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을 장편소설로 개작하는 과정을 함께할 다섯 작품이 선정되었다. 발표된 단편소설을 장편소설로 개작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힘겨운 일이 될 거라 예상된다. 온전히 작가 스스로가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하는 데 필요한 지혜와 노력을 들여야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과정이다.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작품성에 대한 심사가 아니라, 장편 개작의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응모작 중 상당수는 개작을 단순히 단편에서 장편으로 이야기를 늘린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듯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장편 개작을 위해선 내용을 단순히 늘리는 게 아니라 그 분량에 맞는 새로운 사건과 인물, 세계관이 필요하다. 이렇듯 준비가 된 작품 위주로 선별하려다 보니 작품 선정이 무척 고단하였고, 발표 예정도 매우 늦어지게 되었다.
한 가지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점은, 본 과정은 편집자가 이야기에 수정을 가하거나 직접 만져 주지 않는다. 작가의 집필 과정을 편집자가 들여다보고 출판 경험을 통해 피드백으로 출판에 적절한 방향성을 조언해 주고 완성을 위한 스케줄 관리를 해 주는 정도다. 그리고 1년이 도래한 시점에서 출판 가능성에 대해 편집자들이 다시 논의하여 출판 계약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과정은 작가 스스로의 역량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다음 다섯 작품은 각 편집자 1인씩 배정되어 1년 동안 개작을 하게 되었다.
『나를 먹어도 좋아』는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도입부, 그리고 우정과 연대의 메시지가 인상적인 이야기로 이번 장편화 프로젝트를 통해 사건의 개연성과 캐릭터성을 보완하면 이야기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작품으로 보았다.
『미영』은 설정의 신선함과 개연성 면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이나, 아주 상세한 시놉시스를 통해 기승전결이 뚜렷한 장편으로서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었기에 선정하였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는 자칫 중구난방식 구성이 되지 않도록 꼼꼼한 보완이 필요해 보이나 창작의 영역에 있어 인공지능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시기에 적절한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성리학펑크─체탐지설』은 조선 시대와 스팀 펑크를 절묘하게 결합한 세계관이 매력적으로,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킬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토마토 정원』은 유사 가족의 독점적 관계에 집착하는 이상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했던 단편 「은수」의 장편화 제목으로, 변화된 근미래 한국사회의 인구상에 걸맞게 재편된 신개념 거주 공간을 무대로 한 범죄 미스터리로 확장되며 기대감이 돋보였다.
다음 작품들은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작품들이다. 가능성은 있었으나 장편 개작에 맞는 준비가 부족하거나 각 편집자가 원하는 방향성에 부합하지 못했을 뿐, 출판 가능성을 아예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부활의 집』은 배경과 도입부, 판타지 퇴마 설정은 눈길을 끌었으나 갑작스러운 전개와 개연성이 없는 인물 간의 감정선이 아쉬웠다.
『웬델른』은 호소력 있는 일관된 메시지는 있으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메인 사건이 없는 연작 단편의 성격이 강했다. 마찬가지로 『중고 마켓』 또한 설정은 흥미로우나 단순한 세계관과 평이한 이야기의 구조가 반복되는 단편들로 연결 고리가 약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옴니버스식 구성이었다.
저주 등의 괴이 현상을 다룬 『작히나 못난것』과 골동품점이란 특정 공간을 중점으로 펼쳐지는 『교교야담』은 특색 있는 호러 판타지물이었으나, 연작 단편집으로서의 연결이 느슨하고 독자의 흥미를 유지시킬 만한 요소가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거듭된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단편에서 7년 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네』는 단편에 이어 또 다른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의 구성 자체는 인상적이었지만, 학교폭력의 원인을 찾고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인물들의 동기와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무별촌』은 폐쇄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사교, 뱀파이어, 마약 등 각기의 소재가 매끄럽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완성된 스토리로 연결되지는 못했다는 인상이다.
『우리의 밤』과 『무지개 다리 너머로』는 SF적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다소 장황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방식이 아쉬웠다.
『빛나는 녀석들』은 코믹하고 아스트랄한 콘셉트가 돋보이는 이야기였지만 스케일이 커지면서 세부적인 개연성이 아쉽게 느껴졌다.
『마지마경웅』은 작중 인물 설정을 매력적으로 전개하였으나 이야기의 볼륨과 스케일이 800매 이상의 장편소설을 지침 없이 이끌어나가기에는 다소 빈약했다.
『롤모델(「공포의 ASMR」 장편화)』은 시류에 잘 맞는 이야기를 구성하였으나 시놉시스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킬 장치 및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성과 정확성이 다소 떨어져 이음새가 약하게 느껴졌다.
『흙수저의 사랑 이야기』는 『얼터드 카본』을 연상케 하는 세계관이 흥미로웠으나, 이야기와 세계관이 결합하지 못하고 별개로 전개되는 양상이었다.
『신이 태어났다』는 세계관이 흥미로웠으나 문제는 이야기에서 매력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데, 간결하면서도 독자의 시선에 딱 사로잡힐 만한 무언가가 부족했다.
『소금 장수 이야기』는 줄거리를 잘 짜 놓아서 흥미롭게 보았으나 결정적으로 이야기를 이끌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부족했다.
『팔조의 숲』은 추리를 표방하고 있으나 장르적 쫀쫀함이 부족했다. 이는 좀 더 많은 습작을 거쳐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된다.
『산신 설원전』은 주요한 두 인물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못했고, 그들의 성격에 부합하는 사건도 잘 어우러지지 않는 듯했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작품들이라도 각기의 개성이 있었다. 그러나 줄거리가 많이 부족하거나 완성을 위한 준비가 부족해 보였다.
이제 단편에서 장편 개작을 위한 프로젝트의 첫 관문을 지났다. 1년이란 긴 기간 동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섯 작품 모두 장편소설 출판 계약이 되어 세상에 선보이길 소망하며, 다음 2회를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