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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로 ‘칼을 찌르다’

분류: 영화, 글쓴이: 조나단, 19년 12월, 댓글3, 읽음: 115

영화를 사전정보 없이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영화 안에서 더 많은 걸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서 말이죠. 그러다 뜻밖에 기대 이상의 영화를 만나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이렇게 다수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요.

요즘 겨울왕국 틈새에서 퐁당 상영 중인 영화들 중에서 ‘무슨 영화기에 이런 유명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거지?’ 하고 봤다가 감탄한 영화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1.

로그라인. 유명 추리작가가 85세 생일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된다. 집에는 문제 많은(살해 이유들이 하나씩 있는) 자식들의 가족이 모여 있다. 또 그들의 행적을 목격한 ‘거짓말을 못하는’ 어린 간병인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들 중에 범인이 있다.

이거, 어딘가 익숙한 설정 아닌가요?

아가사 크리스티 류 소설의 아주 고전적인 설정이죠. 영화는 그렇게 시작해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슬로우로 보여지는 첫장면부터 이거 예사스런 영화가 아니겠구나! 싶었죠.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이는 초반의 가족 인터뷰 시퀀스는 옛날 영드 <미스 마플>을 떠올리게 해요.

그러나 클래시컬한 분위기는 거기까지예요. 

이후 영화는 범인(?)을 스스로 드러내더니, 아슬아슬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요. 그 과정이 매끄럽고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에요. 마지막엔 다시 정통 탐정극으로 끝나는데. 영화에서 소개된 ‘현대의 마지막 사립탐정’ 다니엘 크레이그가 “바로 당신이 범인이야!” 밝히는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기발하고 재기넘쳐서 시나리오를 읽고 싶을 지경이에요(대체 이런 복잡한 플롯을 어떻게 텍스트로 표현한 거지?).

 

2.

이 영화가 모던한(?) 것은, 클래식한 플롯 안에 인간군상을 우겨넣는 방식이에요. 고전 탐정 영화라면 인물들이 반전만을 위해 배치되었겠지만,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인간 군상들을 시니컬하면서도 개성있게, 그리고 유머스레 그려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표현되는데, 짧은 분량들 속에서 자신의 역할들을 제대로 해내요. (배우들이 모두 시나리오에 반해 출연을 결정했다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실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더군요.

고전 밀실 살인극의 탈을 쓰고 현대적인 이야기를 하는, 인간들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영화예요.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어요. 작년인가 개봉한 <오리엔탈 특급살인>류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영화가 원작을 ‘재연하기만 한’ 영화라면, 이 영화는 현대성을 가미하고 있어요.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예요.

 

3.

영화를 보고 돌아오면서 계속 기시감(?)이 들더군요.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재미있고 매력적인 영화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고… 우디 앨런이 연출한…

매치포인트.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시라면,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네트 위에 뜬 공)의 여운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같은 정도의 재미를 느끼실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 겨울왕국의 장벽을 뚫고 틈새 극장을 찾아가실 적극적인 분들에게.

덧. <매치포인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 영화의 스칼렛 요한슨 만큼 이 영화의 주인공도 너무 매력적이에요. 무게감 있는 배우들 사이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죠. 어딘가 낯이 익다 싶어서 찾아보니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그 AI 소녀더군요. 팬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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