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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출고 도서] 세상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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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개의 지구 가운데 무려 372개의 지구에서 나는 죽었다.
아니, 이제는 373개로 늘어났다.”

특권과 불평등, 정체성과 소속감을 탐구하는 멀티버스 SF

우리 세계와 유사한 다른 우주로 건너갈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평행우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 세상을 무대로 계급과 정체성의 문제를 파고든 SF 『세상의 경계에서』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최고의 데뷔소설에 수여되는 콤턴 크룩상을 수상하며 저자인 미카이아 존슨을 일약 SF 계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주목받게 한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차원 이동에는 여타 멀티버스물과 비교해 색다른 한 가지 설정이 있다. 바로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자신이 이미 ‘죽어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 조건으로, 주인공은 빈곤한 도시 출신의 유색인 여성이기에 여러 지구에서 높은 확률로 사망한 최적의 ‘횡단자’다. 『세상의 경계에서』는 이 복잡다단한 인물의 비밀과 다중우주에 얽힌 음모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드러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를 선보인다.

 

 

안락한 마천루의 도시 vs 약육강식이 판치는 황무지
두 세계를 오가는 횡단자

잦은 전쟁과 혼란으로 황폐해진 세상에서도 장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와일리시티’만은 시민들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곳이다. 근 십수 년간, 와일리시티는 세기의 천재 애덤 보슈의 엘드리지 연구소가 보유한 평행우주 횡단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세계의 정보를 취득해 이용하거나 자원을 밀반입하며 더욱더 부를 축적했다. 초기의 실패를 통해 다른 우주에 또 다른 자신이 살아 있는 횡단자는 이동 중 쉽게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드리지 연구소는 어느 세계에서나 죽었을 확률이 높고 소모적으로 써도 무방한 사람들, 즉 지극히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장벽 바깥의 거주민을 골라 직원으로 고용해 왔다.

6년 차 횡단자인 카라는 ‘어떻게 차지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갖고 있으면 내 것이 된다.’는 속담이 당연하게 통하는 애시타운 출신으로, 300여 차례의 파견을 감행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소에서 횡단자 파견이 필요 없는 원격 기술 개발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인력 감축의 위기가 카라의 주변까지 닥친다. 그런데 해고된 동료를 대신하여 간 새로운 세계인 175호 지구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와 과거의 지긋지긋한 인연 그리고 누구에게도 밝힌 적 없던 ‘비밀’이 카라의 발목을 붙잡는다.

 

 

와일리시티에 살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애시타운 사람이다 보니 나는 어느 쪽에도 이렇다 할 관심이 없다. 이러한 상태는 세계 사이의 공간과 같으며, 횡단을 할 때 별이 총총한 암흑 속에 서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반대편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기에, 내게 암흑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_본문에서

지난 6년 동안 알아낸 게 있다면, 바로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단 한 명도,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결코 완전히 알 수 없다. 안전한 유리의 성 안에 있을 때에는 자신을 아는 것 같아도 흙먼지 속에 있을 때의 자신은 알지 못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헤쳐나가 살아남더라도 진짜 부자들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성공일지 실패일지 모르는 일이며, 영리하다고 해서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 낼지 아닐지도 모른다._본문에서

 

『세상의 경계에서』에서 횡단자들은 세계를 넘나들 때 별이 빛나는 암흑의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을 ‘은야메’라는 아프리카 여신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 감각은 육체를 짜부라뜨릴 정도의 위험한 압력일 수도 있지만 횡단자를 매료시키는 경이이기도 하며, 와일리시티와 애시타운이라는 두 세계의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카라가 품는 양가감정과도 유사하다. 약육강식의 논리와 잔혹한 황제가 지배하는 애시타운을 벗어나, 10년간 거주하면 얻을 수 있는 와일리시티 시민권과 엘리트 출신인 상관 델의 감정을 6년째 갈구해 왔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외모와 표백된 듯한 와일리시티 특유의 문화 때문에 때로는 먼지가 뒤덮은 고향의 냄새를 어쩔 수 없이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생존 하나만을 목표로 더 높은 곳에 편입되기 위해 달려온 카라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변화가 닥쳐오는 가운데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된다. 과거에 저지른 과실과 현재의 진정한 소망에 대하여 반추하게 하는 그 모험은 다중우주를 살아가든, 살아가지 않든 중요한 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줄거리

장벽으로 둘러싸인 안락한 도시 와일리시티는 엘드리지 연구소가 개발한 평행우주 횡단 기술로 더욱더 부를 축적해 나간다. 그러나 횡단자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서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자신의 죽음이 전제되어야 했다. 절대다수의 세계에서 사망한 최적의 횡단자 카라가 척박한 고향 애시타운을 떠나 와일리시티에 정착하려 한 지도 벌써 6년째, 새로이 방문한 지구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하면서 그녀의 운명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저자 미카이아 존슨 Micaiah Johnson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의 여호와의 증인 커뮤니티에서 성장했다. 열세 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했고, 럿거스 대학 캠던 캠퍼스에서 소설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밴더빌트 대학에서 미국문학을 공부하며 비판적 인종 이론과 로봇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20년 출간된 존슨의 첫 작품 『세상의 경계에서』는 로커스상과 어스타운딩상 후보에 오르고, 볼티모어 SF 협회에서 그해 영어로 쓰인 최고의 데뷔소설에 수여하는 콤턴 크룩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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