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토크]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 유권조 작가를 만나다!

2026.7.22

“스스로 이해하고 있기론 현실을 끌어내기보다는 ‘판타지 세계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오랜만에 소개해 드리는 브릿G 토크, 이번 게스트는 올해 도서전에서 첫선을 보이며 많은 분들께서 차차 관심 가져 주시기 시작한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의 유권조 작가님입니다!

브릿G 오픈 후 지금까지 활동해 주시며 <성모 좀비 요양원>부터 판타지 웹소설 <오크 변호사>, 제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이야기 부문을 수상한 <침착한 종말>과 전자책으로 선출간되었던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에 이어 이번 종이책 시리즈까지, 유권조 작가님과는 여러모로 다양한 작업을 함께해 왔는데요. 2023년 전자책으로 출간되어 예스24 전자책 종합베스트 1위까지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연중무휴 던전’이 두 권의 시리즈로 나오기까지, 출간에 대한 소회는 물론 담당 편집자로서 느꼈던 창작 스타일과 여러 주변적인 궁금증을 한자리에서 풀어 보는(?)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2021년 당시 브릿G 숏터뷰 첫 번째 게스트로서 함께 나눠 주신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때 미처 묻지 못했던 화려한 프로필 사진에 대한 비하인드부터 앞으로 브릿G에 바라는 점까지 비슷하고도 다른 이야기가 즐거이 오갔던 것 같습니다. :grin:

당연히 브릿G 토크를 기념한 이벤트도 하단에 준비했습니다. :!: 다만 이번에는 최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려 이벤트 내용 먼저 확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욕심만큼 댓글 독려를 위한 잔재주라고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특별히 작품 내용과 긴밀히 연관된 굿즈도 한정으로 제작했으니까요,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wish:

 

 

📍 본격 ‘던전 덕질’ 시리즈의 시작?!

🗣브릿G 작가님, 안녕하세요. 질의서 한번 쭉 보셨을까요.

👾유권조 사실 평소에 생각을 정리해 놓질 못하는 편이어서요. 참고할 수 있을 만한 게 있을까 해서 블로그나 다른 데 썼던 글 같은 것들을 조금씩 보고 오긴 했는데, 결론이 깔끔하게 나지는 않았습니다.(웃음)

 

🗣브릿G 작가님과 서면 인터뷰를 했던 것도 벌써 5년 전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사실 그때도 여쭤보고 싶긴 했는데 당시 답변지와 같이 주신 사진의 인상이 굉장히 강렬했거든요. 어떤 행사에서 사회를 보시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그 사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웃음)

👾유권조 스스로 인생 경력이 조금 지저분한 편이라 생각하는데요, 사진은 직업 군인을 꿈꾸던 시절입니다.

 

🗣브릿G 정말요?

👾유권조 오랫동안 있으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잘 되지는 않았고요. 군에 있을 때 부서장이라고 해야 하나요, 과장님(참고로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과장으로 소통하기로 합의(?) 봤습니다.-편집자 주) 입장에선 주간님 같은 분의 아기 돌잔치가 있었는데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읍내 오일장에 가서 몸뻬와 화려한 의상을 샀었어요. 동기랑 같이 축하 무대를 했는데 아마 싸이의 「챔피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웃음)

 

🗣브릿G 여튼 당시 서면 인터뷰에서 저도 되게 많은 걸 물어보고, 작가님께서도 많은 답변을 주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번 책 중심으로 질의서를 정리했는데, 일단 진짜 궁금했던 건 이것 하나긴 합니다. 던전에 대한 관심이랄까요? 책 뒤표지에도 ‘유권조가 열어젖힌 던전 덕질 시리즈’라는 문구를 쓰기도 했는데, 사실 ‘덕질’이라는 표현 때문에 다른 걸로 바꾸라고 하시려나 했는데 의외로 무탈히 통과됐거든요. 던전을 메인 테마로 삼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유권조 첫 질문부터 말을 조심히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제가 던전을 그만큼 좋아하고 잘 아는지를 모르겠어요.

 

🗣브릿G 정말요??

👾유권조 예를 들자면 「D&D」 TRPG나 직접 파생된 게임은 여태껏 플레이한 경험이 없어요. 물론, PC게임 등을 즐기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또 건너 건너 영향을 받았겠지만요. 그래도 던전에 대해서 얼마큼 내가 알고 있을까라고 자문하면 출간 사후에야 쌓은 지식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던전에 대한 책을 냈으니까 조금 더 알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브릿G 아니, 정말요.(웃음) 그 냈다는 기준은 언제인 걸까요?

👾유권조 전자책으로 출간된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던전을 주제로 책을 썼으니 던전에 대한 소양을 보다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본 기억이 있어요.

 

🗣브릿G 쓴 다음에요? 어떻게 그런.(웃음)

👾유권조 비슷한 사례로…… 제가 처음으로 출판 기회를 얻었던 게 「성모 좀비 요양원」이라는 단편인데요. 당시에 달렸던 브릿G 단문응원 중에 조금 뜨끔했던 내용이 있었어요. 좀비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갖추고 이런 이야기를 쓰다니 잘 읽었다는 뉘앙스로 남겨 주셔서 ‘어쩌지?’ 싶었던 것 같아요.

 

🗣브릿G 호평이었는데도요.(웃음)

👾유권조 네,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본 좀비 콘텐츠가 밀라 요보비치가 나온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였는데 좀비를 장르로서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그 얘기를 했다가는 뭔가 지탄을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비 장르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리메이크 작이긴 하지만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영화를 부랴부랴 뒤늦게 찾아서 봤어요. 60년대의 원작도 아니었지만 제가 보던 「레지던트 이블」에 비하면 ‘너무 느린데’ 하면서(웃음) 열심히 참아 가면서 본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덕력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부분에선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해요.

참고로 브릿G에서 던전에 대해 처음 썼던 건 「데일리 던전: 특별 한국어판」이었는데요.

 

🗣브릿G 단편이었죠?

👾유권조 네, 그 단편을 썼을 때 반응이 좀 좋았어서 유사한 이야기들이 파생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D&D」에서 멀리 넘어온 「드래곤 퀘스트」 같은 시리즈나 거기서 영향을 받은 콘텐츠들을 즐긴 건 분명히 맞고, 판타지류의 이야기들을 계속 즐겼던 것도 맞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제가 쓰는 이야기 대부분이 그렇지만, 제가 덕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좀 생각을 해서요. 사실 덕질을 하면 훼손하면 안 되는 지점들이 분명 있잖아요.

 

🗣브릿G 그렇죠. 뭔가 정통성도 지켜야 하고요.

👾유권조 정통성이나 규칙도 있고 클리셰도 있고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는데, 제 글에는 그런 게 없어서 오히려 계속해서 파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제가 덕질을 하고 싶어서 썼던 글들은 보통 조회수가 안 나와서 더 못 쓰기 때문에 그렇고요.(웃음)

 

 

🗣브릿G 아앗…… 역사물일까요?

👾유권조 뒤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과 섞여 있기도 한데, 사실 연중무휴 시리즈의 「골렘과 이끼」나 「던전장」 같은 에피소드가 쓰는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들이라서요.

 

🗣브릿G 아, 그렇군요. 서정적인 분위기나 톤이랄까 다른 에피소드들과 좀 다르긴 하잖아요.

👾유권조 그 작품들이 각 권에 맨 마지막 에피소드로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만큼은 앞에 써 놓고 몰래 욕심으로 틈새에 살짝 끼워 넣는 느낌이랄까요.

 

🗣브릿G 그런데 정말 끼워 넣은 듯한 의도가 느껴졌어요. 대미랄까요,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 되게 적절한 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유권조 과장님께서 ‘느슨한 연결점’이라고 표현을 해 주신 부분이 있는데요. 앞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좀 더 채울 수 있겠다 싶은 부분에서도 오히려 조금 물러나야 했던 지점들이 있기는 하거든요. 그래야만 독자분들이 지치지 않고 읽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마지막 이야기들은 느슨하다기보단 약간 휑한 느낌이거든요. 장르적인 클리셰 같은 것들도 크게 안 챙겨 주는 부분들도 있고요.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브릿G 아니에요, 뭔지 알 것 같아요. 정리하면 됩니다. 괜찮습니다.(웃음)

👾유권조 회사에서 이렇게 이런 식으로 말하면 혼날 텐데요.

 

🗣브릿G 회사가 아니니까요.(웃음) 마지막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글쓰기 취향이기는 한 거네요.

👾유권조 원래도 게임 같은 걸 하더라도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유형을 더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거든요. 일러스트로 본다면 횃불을 들고 어두침침한 곳으로 들어가는 하강하는 이미지보다는 탁 펼쳐진 곳에서 왔다 갔다 하는 쪽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히려 이쪽에 제 개인적인 취향을 이식하기가 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브릿G 아니, 그럼 뒤표지 글과 보도자료 전부 다 잘못 쓴 것 같은데 어떡하죠? :holding-tears: 

👾유권조 아니에요, 되게 좋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브릿G 어쨌든 대중에게 좀 더 쉽고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쓴 표현들이니까요.(크흙…)

👾유권조 저는 약간 ‘납품 업자의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쓰는 건 쓰는 거고요. 올바른 용어가 생각이 안 나는데 각자의 곤조라고 하는 것을 덜 주장하는 게 세일즈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실무에 친화적이지 않은 사업체 대표분들과 실무적인 대화를 해야 할 때가 종종 생기는데요. 실무 특성을 이해받지 못해 업무 진행이 어려워지는 일이 더러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경험들 탓인지, 출간 과정에서의 실무에서는 제 의사를 최대한 덜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래서 ‘업계 친화적인 납품업자가 돼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웃음)

물론 제가 분명 지키고 싶어 하는 게 있기는 하죠. 사실 과장님께서 지켜 주시는 것 중에 ‘~ㄴ 때문이다.’라는 어투를 아직 못 고치긴 했는데요.(예를 들자면 ‘이런 인터뷰가 어려운 때문이다.’-유권조 주)

 

🗣브릿G 아닙니다, 예전에 제가 너무 과하게 본 것들도 분명 있었고요. 사실은 그런 어투를 굳이 고칠 필요가 없죠. 어쨌든 「데일리 던전: 특별 한국어판」으로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쓰신 거잖아요. 그러면서 던전에 대한 나만의 어떤 시각이랄까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야겠다거나 하고 의도적으로 좀 생각하셨던 걸까요?

👾유권조 제 기억으로 한 15년~20년 전쯤 지하철에서 무가지가 많이 배포되던 시절이 있었어요.

 

🗣브릿G 네, ‘메트로’ 같은.

👾유권조 그때 무가지를 봤던 경험이랑, 게임 잡지를 봤던 경험이 아마 좀 결합이 된 걸로 기억을 해요.

게임 잡지는 외부에서 어른들이 보는 시선에 비하면 굉장히 깊고 딥한 기사들을 항상 다루고 있었고, 무가지는 기존의 신문에 비하면 굉장히 얕은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상반되고 이색적인 부분들이 좀 섞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게 맞는 대답이 될까요?

 

🗣브릿G 네, 그럼요. 던전에 대해 쓰려고 했을 때 그런 포맷이 생각났던 거네요.

👾유권조 그렇죠. 어릴 때에는 게임을 직접 구매해서 즐기기 어렵다 보니까 그나마 명절 용돈을 모아 살 수 있었던 건 게임 잡지 정도였어요.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예전 게임 잡지에는 스크린샷과 대사를 함께 수록하는 형태의 공략 중심 콘텐츠가 담기고는 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하나씩 읽으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분을 즐기던 유년 시절이었는데, 그런 식의 경험을 던전으로 픽션에서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약간 공략집이나 정보 전달지의 성격으로 「데일리 던전」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는 그런 분위기가 조금 퇴색되기는 했는데, 초반에 연재 형식으로 「데일리 던전」을 꾸릴 때 광고를 받겠다는 시도도 했었거든요.

 

🗣브릿G 맞아요! 실제로 작품 내에 광고를 모집하고 발행도 하셨었잖아요.

👾유권조 다른 분들이 브릿G에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들 광고도 하고, 가로세로 낱말 퀴즈 같은 것도 만들고요. 웹 디자인과 UI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더 뻗어 나가지 못하기는 했지만요.

또 초반에는 분명한 지형적인 특성이나 던전의 특성 같은 것들을 조금 구체화시키며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면 할수록 ‘이거 안 먹히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웃음)

 

🗣브릿G 아, 정말요.(웃음)

👾유권조 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느슨하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점점 단편적인 이야기 위주로 가다가 여기에 이른 것 같습니다.

 

출처: <데일리 던전: 한국어판> 작품 중에서

 

🗣브릿G 그렇게 브릿G에서 연재를 하셨고, 어느 날 갑자기 『연중무휴 던전: 던전의 12가지 모습』(이하 『12가지 모습』) 원고를 주셨잖아요. 그랬던 게 맞지요?

👾유권조 『12가지 모습』 원고는 갑자기 드렸던 게 맞는 것 같아요.(웃음) 시기상으로는 2022년도에 4회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받고 단행본을 내 주신다는 이야길 들어서 ‘단행본? 낼 게 없는데 어떡하지’ 하고 있던 차였던 거 같아요.

 

🗣브릿G 아, 맞아요. 잘못 기억하고 있었네요. 단편집 같은 걸 꾸릴 수 있다고 제가 여쭤봤었던 것 같아요.

👾유권조 시기적으로 선후 관계가 조금 헷갈리기는 해요.

대화가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 제가 수다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한 지가 조금 오래돼서요. 요즘 평소 대화 내용이 주로 ‘따야, 넨네루’ 이런 것밖에 없어 가지고요.(웃음)

 

🗣브릿G (큰 웃음)

👾유권조 그전에 게임북 작업에 잠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같은 출판사에서 ‘마왕성 취업 가이드’ 같은 식으로 기획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도서보다는 아트박스와 같은 매장에서 판매하던 「연애고사」 같은 형태로 기억해요. 논의 중에, 해당 출판사 대표님께서 원고를 다듬어 일반 도서로 출간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보다 규모가 있는 출판사에 먼저 출간 제안을 해 보라는 조언을 주셨는데요. 그렇게 과장님께 메일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마음이 갈팡질팡해서 반년 정도, 정신없이 이것저것 막 쓰던 시기였어요. 「침착한 종말」을 쓴 시기였고, 웹소설 『휘안: 개벽의 군주』와 『테마는 용사로 정했습니다』도 그때 썼고, 『12가지 모습』도 그때 썼던 거니까요.

 

🗣브릿G 정말 다양한 장르로 많이 쓰셨네요.

👾유권조 원래 브릿G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떠오르면 그냥 작품 편집기에 그대로 써서 올리는 식이었는데, 그때는 일단 비공개로 완결까지 다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점차 들던 참이기도 했어요.

 

🗣브릿G 어쩔 수 없이 그렇게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다른 작가님들도요. 처음에는 홍보나 네트워크를 위해서 무료로 작품을 공개했다면 나중에는 좀 더 목적이 구체화되니까요.

👾유권조 약간 품질 유지 같은 느낌도 좀 있는 것 같고요. 불량률이 덜 올라간다고 해야 하나요.(웃음)

그래서 초기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반 개론서 같은 형태로 쓰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던전학 원론 개론’ 이런 제목으로 서사 없이 그냥 계속 『12가지 모습』의 서문인 「입구: 던전학 개론」 같은 수준으로 쭉 가려고 하다가, 머리도 아프고 분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만큼의 깊이를 갖기에도 어려움이 있겠다 싶었고요. 그러다가 「골렘과 이끼」를 썼어요.

 

🗣브릿G 앗, 그 에피소드를 먼저 쓰셨어요?

👾유권조 네, 사실 「골렘과 이끼」, 「던전장」 모두 가장 먼저 쓴 이야기들이거든요. 먼저 썼지만 ‘어, 이것만으론 낼 수 없다’ 하는 생각에.(웃음)

 

🗣브릿G 뭔가 냉철하시네요.(웃음)

👾유권조 시장에 대한 예의는 조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결국에는 쓰면서 즐거운 것들만 남아 있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캐치볼을 할 때처럼 대화 상대방과의 예의 같은 느낌은 갖춰야 되는 부분들을 채워 갔던 것 같고요. 「데일리 던전」에 이미 던져 놓은 이야기들 중에 하나씩 뽑아오기도 하고,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둔 단어라든지, 「극한 직업」이나 「세계 테마 기행」 같은 방송에서 하나씩 가져오기도 하면서 완성이 됐어요.

그때는 장편에 대한 욕심도 분명히 있었지만 완성된 한 줄기의 장편으로 이미 두 개를 쓰고 있는 와중이어서, 단편의 모음이 좀 더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이야기의 성질 자체가 ‘던전’이라는 키워드로 하나의 장편을 만든다는 게 진입 장벽을 열심히 높이는 조합이었던 것 같기도 해서요, 『12가지 모습』은 최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게 목적이기도 했어요.

시장적인 측면과 함께, 사실 아내가 제 이야기를 잘 읽어 주는 편은 아니어서요.(웃음)

 

🗣브릿G 맞아요, 지난번 도서전에서 아내분 잠깐 같이 뵈었을 때 그렇게 말씀하셨죠.(웃음)

👾유권조 서로 좋아하는 장르가 좀 달라서 『오크 변호사』는 아직도 못 읽혔기 때문에요.(웃음) 그래서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는 읽히고 말겠다,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웃음)

 

🗣브릿G 아니, 『12가지 모습』은 첫 에피소드부터 그냥 소소하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을 텐데요.

👾유권조 그래서 그런 욕심도 조금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제가 쓰는 주로 이야기들의 원천 중에는 흔히 말하는 장르나 장르문학, 소설 콘텐츠와는 연관이 없는 환경, 사건들, 경험들이 되게 주요하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어서 그런 것들을 좀 살리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해요. 장르적인 문법이 좀 약한 편이기도 하고요.

 

 

 

🗣브릿G 그런가요?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계기가 있었고 여러 가지 시간들이 중첩돼서 이렇게 원고가 만들어지게 됐군요. 처음 『12가지 모습』 원고를 주셨던 당시에 말씀하신 도감류의 종이책 이야기도 해 주셨었는데, 그때 바로 어떤 결정을 못 했던 게 시장의 상황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저희는 투고 원고를 받는 기준이 200자 원고지 800매 이상으로 되어 있긴 한데, 요즘엔 그 미만이어도 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중편이거나 경장편이라고 봐야겠죠.

몇 년 사이에 짧은 호흡의 소설과 작은 판형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올라가서 저희도 그런 시도를 비교적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 원고를 주셨을 때 이제 종이책으로 시도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 거죠. 전자책으로 먼저 나오고 이번에는 다른 형태의 종이책으로 나온 건데, 여러 출간 형태를 겪어 보신 데 대한 전반적인 소회는 어떠신가요.

👾유권조 다른 수상작들 틈에 끼어들어 단편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기회를 얻었고 전자책 형태로는 단편부터 장편까지 낸 다음에, 장편 가까운 분량의 종이책도 내게 됐으니 그래도 이 정도면 웬만치 이뤄 봤구나 하는 소회가 있기도 해요. 다만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로 종이책 장편을 냈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종이책 장편으로 단추를 끼우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브릿G 그렇죠. 저도 표지에 연작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쓰기도 했고요.

👾유권조 내가 장편 종이책을 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는 하는데요.(웃음) 플랫폼의 수혜도 있긴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학부생 시절에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진 진입 장벽의 수혜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브릿G 어떤 부분에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생각하세요? 단행본 시장에서요?

👾유권조 단행본 시장이나 전자책을 포함해서 출간의 기회라든지 전반적인 것에 있어 좀 수혜를 보고 있는 세대의 한 명이 아닐까 해요. 예전에 비해 발굴을 위해 투하하는 예산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브릿G 맞아요. 공모전도 그렇고.

👾유권조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예전에는 출판 시장이 ‘뚫고 올라와 봐’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더 해 봐’ 같은 느낌의 기회 부여들이 좀 많다고 느껴서요. 그래서 이런 수혜를 보는 시기에 더 열심히 노를 저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하기도 해요.(웃음)

결론부터 내놓자면, 종이책 장편 출간에 대한 막연한 꿈은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담아내는 여러 모습 중에서도 한 권의 종이책으로 담은 장편을 스스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붙이자면…… 제가 처음 쓴 소설은 일본의 팔콤에서 개발한 「영웅전설」이라는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팬픽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는데, 친척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물려받아 어린이 공룡 도서를 필사하던 즈음이었어요. 그러다 게임 속 모험이 끝난 게 아쉬웠는지, 뒷이야기를 멋대로 상상하며 썼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는 끝없이 이어지고, 뻗어 나가는 이야기를 이상적인 형태로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드래곤 라자』를 만났을 때에도 비슷하게 기억해요. 도서 대여점에서 소설과 만화책을 빌려보는 게 일상이었고 많은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거든요. 끝내 결말을 읽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고요. 그러다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는데, 사뭇 다른 분위기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뭘 인상 깊게 봤느냐라고 물었을 때 『분노의 포도』는 안 봤는데 어떡하지 싶고, 『에덴의 동쪽』을 재밌게 봤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았고요.(웃음)

물론, 대학에서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보다 적은 분량 안에서 매듭을 짓는 이야기를 많이 만났고 덕분에 저만의 색깔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제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제게는 큰 자산으로 남았다고도 생각해요. 인상 깊게 남아 있기로는 『백년의 고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허삼관 매혈기』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분량에 있어서는 단편과 장편 사이에서의 매듭을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홀로 읽으며 작업 중인 장편 원고가 있기는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조금 도전적인 예산 사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 종이책 장편 출간이라는 경험에는 욕심이 있기는 합니다.

 

🗣브릿G 도전적인 예산 사용이요.(웃음)

👾유권조 이건 번외로 떠오른 질문이긴 한데요, 그 특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로 황금드래곤 문학상 단행본 출간 특전을 이제 사용한 걸로 봐야 되는지.(웃음)

 

🗣브릿G 아, 아닙니다. 어쨌든 책을 내셨으니까요, 단편집이든 장편이든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웃음) 제가 전담 편집자처럼 되어서 다른 편집 스타일도 경험해 보고 싶으실 것 같은데, 스타일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작가님 스타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요.

 

 

 

📍 ‘이게 이어지는 시리즈가 될까?’라는 고민
🗣브릿G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제가 잘 이해한 건진 모르겠는데 『12가지 모습』은 느슨한 연결점도 있지만 메타픽션 설정이 조금 더 부각되었던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 번역했다는 콘셉트도 그렇고요. 그런 의도가 맞을지 모르겠네요.

👾유권조 『연중무휴 던전: 관계자 외 취재 금지』(이하 『관계자 외』)의 첫 번째 버전은 노트북이 고장 나서 확인이 안 되지만, 초고는 『12가지 모습』처럼 저자의 서문과 번역자의 옮기는 말이 이어지는 사실상 같은 구조로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고서 같은 걸 날짜만 바꿔서 쓰듯이 바꿔서 담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도 사실인데.(웃음)

가장 걱정됐던 건 ‘이게 이어지는 시리즈가 될까? 안 될까?’라는 고민을 했을 때 내가 실익이 없는 스스로의 전통을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콘텐츠가 됐든 뭐가 됐든 모든 시리즈에는 시리즈만 가지고 있는, 스토리나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지만 팬들만 즐길 수 있는 전통 같은 부분들이 있잖아요. 구조적으로 그런 전통이 만들어졌을 때 ‘이게 그렇게까지 이 시리즈를 살릴 수 있는 구조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렇게 크진 못했던 것 같고요.

 

🗣브릿G 그런 메타픽션 설정이요?

👾유권조 메타픽션 설정도 그렇고 사사메토 쿤탄이라는 저자를 내세우는 것도요. 한편으로는 이런 설정을 가짐으로써 할 수 없는 제약들이 너무 많아지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12가지 모습』도 그렇고, 왜 이걸 이 사람이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야 된달까요.

 

🗣브릿G 그렇죠. 그런 부분 때문에 『12가지 모습』에서는 ‘탐사 보고서’의 형식으로 각 에피소드 말미에 설명을 덧붙여 주시기도 했죠.

👾유권조 또 『12가지 모습』을 쓸 때는 후속권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써야겠다 싶었던 몬스터들을 사실상 다 썼고요.(웃음)

그다음에 추려 봤을 때는 너무 마니악해진다고 느껴졌어요. 흔히 언데드라고 했을 때 「D&D」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리치’라든가, 언데드가 아니라면 ‘비홀더’ 같은 다양한 몬스터의 형태들을 다룰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으면 ‘그게 뭔데?’가 되기 때문에, 저는 첫 편 같은 경우는 드래곤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것부터가 굉장한 진입 장벽이 될 거라는 걱정을 좀 하긴 했었거든요.

분명 좋아하시는 분들은 드래곤은 팔이 있어야 된다, 없어야 된다, 날개가 익룡처럼 붙어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갈릴 것이기 때문에 이 구조를 유지했을 때 그런 제약들이 커질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래서 사실 『12가지 모습』에서는 ‘엘프’라는 말을 안 쓰려고 ‘숲 요정’이라는 말을 썼었고요. 조금 의도적인 부분이긴 한데 첫 편에서는 ‘숲 요정’이라고 했으면서도 『관계자 외』에서는 굳이 굳이 ‘엘프’라고 쓰기도 했어요. 그렇게 『12가지 모습』과 『관계자 외』의 연결성을 좀 깨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리즈로서 1권과 2권이 아닌, 2권을 읽고 1권을 읽어도 되는 형태를 유지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관계자 외』의 시작도 처음엔 사사메토 쿤탄의 버전이었다가, 그다음에는 사사메토 쿤탄을 싫어하는 다른 학자의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12가지 모습>에 나오는 숲 요정과 산 난쟁이 일러스트(그림: 마리모)

 

🗣브릿G 『12가지 모습』에 나오는 그 미믹학자가 맞나요? 호리샤?

👾유권조 네, 그 사람의 이야기였다가 다음에는 세 명의 모험가가 던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구성을 했었어요. 모험가 세 명이 던전을 찾아가기 전에 나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고 하면서 각자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걸 『관계자 외』의 구조로 꾸리려고 했었는데, 그것도 이제 시점이 고정됐을 때의 제약들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얘기들이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연작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단편의 모음집이라고 했을 때, 최대한 왔다 갔다 하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돌고 돌아 결국에는 미믹을 들고 다니는 스켈레톤으로 정착하게 됐어요. 원래는 신관과 마법사와 전사 이렇게 세 명이 다니면서 약간 만담 같은 것들이 섞여 있기도 한, 액자 속의 액자 속의 액자 속의 액자식 구조 같은 느낌이었는데 쓰는 사람들의 욕심이 컸던 것 같아서 조금씩 쳐내게 됐어요.

 

🗣브릿G 일단 쓰신 후에 쳐내시는 걸까요? 아니면 그렇게 구상을 했다가 판단을 하시고 바꾸시는 쪽인가요?

👾유권조 주로 썼다가 후회하고 지우고 다시 쓰는 편인 것 같기는 해요. 대신에 보고서처럼 일부는 남기다 보니, 없던 좀비가 문장에서 자꾸자꾸 튀어나오는 그런 문제들이 생깁니다.(웃음)

 

🗣브릿G 저희가 제목 스타일을 정할 때도 작가님의 그런 의도가 느껴지긴 했어요. 첫 편 제목을 바꿀 순 없으니 후속권에만 넘버링을 해서 숫자 ‘2’를 붙일 것이냐, 아니면 두 편 다 시리즈로 넘버링을 할 것이냐 등등 논의가 많았는데 작가님은 숫자가 들어가길 원치 않으셨잖아요. 실제로도 뭘 먼저 읽어도 상관없게 쓰셨으니까 1권과 2권의 연결성을 끊으려던 의도가 잘 담긴 것이 결국 지금처럼 부제로만 구성이 된 것 같아요.

👾유권조 그러고 보니 『관계자 외』 초고에서 옮긴이의 말로 생각했던 것 중에 떠오르는 게 있는데, ‘첫 권은 소통의 오류로 인해 소설 매대에 꽂혔지만 이번엔 원래 의도대로 경제경영서 매대에 꽂히길 바란다’는 식으로 썼던 게 있기는 하네요.(웃음)

 

🗣브릿G 『12가지 모습』 전자책 후기를 보면 처음부터 독자들이 이 구성을 알고 읽는 게 아니니까, 읽다 보니 점점 연결점이 생기는 점도 묘하게 재밌다고 남겨 주신 의견도 꽤 있거든요. 이런 연결고리는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건지 좀 의도를 하고 넣으신 건지 궁금했어요.

👾유권조 『12가지 모습』 같은 경우 초기 원고에서는 선후 관계가 이렇게 된 거고 이 사람이 이렇게 되는 거다라는 식의 타임라인을 정확히 맞췄던 것 같아요. 근데 이건 감각보다는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학습된 부분들인 것 같기도 해요.

인터넷 유머 자료에서 본 건데 런던 시내에 1번과 2번, 4번 이렇게 숫자를 적어 둔 돼지를 풀어 두면 경찰들이 하루 종일 3번 돼지를 찾아다닐 거라는 거죠. 실제로 타임라인이 딱 들어맞진 않겠지만 이게 타임라인이 있나? 어딘가 이어지는 연결점이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까지만 열어 두게 된 것 같아요.

 

포맷별로 뚜렷한 차이가 있는 전자책/종이책 표지

 

🗣브릿G 처음부터 그런 연결점을 좀 염두에 두셨던 거긴 하네요.

👾유권조 네, 그리고 사실 음……. (말을 고르며) 대책 없이 떡밥 뿌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만큼 다 넣으면…….

 

🗣브릿G 너무 과한가요.(웃음)

👾유권조 그쵸, 요리에 고수가 지나치게 들어간 것처럼 즐기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요.(웃음)

제 취향은 있지만 조금 덜어 내고, 덜어 내고 하는 편이죠. 이제는 왕창 넣는 건 그나마 머릿속에서만 하는 편이기는 한데, 그래서 사실 머릿속에서는 한 줄기의 이야기에 가깝기는 해요. 대신에 나중에 마지막 과정에서 조금 타임라인을 비틀어 놓는 것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브릿G 맞아요. 질의서에 예시로 적은 건 『12가지 모습』에 나온 「자유 용사」 얘기인데 이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는 거는 용사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잔뜩 힘이 들어간 초짜였는데 나중에는 엄청 성장한 느낌이랄까요. 차분해지고 본인이 판단하기에 옳은 일을 깔끔하게 하고,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용의 그런 관계까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아까 연결해서 말씀해 주시긴 했는데, 『관계자 외』에서는 첫 편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개념에서도 이렇게 스켈레톤과 미믹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설정이 됐어요. 처음에 주신 제목이 ‘뼈가 든 상자’여서 딱 알맞긴 했는데 제목으로 조금 아쉬운가 싶어 논의드렸더니 지금의 부제를 주셨고요. 스켈레톤과 미믹이라는 게 전편에서 몬스터를 다 써서 그렇다곤 하셨지만 진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 같긴 한데 어떠신가요.

👾유권조 이미지로 떠올렸을 때 스켈레톤과 미믹이 가장 귀여웠던 것 같긴 해요. 머릿속에서 단편적인 한 이미지에 집착해서 쓰는 편이기는 한데, 『관계자 외』 같은 경우는 위에서도 달그락거리고 밑에서도 달그락거리는 그 총총걸음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뭐 그런 부분들을 묘사해 놓은 것들은 없긴 하지만요. 애초에 묘사를 하는 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미믹과 스켈레톤 feat.떨어진 취재 수첩(그림: 마리모)

 

🗣브릿G 음, 묘사는 꽤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그런 이미지적인 부분에서 좀 착상을 하시는.

👾유권조 그리고 『관계자 외』 같은 경우는 『12가지 모습』에 비해서 전면에 드러나는 듀오가 있는 이야기가 되다 보니까요, 장르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스켈레톤을 스켈레톤이라고 받아들이는 독자도 있겠지만, 어쨌든 핼러윈으로 이미 익숙한 해골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미믹은 그것보다는 좀 더 진입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글쎄요, 케르베로스까지만 해도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을 해서요.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자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덜 진입 장벽이라고 느끼는 걸 고르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모르겠어요, 지금 발언이 인터뷰용 발언인지 진심인지는 저도 헷갈리기는 하는데.

 

🗣브릿G 인터뷰라고 구분하시는 건가요.(웃음)

👾유권조 스켈레톤이 미믹을 들고 다니는 이미지에 천착했던 게 가장 첫 번째인 것 같고, 그러다가 미믹 속에 스켈레톤을 잠깐 보관해 놨다가 나오는 장면 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브릿G 그렇군요. 특별히 좋아하는 몬스터여서는 아니었던 걸로.

👾유권조 미믹은 조금 좋아하게 된 것 같긴 해요.

 

🗣브릿G 쓰시면서요?

👾유권조 『12가지 모습』에서 「미믹 문답」이라는 에피소드를 쓰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 커진 것 같아요.

 

🗣브릿G 저는 「장송의 프리렌」 보면서 미믹이 조금 좋아졌어요.(웃음)

👾유권조 네, 둘 다 감정 표현을 외부로 드러낼 수 없는 캐릭터들이라서 매력적인 점도 있는데 대신에 뚜껑이 덜덜덜 걸린다거나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요.

🗣브릿G 그러네요. 진동이나 울림 표현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근데 미믹의…… 그 내부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미믹이 굉장히 방어적으로 반응하잖아요.(웃음) 내부에서 수건이 묘하게 균형을 맞춰 준다거나 하는 게 정말 너무 재밌었어요.

 

©장송의 프리렌

 

 

📍 후속권에서 달라진 던전의 변화와 위상?!

🗣브릿G 편집을 하면서 보도자료에 쓸 만한 내용을 추리다 보니까 『관계자 외』는 확실히 던전 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몬스터들 입장에서는 정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갔잖아요. 『12가지 모습』에서는 던전의 자연스러운 역동성에 대해 이야길해 주셨다면 『관계자 외』에서는 달라진 던전의 위상이 많이 돋보였던 것 같은데, 이런 부분도 생각하셨던 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유권조 학습된 부분이라고 한다면 ‘내가 쓰고 싶은 걸 어디까지 참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들은 항상 하게 되는데요. 일단 확실히 쓰고 싶은 걸 전부 다 쏟아내는 건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긴 해요.

사실 『12가지 모습』에서 풀어내지 못한 던전의 생태나 형태들이 좀 남아 있기는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후속권에서 풀어내는 게 일반적인 수순에서 맞기는 한데, 독자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기대하는 바가 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12가지 모습』과 『관계자 외』의 분위기 자체도 의식적으로 많이 다르게 가져간 부분들도 있고요.

글쎄요, 그사이에 회사 생활의 어려움이 반영되었나라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브릿G 아니, 저도 직장인으로서 공감이 많이 가는 에피소드가 많아서요.(웃음)

👾유권조 『관계자 외』에 수록된 「(경) 마왕 퇴치 기념 (축)」의 수건 얘기는 행사 성격의 업무를 수행할 때의 경험이 녹아 있지 않나 싶은데요. 아무래도 행사의 본질만큼이나 의전적인 부분을 의식하게 되니까요.

 

🗣브릿G 아! 그 등장이나 발언하는 순서라든지, 특정 조직의 기수라고 해야 하나요?

👾유권조 네, 그게 주요 업무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런 에피소드도 조금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한편으로 품고 있는 마음 중 하나가 내 개인의 경험을 최대한 쓰지 말자는 것이긴 하거든요. 그런데 부족한 분량을 참지 못하고 조금…… 들어가게 되지 않았나.(웃음)

 

🗣브릿G 어쨌든 그런 아이디어가 저는 되게 재밌었거든요. 토벌은 피하면서도 모험가를 불러들여서 어쨌든 던전에서 최대한 수익을 꾀해야 하는 몬스터들의 생존기에 담긴 시선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설계 의도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유권조 『12가지 모습』을 쓸 때는 좀 심신이 편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관계자 외』의 「던끌」 에피소드는 쓰면서 가장 긴장했던 파트이긴 해요. 다른 에피소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현실에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를 끌어와서 쓰는 식으로 해석해 주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자칫 너무 들어가면 조롱이 되어 버릴 수도 있는 부분들이 걱정이 돼요. 너무 딥한 이야기긴 하지만 읽는 분들 중엔 영끌을 하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가치 판단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장르적인 문법이나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지나치게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될까 걱정되는 점도 있죠. 키캡이 인기라고 해서 그냥 정말 키캡을 갖다 파는 수준이 될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요. 그런 지점들이 한데 모여 가장 걱정스러웠던 게 「던끌」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사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아는 건 아니고 대략적인 분위기나 밈 수준에서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 보니까, 어느 정도에서는 느슨한 연결점인 척하고 있는 부분들도 있죠.

 

 

🗣브릿G 그쵸, 그런데 편집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동산이라든가 AI 같은 소재들이 보도자료에 담기 좋은 내용이기는 했답니다.

👾유권조 선후 관계는 저도 좀 헷갈리기는 하는데, 스스로 이해하고 있기론 현실을 끌어내기보다는 ‘판타지 세계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예를 들면 『12가지 모습』과 『관계자 외』에서도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 중에 던전과 판타지성 모험에서의 화장실 문제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브릿G 헉!

👾유권조 왜냐하면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누구도 그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지 않잖아요.(웃음)

 

🗣브릿G (큰 웃음) 그쵸, 신비로움을 깰 수 없으니까요.

👾유권조 하루에도 굉장히 빈번하게 필요한 요소인데. 이런 세계, 즉 현실이 아닌 세계를 현실 속 현실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갈 때의 모습들이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제가 현실에서 지닌 시선과 지식을 가지고 바라볼 뿐이지,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싶은 마음이 앞서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브릿G 네, 이해했습니다. 재밌는 시선이네요. 화장실 이야기는 꼭 써 주시면 좋겠는데요.(웃음) 그런 건 사실 포션병 이야기도 마찬가지잖아요. 수거는 누가 하냐, 청소는 누가 하냐 이런 게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질문인 것 같아요. 유실물 센터라는 설정 자체도 기발한데, 실제로 이런 설정이 있진 않잖아요. 모험가들을 위한 생명 보험도 그렇고요.

👾유권조 보험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거든요.

 

🗣브릿G 아니, 무슨 일을 이렇게 많이 하세요.(웃음)

👾유권조 보험 약관과 상품 설명서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져 가며 읽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흰머리가 더 많이 났던 것 같은데.(웃음)

그런 걸 옮겼다기보다는…… 쓰고자 하는 글과 상관없는 지식을 습득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까요. 닿는 데까지 파고들다 보면 이미 콘텐츠화되어 있는 소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시선들이 생기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그런 게 취향이기도 하지만 항상 관련이 없거나 적은 콘텐츠를 감상하고, 경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도 「극한 직업」이나 「세계 테마 기행」을 좋아한다고 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익혀야 되는 주요 소양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릿G 맞아요, 간접적으로나마 접해 보는 게 중요한데 다양성이 너무 부족하죠.

👾유권조 그런 것들로 생긴 패턴 조각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그저 제가 어려서부터 습득한 각종 패턴들을 그때그때 무작위로 끼워 맞추다가 ‘어, 이 격자무늬 조합이 마음에 들어’라고 했을 때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상한 조각들이 운 좋게 잘 맞춰진 거 같아요.

 

 

🗣브릿G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AI에 대한 에피소드를 거쳐 여쭙고 싶은 질문입니다. ‘인간형 정령’이라고 했을 때 처음엔 바로 AI가 떠오르진 않았는데 그냥 읽다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생성형 인공지능의 은유더라고요. 정령술사는 프로그래머고요.

👾유권조 너무 대놓고 쓴다는 생각이 좀 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는 한데요, 처음에는 취업 시장 트렌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AI랑 얽히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저는 AI 구독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브릿G 어떤 것들을 쓰세요?

👾유권조 챗GPT랑 제미나이, 클로드랑 그록까지 쓰고 있어요.

LLM AI가 상용화되었을 때 한편으로는 ‘이제 굳이 사람이 안 써도 되겠는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개인적 판단으로는 이미 몇 년 전에 작가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뛰어넘은 것 같아요. 다만 불특정 다수가 회원 가입을 하고 결제를 해서 연산력을 나누어 쓸 수 있는 이 시점에 한 명 한 명이 쓸 수 있는 토큰의 수준이 작가를 뛰어넘지 않았을 뿐, 사실 연산력을 몇 명에게만 몰아주면 이미 작가는 필요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해요.

그래서 저는 편집자분들이 자연스럽게 작가의 역할을 흡수해 가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얼마 안 남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웃음)

 

🗣브릿G 정말요? 저는 편집자와 작가의 역할과 역량이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유권조 아마도 점점 편집자분들이 휘하로 다루는 AI 에이전트의 형태로 작가들이 남아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몇 년 전부터 ‘스포츠로서의 글쓰기가 남아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간신히 하고 있기는 하고요. 그나마 개인적인 바람이고 위안이기는 한데 사실 사람보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는 있지만 굳이 차 떼고 포 떼고 달리는 사람들의 경주를 바라보듯이, 어차피 AI가 훨씬 더 잘 쓰지만 사람들끼리 AI 빼고 쓰는 걸 스포츠처럼 바라보는 게 그나마 낫지 않을까, 그런 영역으로서 남아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브릿G 그런 AI에 대한 관심사나 우려하시는 바가 반영이 된 건지.

👾유권조 글쎄요, 제가 살아 있는 중에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순수하게 직업으로서의 작가는 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의회(유권조 작가의 단편 「침착한 종말」에는 각 의회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다는 설정이 등장합니다.-편집자 주)나 이런 것들보다도 사실 이미 시장성이 말로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조금은 하고 있어서요. 제가 이렇게 출간 기회를 얻게 된 것 중에도 어느 정도는 도서가 굿즈로서의 기능을 조금 더 갖게 되면서 생명 연장을 조금씩 해 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거든요.

 

🗣브릿G 그쵸, 최근에 마친 도서전의 분위기도 마찬가지고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죠.

👾유권조 그래도 확실히 작가보다는 편집자가 좀 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브릿G 그런데 사실 AI 문제가 슬쩍 엿보이는 에피소드인 「순무 상회」 자체는 현상을 다루면서도 나름 쾌활한 일화처럼 마무리가 돼서 그럼 뭔가 좀 불안감을 크게 주는 느낌으론 남지 않았던 것 같아요.

👾유권조 그래서 이런 AI를 다루는 콘텐츠나 스토리가 주로 두 종류인 것 같아요. 하나는 정말 종말로 끝이 나는 이야기라면, 다른 하나는 ‘하지만 인간에겐 이게 남아 있으니까’라는 것 같은데요. 사실 후자는 시의성이 이제는 조금 떨어지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인간형 정령’ 파트는 결국 출간된 버전이 뭐였는지 저도 헷갈릴 정도로 버전이 조금 많이 왔다 갔다 하긴 했어요. 세 모험가가 이야기하던 중에 정령술사가 뛰어 들어오는 이야기였다가, 만들어진 인간형 정령이 아니라 고대의 정령 같은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고…… 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웃음)

 

🗣브릿G 작품 자체는 명쾌하게 메시지를 주는 느낌은 아니어서 저는 좋았어요. 메시지를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신 것 같아서요. 근데 그냥 내용 자체가 지금 사회에 시의성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 독자들도 관심 있게 읽었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얘기를 듣고 문득 떠올랐는데, 예전에 김영하 작가가 AI가 결국 작가를 대체하지 못할 거라고 진단한 이유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떤 소설을 읽었는데 이 글이 결국 AI로 쓰였다는 것을 안 순간 독자들의 감정이 싸늘하게 식을 거라는 거죠. 왜냐하면 어떤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경험해 보지 못한 기계가 쓴 글이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거든요.

👾유권조 음……. 제가 뜸을 들이고 있는 건 발언 자체에 대한 조심성 때문인데요. 사실은 시기의 문제라고는 생각을 해요. 좀 멀리 돌아가는 이야기이긴 한데 자연 선택이라고 하잖아요. 기린이 목이 길어지고 싶어서 길어진 게 아니라 결국 목이 긴 개체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전되었다고 했을 때, 글이라고 하는 매체 자체가 결국 시장과 떨어져 있지는 못하다 보니까요.

‘이 글은 AI가 썼습니다’라는 문구에는 저도 감정이 많이 식을 것 같긴 하거든요. 그런 것에 감정이 식는 독자들이 계속해서 유지되면서 시장을 받쳐 줄 것인가라고 했을 때 지금은 분명 그렇겠지만 100년 후, 200년 후 시간이 지났을 때 과연 자연적인 시장에 남겨 놓는 게 누구일지 싶은 거죠.

최근에 그 자체로 파삭 식었던 일인데, AI로 만든 엄청난 양의 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면서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잖아요.

 

🗣브릿G 네, 딸깍 출판으로 논란이 됐었죠.

👾유권조 결국 시장의 선택이라는 말을 쓰지만, 결국에는 시장에서는 생존을 한 형질이 유전될 거기 때문에요.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살아생전에 ‘그래, 결국에 AI보다는 사람이 작가로 남아 있었어’라는 걸 보고 눈을 감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긴 한데, 그다음 세대에서는 그 형질이 유전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좀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진단으로서는 당연히 맞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이 흐름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라고 했을 때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릿G 그쵸, 알 수 없는 일이죠. 사실 그 발언도 벌써 오래전 얘기이기도 하고요.

👾유권조 여러 AI를 쓰면서 기대했던 것 중에는 내 원고들을 마구 집어넣고 내 스타일로 써 달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이제 딸깍딸깍하면서 원고를 뽑아내야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아직 개인에게 할당된 토큰으로는 그런 것들은 못 하는 것 같아요.(웃음)

 

🗣브릿G 유료로 구독을 해도요.(웃음)

👾유권조 네, 그런 기능은 각자 개발한 업체에서는 내부적으로 좀 돌리고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내부 프로젝트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클로드에서 연산력을 좀 몰아주면 이미 고전 작가들처럼 다 쓰고 있지 않을까. 다만 그 정도 자원을 쓸 정도로 출간 시장이 정복하고 싶은 시장인가? 했을 때 고개가 갸웃해지는 점이 어떻게 보면 출간 시장의 생존을 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물론, 시장에서의 생존과 글쓰기의 가치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없어지더라도 저는 글을 계속 쓰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브릿G 이 부분도 제가 좀 메시지로서 내세웠던 부분이긴 한데요. 보도자료에도 ‘비주류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표현도 썼는데, 어쨌든 『12가지 모습』과 『관계자 외』 공통적으로 모험가나 용사뿐만이 아니라 여러 몬스터들이 주인공의 지위를 얻잖아요.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장르의 규칙 같은 것을 깨는 부분들을 저는 되게 재미있게 읽었고 장점이라고 느꼈는데…… 음, 제가 뭘 물어보고 싶었던 걸까요.(웃음) 왜냐면 점점 대화를 나눌수록 이런 클리셰를 전복하려고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게 딱히 아닐 것 같아서요.

👾유권조 클리셰를 비트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지점들은 있기는 해요.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반골 기질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번 이야기도 그렇고, 다른 이야기에서도 그런 지점들이 있어요.

다만, 「침착한 종말」의 심사평을 봤을 때, 좀 전에 말씀드린 「성모 좀비 요양원」에 달린 댓글처럼 약간 ‘어……?’ 하게 되는, 다양한 비유와 다양한 이야기로 심사평을 받은 일이 있는데요.(웃음)

 

🗣브릿G (웃음) 표정이 왜 그렇게.

👾유권조 ‘어쩌지’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되는데요.(웃음) 사실 그렇게 느슨하고 비어 있는 부분을 지나치지 않는 선에 두면, 읽는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만큼 알고 있는 것으로 빈 부분을 채워 주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생각보다 제가 쓴 이야기들에서 소수자나 비주류, 마이너 같은 키워드로 읽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그걸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기는 해요. 예를 들어서 소수자 인권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 내가 그만큼의 고찰이 있는 사람인가 했을 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기도 하고요. 그런 지점에 있어서 계산하거나 전략적인 부분은 사실 없기는 하거든요.

근데 어쨌든 써 놓고 보니 이러니까 뭘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소수자라고 하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얕지만 저는 넓게는 비주류라고 하는 영역 안에서 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비주류로 인식하는 지점들은 저도 있는 것 같고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말을 조심해서 해야 될 것 같긴 하지만 인정 욕구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 걸쳐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살면서 정말 나는 주류 사회의 일원이고 메이저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이는 없을 거잖아요. 저는 스스로 해소하지 못한 인정 욕구에 대한 부분들이 소설에서 이런 비주류적인 모습으로 나오고 있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긴 해요.

개인적인 경험이라기보다도 사회 전반적으로 누군가의 인정 욕구를 채워 주는 프로세스가 그렇게 잘 되어 있지 않다고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다음 인정 욕구를 이렇게 갈구하고 채워야 되는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고 다이내믹하고 에너제틱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모두가 매일매일 바닷물 마시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져서요. 그래서 어쩌면 각자가 느끼고 있는 비주류적인 모습들을 조금씩 덧붙여 봐 주고 계시지 않나 싶기도 해요.

 

🗣브릿G 그러게요. 저도 약간 저도 늘 취향이 마이너하다는 스스로의 인식이 있어서 그런 건지, 저도 모르게 투영이 됐었던 부분도 있을 것 같네요. 소수자 서사라고까지 할 건 아닌데 몬스터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유쾌해서 좋았고요.

이 얘기는 아까 처음에 말씀해 주신 부분이긴 한데 『12가지 모습』이나 『관계자 외』 모두 처음에는 저마다 유쾌한 톤으로 진행되다가 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신비로운 감성이 딱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이런 여운과 다채로운 매력도 느낄 수 있다고 홍보 포인트도 잡았던 것 같은데, 어떤 의도가 느껴지긴 했지만 처음 쓰신 에피소드라고는 생각을 못 하긴 했거든요. 쓰기는 처음에 썼지만 배치는 마지막에 둬야겠다 이런 부분은 구성을 하신 걸까요.

👾유권조 어, 처음에 두면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요.(웃음) 어쩔 수 없이 코스 요리같이 구성하는 느낌이 조금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골렘과 이끼」 같은 경우 이미지적으로는 골렘의 손가락 끝에 살짝 이끼가 자라 있고 그게 수면에 닿았을 때의 그 장면을 갖고 싶어서 써 놨던 거라서요. 「골렘과 이끼」를 읽어 줬으면, 이 장면을 같이 봐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긴 하고요. 그래서 앞에 재밌는 얘기 많이 준비해 놨으니까 여기까지 와 주세요라는 느낌도 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사실 마냥 유쾌한 이야기도 좋지만 언제나 눌러 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앞에 유쾌한 이야기들이 좀 더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해요. 글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켜켜이 쌓인 하나의 화음처럼 기능하기도 하니까요. 그런 시선에서 봤을 때 베이스 음이 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브릿G 「던전장」은 특히 한 권의 구성을 마무리하는 데 정말 적절하다는 느낌이 더 들긴 했어요. 아마 장례 이야기라서 더 그랬던 것 같고 나중에 부록으로 주신 「데일리 던전」의 마지막 내용도 부고잖아요. 그런 구성도 묘한 울림이 있었고 리자드맨의 이야기는 진짜 좀 경건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던전 시리즈의 후속 계획과 ‘파핑파핑 바나나’

🗣브릿G 『12가지 모습』은 전자책으로 2023년에 출간이 됐잖아요. 3년 정도가 된 건데 아까 조금 말씀해 주시긴 했지만 『관계자 외』는 따로 열심히 시간을 내서 좀 더 치열하게 쓰신 느낌이 있어요.

👾유권조 이 원고 파일을 언제 만들었는지와, 자주 사용하는 ‘내게 쓰기’ 메일 같은 것들을 좀 보니 두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물론 그전에 아이디어 구성이나 이런 것들은 오며 가며 있었겠지만 처음 초고 파일 같은 것들을 만들고 이틀인가 사흘인가 이따가 곧바로 아내 양수가 터져서요.(웃음)

 

🗣브릿G 헉!

👾유권조 그래서 뒤죽박죽으로 쓰기 시작을 했었는데…… 그래서 하루에 작업 시간은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브릿G 『관계자 외』를 쓰시게 된 건, 제가 시리즈로 고대해 보고 싶다고 언질을 드린 부분도 영향이 있었던 걸까요?

👾유권조 한 번 말씀을 주셨어서 ‘어, 써야 된다’ 하고는 있었는데 회사 업무가 계속 몰아치고 있고 그사이에 아이는 출산일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출산 이후에는 절대로 못 쓴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연말이 되기 전에,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빨리 써서 보내야지 하고 있었거든요.

원래는 예정일이 한 2~3주 남아 있었을 때였어요. 그래서 2~3주 동안 정말 열심히 쓰고, 예전에 다른 데 쓴 원고들도 끌어모아 조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아이가 태어나게 됐어요. 원래도 그해 연초부터 연말까지는 뭔가 보내야 되지 않을까, 뭔가 보내야 되는데, 뭔가 보내야 된다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브릿G 내부 일정으로 작가님께는 작업 시간이 좀 촉박했던 게 죄송하긴 하지만 딱 적절한 시기에 주셔서 도서전에 맞춰서 이렇게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목에 대해 내부에서 의견을 나누던 중 한 동료가 후속작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앞에서 언뜻 아직 남은 에피소드도 있다고 하셨고 화장실 얘기도 말씀해 주시긴 했는데, 이 시리즈로 세계관이 더 확장될 여지도 있을까요?

👾유권조 이번에 담지 못했던 단편들이 몇 가지 있기는 해요. 다른 것보다는 그 느슨한 연결점을 찾지 못해서 폐기한 이야기들이거든요. 마법서를 출간하는 출판업계 이야기도 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음……. 그렇긴 한데 한편으론 연중무휴 던전이라는 이 정체성을 가지고 계속 써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이게 또 글 쓰는 사람들의 나쁜 버릇인 것 같기도 한데요.(웃음)

 

🗣브릿G 어떤 거죠?

👾유권조 누가 잘 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계속 써도 되는데 마음에 끌리는 다른 걸 또 쓰고 싶어 하는 게 있어요.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오크 변호사』 읽어 줄 때 조금 더 썼어야 됐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 것처럼요. 물론, 짬짬이 썼을 때 이만큼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되는 것도 있고요. 화장실 얘기나 마법서 출판 같은 것들도 있기는 한데 ‘어, 그럼 나는 앞으로 던전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는 건가?’ 할 때가 있어서요.

 

🗣브릿G 네, 이해합니다.

👾유권조 전략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하나를 잘 잡아서 이렇게 파고드는 것이 분명 맞는 선택이지만…….

 

🗣브릿G 규정되어 버릴까 싶은 고민이.

👾유권조 ‘이것도 쓰고 싶고, 저것도 쓰고 싶은데’ 하는 욕심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발, 제발 기회가 언제가 된다면.(웃음)

 

🗣브릿G 뭔가 자연스럽게 또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근데 자연스럽게라고 하기에는 이렇게 좀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유권조 아마 『12가지 모습』이나 『관계자 외』처럼 눌러 주는 마지막 이야기가 떠오르면 같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브릿G 좋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웃음) 필명 얘기는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거긴 한데요, 보통 웹소설에는 좀 다른 필명을 쓰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서요.

👾유권조 그렇군요. 작가 친구가 잘 없어서.(웃음)

 

 

🗣브릿G 단행본 출판 시에는 좀 지양하는 필명이 있기도 한데, 어쨌든 단행본이나 웹소설에서나 동일한 필명을 쓰고 있는 게 특별히 의도가 있으셨던 건 아니었나 봐요.

👾유권조 필명은 아마 브릿G 가입할 때쯤에 정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때 몇 가지 흐름은 있었던 것 같아요. 닉네임이란 게 분명한 필명을 쓰고 싶지 않았고, 본명도 쓰고 싶지 않았고, 그렇지만 본명인 것처럼 보이는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고민을 했는데, 사실 이 필명은 학부생 과제 때 썼던 주인공 이름이에요. 그중에 어쨌든 제일 좋아하는 과제였고 제일 좋아하는 단편이어서 거기서 가져왔는데, 그러다 보니 이제 그 단편을 어디에다 내놓을 수가 없는 거예요.

 

🗣브릿G 그런가요. 브릿G에 올려 주시면 안 되나요.

👾유권조 이름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전혀 아닌데 그 이름이 아닌 그 단편을 스스로도 상상을 잘 못 하겠어서요. 사실 예전에 단행본 관련된 질의를 했을 때 ‘파핑파핑 바나나’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단행본 이름으로 쓸 수 있냐고 물어봤던 것 같아요.

 

🗣브릿G (박수를 치며) 아, 맞다! 기억나요.

👾유권조 그 단편 제목이 「파핑파핑 바나나」였거든요. 개인적인 욕심으로 좋아하는 단편을 수록해서 끼워 팔기처럼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어쨌든 그 주인공의 이름을 가지고 와 버렸는데 어느새 그 필명으로 출간작이 찍히고 하다 보니 이제는 돌아올 수 없게 된 거죠. 그래서 그냥 본명인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브릿G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유권조 여하튼 동문들이 알아채지 못했으면 하는 차원에서 본명을 피하는 이름을 쓴 것도 있어요. 그 과제를 기억하는 친구는 없을 테니까요.

 

🗣브릿G 그 단편의 장르는 뭐였나요?

👾유권조 일반이라고 하면 될까 싶기는 해요.

 

🗣브릿G 비장르 소설이었군요.

👾유권조 그쵸. 굉장히 비장르 소설이긴 했는데 당시에도 비장르 소설로 읽어 주는 분들이 많이 없기는 했던 것 같아요. 과제를 할 때 그래도 문예창작과에 들어갔으니 급하게나마 비장르적인 소설을 최대한 읽어서 대충 지식을 습득한 다음에 쓴다고 썼던 것 같은데 주로 ‘연애소설 같아요’, ‘라노벨 같아요’ 하는 얘기들을 주로 듣긴 했었어요.
참고로 단편은 계속해서 자살에 실패하는 소녀와 계속해서 자살을 막으려고 하는 소년의 이야기였거든요.

 

🗣브릿G 그 소년의 이름이 유권조였군요.

👾유권조 그렇죠. 사실 막지 않아도 계속해서 실패하니까 크게 막을 게 없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이야기였고 제 필명은 거기서 왔답니다.

 

 

📍 남은 이야기들

🗣브릿G 이제 남은 질문은 개인적인 것과 브릿G에 대한 것, 그리고 좀 이상한 것들(?)인데요.

👾유권조 이상한 거 좋아합니다.

 

🗣브릿G 요즘 개인으로서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문화 콘텐츠도 좋고요.

👾유권조 아동 발달?(웃음)

 

🗣브릿G 맞죠, 맞죠. 그런 책도 많이 읽으시겠네요.

👾유권조 『0~3세 기적의 뇌과학 육아』 같은 책들을 주로 읽기는 해요. 아동 발달 말고 뭔가 인터뷰로 쓸 수 있는 말을, 음…… 적당히 지어내려고 했는데 어릴 때 할아버지한테 우표 수집이 취미라고 거짓말했다가 혼난 적이 있어서요. ‘요즘 관심사가 우표 수집이다’라는 단락을 책에서 보고 그 단락을 그대로 베껴서 할아버지한테 편지 썼다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단다’ 하셨던 건데요. 문득 그 생각이 나면서 진짜 관심사를 말해야 될 것 같고요.

 

🗣브릿G 진짜 관심사는 뭔가 말할 수 없는 건가요.(웃음)

👾유권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질 법한 관심사를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주로 멍하니 볼 수 있는 영상에 관심이 있는 편이에요. 씻거나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할 때 구석에 틀어 놓는 영상이에요. 공장이나 대장간에서 단조하는 모습, 일본풍 중화식당에서 볶음밥을 요리하는 모습, 모닥불이 타는 모습, 눈이 내리는 아래에서 홀로 캠핑하는 모습 등을 좋아해요.

그리고 요즘은 노르웨이, 그러니까 노르웨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도요. 멍하니 볼 수 있는 영상을 찾기 위해 몇 가지 검색어를 시도해 봤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검색어가 잘 들어맞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노르웨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영상들은 대부분 취향에 맞더라고요.

 

🗣브릿G 자연 풍광인가요?

👾유권조 그렇죠. 드론으로 찍은 그런 풍광들이 그냥 쭉 지나가는 형태인데 그런 데서 조금 위안을 받는 것 같아요.

 

🗣브릿G 아까 말씀하신 게임의 취향과도 뭔가 비슷한, 탁 트인 형태를 선호하시는 듯한.(웃음)

👾유권조 그런 데를 다니고 싶고, 항상 그런 식의 경험들을 꿈꿔 왔던 것 같아요.

 

🗣브릿G 그럼 나중에 언젠간 여행으로.

👾유권조 너무 가고 싶은데 비행기를 잘 못 타서요. 열심히 낙법을 하든 어떻게 하든 개인 역량으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어떻게든 하겠는데 비행기는 도저히 그런 영역이 아니라서.(웃음)

 

🗣브릿G 예전 인터뷰에서 작품을 쓰실 때는 적당한 소음이 필요해서 음악을 꼭 들으신다는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이번에 쓰실 때도 음악 많이 들으셨나요?

👾유권조 취향으로는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사실 이제는 쓸 때 뭘 못 들은 지가 좀 되긴 했어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항상 제 귀를 열어 놔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긴 했는데, 주로 몇 없는, 간혹 고조되는 씬 같은 걸 쓸 때는 되도록 음악에 의지를 하려고 하는 지점들이 있기는 하고요. 그럴 때도 노르웨이 같은 정도의 검색어에 의지를 하는 편이에요.

 

🗣브릿G 전혀 모르는?

👾유권조 네, 플리에 좀 의존을 하는 편이긴 하고요. 고요한, 감성적인, 슬픈, 부드러운 정도의 검색어를 쓰는 것 같아요. 굳이 곡을 찾아 들을 때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라는 노래인데.

 

🗣브릿G 나카시마 미카요.

👾유권조 네, 그 노래에 의존해서 쓰는 파트들은 종종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과연 어울리는 파트일까라는 생각은 들긴 하지만.

 

🗣브릿G 예전 인터뷰 때 말씀해 주신 제안들을 조금씩이나마 반영했던 것도 있었는데, 저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기획 같은 것들을 너무 많이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밖에 없는 것 같아요. 브릿G가 내년이 벌써 10주년이더라고요. 하반기부터는 앱 리뉴얼 준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고요. 혹시 뭔가 제안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편히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권조 요즘 브릿G에 많이 드나들지 않는데 이런 걸 묻는다는 게 조심스럽긴 한데요. 본격적인 활동을 브릿G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말이 길어지는 것도 있는 것 같기는 해요. 한편으로는 이제 의견을 내면서 시장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 안에서 나의 조회수도 늘어나지 않을까 라는 그런 기대감이 많은 것도 있고요.

개발적인 부분들에 대한 이해도는 없기는 하지만 최근에 많은 사이트들이 개인정보 보호 이슈 때문에 없었던 기능들을 추가해야만 하고, 절차적인 부분들을 도입해야만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공공기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유지보수도 좀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브릿G 아, 보안적인 문제에서요. 어떤 언어든지 보안 이슈에서 사실상 완벽한 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희가 하고 있는 것들을 말씀드리면 일정 정도 이상으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회사는 무조건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 보험에 가입을 해야 하고요. 저희도 매년 보험료를 내면서 갱신하고 있어요. 물론 이건 사후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조치로서의 말 그대로 보험이지만, 이번에 티빙 사태가 크게 문제가 됐는데 제 개인 계정도 CI값, DI값 전부 유출이 됐더라고요.

우선 저희는 저희가 결제를 해서 쓰는 본인인증 서비스에서는 개인 고유번호인 CI 값이 리턴되거나 일절 활용되지 않고 있어요.(*DI가 가입하는 사이트마다 달라지는 중복 가입 확인 정보라면, CI는 사이트나 인증 기관마다 달라지지 않는 개인 고유번호를 뜻합니다.-편집자 주) 또 내부적으로 보안 이슈에 도움을 주시는 개발자님이 계셔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오는 점검이나 요청도 주기적으로 같이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유권조 제가 최근에 회사 일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포럼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요.(웃음) 법령 개정이나 이슈들을 같이 보면서 사회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수준에 비해서 현장에서 갖출 수 있는 것들이 사실 따라가기 힘든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요구엔 사실 보안 업체가 되지 않는 이상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내용도 많고요.

 

🗣브릿G 그런 부분들이 있죠. 가입할 때 비밀번호 규칙을 만들어야 되는 것도 그런 일환이고요.

👾유권조 잘 모르기는 하지만 기존에 앱과 웹이 좀 분리되어 있는 지점들도 있었잖아요. 앱을 이용할 때 특정 페이지는 앱에서 작동하지만 어떤 것들은 웹페이지가 열리는 걸로 충족이 되는 부분들이요. 예를 들면 ‘자유게시판’ 같은 경우는 앱 친화적 기능으로 이용할 수 없긴 한데, 글쎄요. 앱에서 자유게시판이 열리는 게 득일까 실일까 따져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실이라고 생각이 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해요.

 

🗣브릿G 말씀하신 것은 약간 정책적인 부분도 있긴 한데요. 앱은 정말 독자들을 위한 리더기로서 구현을 한 부분이 있고, 사실 이번에 앱 리뉴얼을 하더라도 뷰어 강화라든지, 문장 공유 기능, 형광펜 기능 등 작품 읽기에 도움이 되는 도구들을 더 강화하고 싶긴 해요.

👾유권조 자유게시판은 볼 때마다 조금 여러 가지 감정이 들기는 해요. 브릿G가 마이너를 위한 무대는 아니지만 그런 취향과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지점들도 있잖아요. 사실 인디 음악이 관객이 인디하기 때문에 인디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관객이 적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관객이 많아지는 걸 경계해야 하는 지점들도 생길 때가 있잖아요. ‘나만 알고 있는 장르여야 돼’ 이런 것처럼요.

근데 자유게시판이 과연 시장을 키워 주는 역할일까, 한정하는 역할일까라고 했을 때 항상 고민이 돼요. 뭐 제가 고민할 건 아니지만(웃음) 약간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을 때가 있는데 그래서 소일장이 많은 기능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말이 좀 기네요. 리뷰 공모처럼 소설 공모 기능도 있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득 한 적은 있어요.

 

🗣브릿G 소일장을 기능화시키는 걸까요.

👾유권조 근데 이게 참, 별점에 대한 의견 같은 것도 가끔씩은 괜히 말했나 싶은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요. 뭔가 기능이 많다고 해서, 아니면 구체적인 기능이나 정책이 많다고 해서 그게 양으로서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두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소설 공모 기능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브릿G 예전에 위래 작가님도 소일장을 기능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신 적이 있어요. 고민을 좀 하다가 방향성이 안 그려져서 구체화를 못 시켰긴 하지만요. 어쨌든 앱을 전면 리뉴얼 하는 거면 뭔가 좀 새로운 기능은 있어야겠죠. 그게 뷰어에 한정된 거든 뭐든 새로운 이미지도 제시를 해야 될 테고요. 하반기에 좀 집중해서 해야 될 일이긴 하죠.

👾유권조 단순하게 보자면 베스트 순위 같은 플랫폼의 내부적인 지표만 있어도 되는데, 이를테면 앱에 접속하는 독자는 그냥 베스트 1위에서부터 10위까지의 작품만 읽으면 그만이기도 한데요. 소일장이나 리뷰 공모, 성향 평가 같은 다양한 그 외의 기능들은 어떻게 보면 지표에 진입하지 못한 작품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들로 좀 이해를 하고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플랫폼의 입장에선 그런 기능들이 자꾸 늘어나는 게 과연 긍정적인 걸까라는 생각은 해요.

 

🗣브릿G 아니에요, 그런 고민은 계속 있고요.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또 예전에 좀 관심을 많이 받았던 작품들을 다시 좀 조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은 항상 하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 고민을 좀 잘 풀어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유권조 그렇죠. 결국 플랫폼마다 앞에서 끌어가는 메가 히트작이 해 주는 역할이 있는데, 그런 접속 수나 트래픽이 계속해서 몰려 나와야 되는데 다른 투자들이 그런 데 집중할 여력을 조금 분산시키나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요.

 

🗣브릿G 그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브릿G에 비중 있게 유입되는 카테고리가 계속 달라지는 게 저는 조금 재밌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규칙 괴담이나 나폴리탄 괴담으로 유입이 되게 많거든요. 최근에도 지금 1위 작품인 「재난관리청 특별기밀자료들」이 바이럴되면서 조회수가 갑자기 3만, 4만 나오고 트래픽이 갑자기 높아지기도 했는데, 그런 이슈는 좀 자생적이지 않기는 하죠.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런 것 같아요. 작품들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출판의 형태로 선보이고, 전자책으로 먼저 나왔던 것이 또 이렇게 종이책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하고, 최근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게 좀 씨를 뿌리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는 데에서 저는 제가 여기서 일하는 의의를 찾고 있다고는 생각하거든요.

물론 좀 더 확장이 되면 좋겠다 하는 갈구는 계속 있죠. 장르 분야의 특성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가 뭘 잘 못하고 있나? 아쉽긴 하죠. 외부에서 독자들의 시선으로 큐레이션해서 바이럴이 되는 것들도 감사한데요, 그걸 좀 더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결국은 기획인 것 같아요. 비슷한 얘긴데요, 좀 더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출판물을 만들고 그걸 좀 더 대중적으로 선보이는 역할을 더 많이 다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독자들에게 전하는 야기

🗣브릿G 인터뷰의 전형인데요.(웃음)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실 분들을 위해 사인본과 마왕 퇴치 기념 수건을 선물로 드리려고 하거든요. 아까 출간 소감도 말씀해 주셨지만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유권조 어……. 어떻게 해야 되지. 평소에 SNS를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브릿G 왜요?

👾유권조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너무 없네요. 왜냐하면 한동안 제 고정적인 독자는 과장님하고……

 

🗣브릿G 아내분이요.(웃음)

👾유권조 그렇게밖에 없었어서 불특정 다수의 독자와 소통할 일이 참 없었네요.

 

🗣브릿G 그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도 좋고요. 이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하는지 그런 의도를 담진 않으실 것 같지만 그런 메시지도 좋고요. 제가 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린 트위터 독자님은 던전물을 소설로 읽는 건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신선함도 있는 것 같고, 도서전 매대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밌어하시는 게 느껴지는 얼굴을 보는 것도 저는 되게 좋았거든요.

👾유권조 오늘도 각자의 던전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모든 모험가 분들에게, 제가 준비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마음에 닿는 구석이 있었으면 합니다.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사이 모험을 무사히 이어 나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책 면지에 사인하기 전 열심히 연습하신 흔적.. ;)

 

📍 밸런스 게임과 단답식 질의를 한 번에

Q. 만약 마왕 면접자 면접을 보게 된다면 수험자로 피하고 싶은 상대는?

[인큐버스 vs 크라켄]

👾유권조 둘 중에 고르자면 크라켄은 피하고 싶어요. 이게 참 기대하시는 답변하고는 좀 다른 방향일 것 같긴 하지만 수험자 대기실을 마련하기가 조금 곤란한…… 불안할 것 같아서요.(웃음) 면접장이나 회의실 장소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요.

🗣브릿G (웃음) 너무 실무자의 시선이잖아요.

 

Q. 인간으로서 사망한 후 소생 마법을 통해 몬스터가 된다면?

[스켈레톤 vs 슬라임]

👾유권조 굳이 고른다면 역시 스켈레톤이지 않을까요? 뭔가 꾸밀 구석도 조금 더 있고.(웃음) 슬라임은 살짝 찔러 넣어서 색깔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대화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

🗣브릿G 그쵸, 『관계자 외』에 나오는 것처럼 대화판으로 소통하거나 해야 하니까요.(웃음) 아니면 여기엔 없는데 소생하고 싶은 몬스터가 따로 있으시면 그걸 말씀해 주셔도 좋겠어요.

👾유권조 와이번이든 드래곤이든 날개가 있다면 뭐든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해요. 물론, 날개 달린 슬라임은 좀 곤란하겠지만요.

슬라임과 크라켄(그림: 마리모)

 

Q. 몬스터로서 던전에서 하고 싶은 업무는?

[소형 함정부 근무 vs 유실물 센터]

👾유권조 함정부에 근무를 하고 싶다기보다 센터에 근무하고 싶지 않은 건데,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가 너무 어려워서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저는 그냥 함정에서 기름칠하면서 고치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만약 《데일리 던전》 기자라면 기사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모험가 파티의 러닝 열풍을 통한 포션병 수거 플로깅 캠페인 vs 기후위기가 덮친 지상의 모험가들을 시원한 던전으로 끌어들이는 공생 전략 고찰]

👾유권조 후자가 더 흥미롭겠어요. 원고 구상 단계에서는 기후 위기와 비슷한 인상의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이산화탄소 농도 같은 문제를 대기 중 마나 농도로 풀어내고, 무더위 쉼터 같은 개념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연결점을 찾지 못해 이번 원고에서는 끝내 들어냈지만요. 환경과 함께 코로나와 관련한 이야기도 고민했지만, 실질적인 피해자가 있는 이슈를 풀어내는 데 부담을 느꼈고요.

🗣브릿G 사실 첫 번째 주제는 러닝이라는 것만 빼면 다뤘던 거긴 하죠. 빈 포션병에 대한 고찰은 많이 했으니까요.

👾유권조 그렇지만 이제 던전과 관계없이 러닝하러 들어오는 친구들 얘기도 할 수 있죠. 던전 탐색에 관심 없으면서 러닝 코스로만 던전을 쓰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브릿G 그러다 죽으면 어떡하죠.(웃음)

👾유권조 던전 러너를 위한 저가형 소생 보험 상품을……

 

Q. 「던전밥」을 좋아하시는진 모르겠지만 던전 파티원으로서 탐사 중 직접 밥을 해 먹어야 한다면 손질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재료(?)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유권조 「던전밥」은 아직 만화책은 못 봤고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을 때 처음 봤는데요. 사실 「던전밥」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최대한 안 보려고 경계를 했던 것 같아요. 너무 갖다 쓰게 될까 봐서요. 결국 애니메이션이 너무 재밌어서 그냥 쭉 보게 됐지만요.

직접 손질을 해야 된다라고 하면 생각을 했던 답변이 있었는데, 드라이어드 같은 것들은 무침으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브릿G 무침이요.(웃음)

👾유권조 약간 도라지처럼.

국내에서지만 걸어서 여행을 한 기억들이 종종 있거든요. 그럴 때 나무껍질을 한 번 먹어 본 적이 있었어요. 배가 고플 때 나무껍질을 구황작물처럼 먹는다는 단편적인 지식이 기억이 나서 배가 고프길래 나무껍질을 먹어 봤었는데, 알고 보니 겉에 있는 껍질이 아니라 속껍질을 벗겨서 먹으라는 얘기였더라고요. 근데 거기까지는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겉에만 이렇게 몇 번 씹어 보다가 끝내 실패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회성이었지만, 훈련의 일종으로 살아 있는 닭을 손질한 경험이 있기도 해서 웬만한 건 다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사람과 가까운 형태는 안 되겠다 싶네요.

 

Q. 사실 뭐가 있는지 알아야 답이 될 것 같은데, 던전 유실물 센터에서 가장 값어치가 있을 것 같은 것과 없을 것 같은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관계자 외』에 나오는 「유실물 센터」 에피소드에서는 흔해 보이는 수건이 의외로 값비싼 기념품이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셨던 아이템이 있으셨는지.

👾유권조 「유실물 센터」 편을 좀 더 길게 쓴다고 했을 때 무얼 등장시켜야 될까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긴 해요. 본편에는 마왕의 인증을 위한 무언가가 슬쩍 들어가 있기는 하고요. 그러면 뭐가 있을까요. 음…….

🗣브릿G 아닙니다. 그냥 그 마왕 퇴치 기념 수건을 독자분들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웃음)

 

 

🎉 브릿G 토크 공개 기념 이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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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외 취재 금지>에 나오는 (경)마왕 퇴치 기념(축) 모티브 고급 타월을 드립니다! (15명)

 

📕유권조 작가님의 <연중무휴 던전 시리즈> 친필 사인본 도서를 드립니다. (각 권 랜덤 1권씩, 3명)

 

:sparkles: 이벤트 둘 중 하나만 참여해도 응모됩니다.

 :sparkles: 이벤트 기간: 2026년 7월 22일(수) ~ 2026년 8월 2일(일) / 당첨자 발표: 8월 첫 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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