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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뮤덕의 글쓰기 연습

분류: 수다, 글쓴이: 한켠, 22년 11월, 댓글7, 읽음: 106

제가 요새 연뮤덕이 되어 주말마다 대학로를 출퇴근하듯이 다니고 있는데 (낮공연 밤공연 보느라 오전 11시에 집에서 나가서 오후 11시에 집에 들어오는…저축은 바이바이…) 저는 덕질을 해도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에 (뮤지컬 <사의 찬미>를 보면서 김우진의 희곡을 구해다 읽어보는…) 관극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글쓰기에 활용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1. 미니멀한 글쓰기

대학로 소극장의 특성상 2~3인극이 많은데요. (3명의 배우가 모두 1인 다역을 하는 이희준 극작가의 <미오 프라텔로>,<미아 파밀리아> 등) 그런 극들을 보다 보니 아무 제약 없이 ‘백만 대군이 몰려온다!’라고 써도 되는 소설을 쓰면서도 ‘최소한의 인물, 축약된 대사’를 쓰고 있습니다. (영상화를 고려하면 괜찮은 전략일 수도 있겠네요. 된다면 말이죠…) ‘어떻게 하면 개성 없이 기능적인 인물을 쳐 내고, 설명 투의 쓸모 없는 대사를 삭제할까’를 고민하고 배우들이 연기하듯 직접 읽어보면서 감정이 안 잡히는 부분은 퇴고하고 대사가 입에 안 붙는 부분은 수정하면 점점 ‘시 같은’ 소설이 됩니다.

2. 생동감 있는 인물

배우들은 아무래도 일반인(?)보다 표정이나 동작이 다양한 편이라서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 라방, 브이로그, 공연 영상 등등을 유튜브에서 보면서 머리 속으로 실시간으로 문장으로 묘사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들마다 각자의 습관, 특징을 잡아 내면서요. 그러면 훨씬 생생하고 고유한 인물 묘사를 할 수 있습니다. (울고 소리지르고 분노하는 ‘격한’ 감정을 안전한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도 공연 영상의 좋은 점입니다.)

이런 연습을 하면…예를 들어 ‘그가 웃었다’ 라고 쓰지 않고 ‘그는 상대가 재미 없는 말을 할 때마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일 자로 다문 입술의 양쪽 입꼬리만 살짝 끌어 올렸다.’ 라고 쓸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배우님의 습관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ㅎ)

주민진 배우님이 리액션이 정말 풍부하고요, 그리고…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으셔서 이 연습하기 좋습니다. 최호승 배우님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연기를 섬세하게 하는 분이라 (안면 근육을 다 써서 연기…) 감정 표현을 잘게 쪼개서 묘사하는 연습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처연하게 잘 우셔서…우는 장면 묘사할 때마다 이 분 연기 감상하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8CCJXyvb6I

(본진, 애배는 아닙니다…저는 아직 초면인 배우들이 많기에 어느 분을 특별히 좋아하진 않아요…)

(저는 근대 조선 덕후인지라 최근까지 <배니싱> 회전문을 돌았습니다. 근데 이제 막을 내렸…)

 

아직은 이 정도 변화가 있는데, 연뮤덕 생활을 더 오래 하면(?) 제 글쓰기가 어떤 방향으로 변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작은 소망과 계획이 있다면 극장을 무대로 하는 소설을 몇 편 써서 대학로에 헌사를 바치는 거고요. 원대한 목표가 있다면 그 판권을 대학로에 팔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연뮤덕질할 시간에 글을 써야 하는데…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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