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그리다, 팬아트로 만나는 브릿G 소설들

2018.5.31

작품을 읽고 기억하는 일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브릿G에는 리뷰를 통해 감상을 정리하거나 비평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종종 플랫폼의 형식을 벗어난 감상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경우 캘리그라피 서포터즈 분들의 여러 작업이 모이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이에, 브릿G에서 만날 수 있는 소설에 대한 팬아트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그 첫 번째로, 번연 님의 팬아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번연 님께 허락을 구하여 다채로운 작업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야기와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성한 감상의 스펙트럼,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너에 관하여 – 글 리체르카 · 그림 번연

ⓒ번연

“어쩌면 이름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지도 모르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저렴한 매물로 나온 집에 장기계약을 하게 된 ‘나’.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집에 붙어 있는 원혼이 별것 아닌 영이었음을 확인한 나는 두 명의 룸메이트를 떠나 보내고, 세 번째 룸메이트로 ‘너’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집에 있는 비(非) 생물들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던 특이체질인 ‘너’였지만, 나는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이모가 건네준 부적을 룸메이트의 베개 속에 넣어둡니다. 그렇게 별다른 불편함이 없는 동거 생활을 이어가던 중, 룸메이트의 사진을 본 적 있는 이모가 그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는데…

편지 형식으로 시작해 일상에 주어진 단서들을 차근차근 모아 나가며 대단원의 공포로 몰아 넣는 구성력이 인상적인 작품, 리체르카 작가의 <너에 관하여>입니다. 단순히 귀신을 볼 수 있다/없다로 시작된 소소한 판타지에서 세계와 차원을 아우르는 불가해한 공포의 심연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는 과정이 매끄럽고, 끝에 가서 이어지는 반전의 서사는 충격과 여운을 동시에 남깁니다.

 

오크 변호사 – 글 유권조 · 그림 번연

ⓒ번연

“오크 출신에 국선 변호사인데 뭘 더 바라겠어?”

인간, 오크, 엘프, 고블린 등이 어우러져 살고 있으나 종족 간의 알력과 차별이 암암리에 존재하는 제국. 오크로서는 드물게 국선 변호사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다밀렉은 술에 취한 채 한 오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잣집 청년의 변호를 맡게 되지만, 피해자가 오크 분리운동의 거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더구나 법무대신의 혈연이자 인간과 오크의 혼혈인 피의자 라사레인은 본인이 중형을 받을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분리주의자들의 습격과 충치로 인한 치통에 시달리는 가운데, 엘프 사무관 리아나의 경호를 받으며 사건에 파고드는 오크 변호사 다밀렉의 법정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번연

예리하고 행동파인 사무관에 비해 오크 변호사 다밀렉은 초반부터 어딘가 소심하고 어수룩한 인상을 남기며 주인공이 누군지 의아하게 합니다. 그러나 피의자가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대두되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오크가 연루된 사건의 특수성이 겹쳐지며 진가를 발휘합니다. 주로 전사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오크에게 독특한 직업과 성격을 부여했다는 점에서부터 이색적이지만, 매회 흡인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추리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고조시켜 나가는 과정이 몹시 흥미롭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낙원과의 이별 – 글 이연인 · 그림 번연

ⓒ번연

“황녀라고 꼭 정무에 종사하여야 하는 법이 있나요?”

상처만 남은 전쟁이 끝난 후, 영웅이 되어 살아 돌아온 황녀는 동생을 대신해 한때 목숨을 걸고 싸웠던 나라와의 화친혼에 자원합니다. 속국까지 존재하는 강력한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국가 간의 전쟁과 황실 내의 권력 암투가 펼쳐지고, 군복무는 물론 전쟁에 참전하는 거침 없는 황녀를 비롯해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들과 이들의 복잡한 관계선 등 매력적인 설정이 가득한 동양 판타지 소설입니다. 자유만을 꿈꾸는 망나니 황녀와 존경받는 사제였던 절세미남 왕자의 천일일화! 꼼꼼하고 세심한 세계관이 빛나는 <낙원과의 이별>을 만나 보세요.

 

ⓒ번연

 

단화개문(丹花開門) – 글 엄성용 · 그림 번연

ⓒ번연

“홍렬십삼초의 이름을 아는 자가 여기 아무도 없나.”

홀연히 나타난 사파의 은둔 고수를 치고 그 비급을 가져달라는 의뢰를 받은 일섬, 의뢰의 당사자는 정파 최고수인 천공이었는데…. 정, 그리고 사랑과 증오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 이야기.

 

큰 뱀의 껍질 – 글 유권조 · 그림 번연

ⓒ번연

“정말 이런 곳에서 뱀을 찾을 수 있을까요?”

뱀 주제 글쓰기, 일명 ‘뱀일장’에 참여한 유권조 작가의 단편입니다. 버섯보다 작은 박사님과 그 조수가 뱀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만나보세요!

 

안 돼요, 공주님! – 글 리체르카 · 그림 번연

ⓒ번연

“하긴, 공주에게 허락된 정보는 언제나 한정적이다. 알아봐야 소용없다는 말과 함께 얼버무리는 사람들뿐이고.”

용의 후손이 세운 나라로 알려졌으나 어느덧 쇠락해버린 드로네온. 무너져가는 드로네온 공주의 혼처가 이웃 나라 왕의 두 번째 부인으로 정해지고 결혼을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공주가 납치되어 사라지고 맙니다. 틈만 나면 탈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 떠벌리고 다니긴 했지만, 이렇게 정말 납치를 당해버릴 줄이야!? 그래서 도대체 ‘여긴’ 어디고, 공주 본인은 도대체 무슨 일에 휘말린 것일까요?

팬아트를 작업하신 번연 님이 궁금하시다면?

번연 님의 작가 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더불어, 브릿G에서 꾸준히 활동해주시며 다채로운 팬아트로 매번 놀라움을 선사해주시는 문준수 님의 작품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역시 작가님의 허락을 구했습니다. 이처럼 브릿G 작가 활동을 하시면서도 함께 읽고 풍요로운 감상을 전해주시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인데요. 섬세한 펜화로 만들어내는 흑백의 아름다움, 문준수 님의 풍성한 그림 작업들을 만나보세요!

피어클리벤의 금화 – 글 신서로 · 그림 문준수

ⓒ문준수

“고개를 들어올린 디드리크는 시야에 채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바싹 다가온, 그리고 거대한 검은 그림자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명실상부 브릿G 최고의 인기작 <피어클리벤의 금화> 팬아트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1장에서 빌러디저드가 압도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멋진 펜화로 담아주셨네요. 처음 ‘용’을 마주했을 때 디드리크가 느꼈을 법한 공포와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책으로 출판되기 전 다시금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코멘트] 128*190mm 크기의 종이에 파인테크 0.25 펜을 사용해 작업했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고, 잘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1부 1장의 한 장면을 배경으로, 나름의 상상을 발휘해 열심히 그려보았어요. 저의 머릿속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이런 느낌인데 (능력의 한계를 감안하여…) , 다른 분들의 머릿속에선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슐러에게 바치는 찬가 – 글 리체르카 · 그림 문준수

ⓒ문준수

“이 저택에 들어온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소문이 있으니 궁금한 것이 당연하지 않나.”

웰링스 다리 아래에 세밀화를 그리며 길 생활을 이어가던 슐러는 추천장을 받아 니르젠베르크 저택으로 초대됩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니르젠베르크의 주인 ‘칼스텐’은 슐러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숙식을 제공하고 그림 재료들도 지원하는 조건으로, 사교계에서 인정을 받을 때까지 저택에서 비공개로 그림을 그리라는 것.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슐러는 칼스텐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합니다. 그러나 이 니르젠베르크에는 괴이한 소문이 하나 있었는데, 바르지 못한 문을 통해 그곳으로 들어간 자들은 결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모든 것이 미스터리한 니르젠베르크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코멘트] 글을 읽으면 꼭 어울리는 색들이 눈 앞에 펼쳐져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으로 꼭 그려보고 싶은 글이었어요.

 

이계리 판타지아 – montesur · 그림 문준수

ⓒ문준수

“온통 수초로 뒤덮인 늪은 사람의 인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다채로운 새들의 울음소리만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출간지원작인 <이계리 판타지아>의 우포늪의 전경을 멋진 펜화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새들의 울음소리만이 맴돌고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과 낡은 배가 방치된 텍스트의 이미지가 선연히 담겼습니다. 적막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이되는 듯 합니다. 역시 책으로 출간되기 전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코멘트] 128 * 190(mm) 크기의 종이에 파인테크 0.25 펜과 3B연필을 사용해 작업했습니다. 특유의 스산함과 끈적함, 동시에 뿌연 안개와 같은 입자로 뒤덮인 듯한 분위기와 함께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고 또 인상적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인 우포늪의 풍경을 그려보았어요.

 

MERRY CHRISTMAS!! – 글 노타우 · 그림 문준수 

“저 여기서 하룻밤 재워주시면 안 될까요?”

성탄절 전야 시골집을 찾아온 손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맞이 소일장 ‘굴뚝손님’에 참여한 노타우 작가님의 단편입니다.

[코멘트] 다시 읽어봐도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혀뿌리가 시큰거리는 멋진 글이네요.

 

어여쁜 증명 – 글 모로 · 그림 문준수 

ⓒ문준수

“꿈에서도 네가 나오면 좋겠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진행된 소일장 ‘두근두근 브릿G’에 참여한 모로 작가님의 단편 <어여쁜 증명> 팬아트입니다. 곧 대학생이 되는 이들의 추억을 반추하며, 설레는 마음 가득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달달한 이야기입니다. 학창시절의 설레는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섬세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멋집니다.

[코멘트] 작가님의 코멘트처럼 세포 속에 잠든 모든 봄을 끌어내는 듯한 아름답고 섬세한 글이었어요. 설레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팬아트를 작업하신 문준수 님이 궁금하시다면? 
  • 문준수 님의 작가 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 프로필 이미지에 대해 남겨주셨던 소개글과 다양한 그림 작업들을 만나보실 수도 있습니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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