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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과 지워진 시간들

분류: 수다, 글쓴이: BornWriter, 18년 2월, 댓글9, 읽음: 93

저는 불면증이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수면제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

때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즈음, 그당시에는 불면증이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어폰 꽂고 가장 작은 소리로 노래를 틀어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죠.

그날도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잠들기 위해 노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튀더니 생뚱맞은 곡의 도중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비싼 돈 주고 산 아이팟 터치가 고장이라도 났나 싶어서 화면을 켰는데, 글쎄 시계가 새벽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지 뭡니까. 밤 열한시 쯤에 누웠으나 바로 잠들었을 리는 없고 노래 몇 곡을 들었으니 그래도 자정을 넘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다섯시간 정도가 지워져버렸으니까요. 심지어 피곤함은 그대로였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고생 깨나 했죠.

이후로 그런 일이 없다가 작년부터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게다가 점점 빈번해져요. 눈을 감고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쓰고. 열두시 쯤 누워서 이제 두시간 정도 지났을까 싶으면 이미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죠. 이 경우는 아이팟 터치처럼 갑작스럽게 시간이 튀어버리는 걸 알 수가 없고 그저 ‘다섯 시간을 두 시간 처럼’ 느낀 걸지도 모릅니다. 뭐, 잠들지 못해 피로를 풀지 못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지만요.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침대에 눕는 게 되게 무서워요. 혹시 잠들지 못하면 어쩌나 해서. 아버지는 제가 홍차를 많이 (최소 하루 세 주전자, 많을 때는 무제한) 마셔서, 그 안의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자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무리 그래도 수면은 인간의 기본 기능이잖아요. 홍차를 마신다고 이렇게 사람이 망가진다면 영국 사람들은 도대체 뭘까 싶고….

하여튼 이런 식으로 저의 침대 위 새벽 시간은 요 며칠간 자주 지워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엄청 피곤하네요. 수면제를 먹으면 이런 일이 없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수면제를 먹기가 곤란합니다. 약기운 때문에 도저히 일어나기가 어려워서요. 주말에는 아침 알바가 있어서 토요일 일요일 약을 먹지 않았더니 피곤함이 따따불이네요.

 

저는 슬슬 자는 척을 해야겠습니다.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 어쩌면 술을 끊어서 더 심해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저는 알코올의 노예인 걸까요ㅋㅋ 그치만 확실히 술을 마시면 잠은 잘 자는데 (정확히는 빨리 잠이 드는데) 흠, 모르겠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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