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떻게들 쓰시나요?

분류: 수다, 글쓴이: 한켠, 17년 4월, 댓글31, 읽음: 202

브릿G 작가님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분들 대체 글을 어떻게 이렇게 자주 많이 올리실 수 있을까’하는 건데요.

아직 창고대방출 중이신 건지 원래 빨리 자주 많이 쓰시는 분들인 건지…

단편 하나 쓰는 데 두세달, 장편은 기약없음…인 저는 대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쓰시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합평회 같은 거 경험 못 하고 항상 혼자 쓰는 자의 설움? ㅎㅎ)

 

일단 저는,

등장인물들을 외모, 가족관계, 성장과정, 취미, 말투…짧은 전기를 써도 될 정도가

될 때까지 만들고 그 인물들이 제 머리 속에 들어앉아 자기 얘기를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접신하는 기분이죠! 이 때가 제일 짜릿합니다.)

그리고 첫 장면이 생각나면 일단 첫 장면을 쓰고

(그 전에 손톱정리도 하고 책상정리도 하고 인터넷도 보고…)

그 다음은 계속 릴레이소설 쓰듯이 등장인물들에게 맡겨서 씬들을 이어나갑니다.

(자, 사건이 벌어졌다 너 어떻게 할래?)

->이러려면 쓰기 전에 등장인물들을 디테일하게 만들어놔야 해서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ㅠ

 

그리고 글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는 비유, 상징, 이미지, 색깔 같은 걸 넣습니다.

쥐라든가 붉은 색 같은…

 

일단 다 쓰고 나면

등장인물에 빙의하여 제가 쓴 소설을 대본이라고 생각하고 읽습니다.

(외모가 협조해주지 않아서 포기했던 배우의 꿈을 이런 데서 이룹니다 ㅋ)

감정선이 끊기면 에피소드를 추가하거나 빼고요.

(인물이 ‘갑툭튀’일 때 혹은 사건이 너무 비약했을 때 이러죠.)

요즘은 전개나 문장을 스피디하게 하고 싶어서 없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을 다 삭제하고요.

소리내서 읽진 않지만 입속으로 읽어서 걸리는 문장은 고칩니다.

(그래도 오타가 나오는 건 안 비밀)

제 ‘덕통사고’는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어서 거기에 나왔던 운율감있는 문체가 제 이상향인데…문장을 읽으면서 운율을 만들 수 있는 최대한 만듭니다.(예 : 나같은 걀강걀강하고 강팍한 인간…이런 식으로 ‘ㄱ’ 발음을 맞춘다거나 3,43,4 정도로 어절의 글자 수를 맞추거나)이러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하는데ㅠ

->누가 좋은 국어사전 추천 좀 해 주세요. 끝글자가 같은 단어를 찾을 수 있거나, 유의어 반의어 쉽게 찾을 수 있는 국어사전으로요.

 

그러고보니 실제 쓰는 시간보다 쓰기 전과 퇴고 단계에서 시간을 다 잡아먹는군요.

(쓰는 것도 하루에 200자 원고지 5~10장 쓰면 다행일 정도로 느리긴 합니다…)

그리고 뭔가 똥꼬발랄한 주인공이 아무말대잔치하는 글도 써 보고 싶은데

(천명관의 <고래>같은 장광설이나…)그런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다들, 어떻게 쓰고 계신가요?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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