에 따라서 집게들도 하나 둘 씩 떠났죠. 제 집게 키우기는 약 1년 반 정도 후에 끝이 납니다.

 

 

워낙 어렸을 때의 일이긴 하지만, 제게는 지금까지 가슴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 잘못 만난 그 녀석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그래서 그 녀석들에게 바치는 의미로, 애완용으로 사육되는 집게들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간에게 붙잡혀서 키워지는 집게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동물을 그저 방학 관찰 일기, 학습용이나, 귀엽고 신기한 장난감처럼 여기는 듯한 문화가 있다고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키워지는 동물들의 입장을 통해,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관심이 생기신다면 “바다로 – 집게 이야기”를 읽어보시고, 코멘트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vo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