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위원1
처음으로 개최한 YAH 공모전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이 투고되었고 YA라는 제약 사항이 있는 만큼 심사가 쉽지 않았다. 최소 분량 40매를 넘기고 충분히 공포감을 자극하는 작품들 중에서 청소년에게도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으며 오디오로 재생산되었을 때 흥미로울 법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
「홍수」는 태풍으로 물에 잠긴 마을에서 낯선 이와 고립된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잘 표현했다. 인물간의 대화가 생생하고 홍수라는 특수한 상황이 실감나게 묘사되는 작품인데, 이러한 장점을 소리로도 잘 풀어낼 수 있다면 좋은 오디오콘텐츠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비슷하게 지하철이 무너져서 지하에 갇힌 재난 상황을 그린 「심해어」는 위기에 닥친 인간 군상을 심해어에 비유하며 잔잔하게 풀려 나가는 작품이다. 시각보다는 다른 감각이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지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한다면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한 심리와 공포를 이색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붉은 문」은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기묘한 붉은 문으로 인해 벌어지는 괴담 호러다. 기이한 물건을 들여 불행이 찾아온다는 식의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있어 왔기에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괴담이 조금씩 변형되면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계속 전해지듯 이 작품 역시 익숙한 공포를 자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예심위원2
YAH 문학 공모전은 첫회에도 상당한 응모작이 몰려 심사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다만 영어덜트 호러라는 생소한 분야에 호러의 기준이나 내용에 대해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상당수 작품은 아예 등장인물을 어린이로 하거나, 어떤 경우는 공포라는 제1 과제를 놓친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모요강인 원고지 40매 이상을 확보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 아쉬움이 더 컸다.
「어스름이 있다」는 개성있는 설정에 비해 작품이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비둘기」는 파격적 소재를 공포로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다. 「작은 문」은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아쉬웠다. 「엘리자베스 맥거번」은 오디오클립과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소리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이 좋았으나 흡인력이 떨어져 아쉬웠다. 「동상과 계단」은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와 달리 공포 자체의 힘은 많이 약했다. 「숲으로 가자」, 「순희씨와 개」, 「귀농」 역시 공포의 힘이 약했다. 「더블캐스트」는 흥미로운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신인류」는 흡인력이 좋았으나 전개가 새롭지 않았다. 「소리」는 이야기에 흡인력이 있으나 전반적인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었다. 「태양의 저주」는 매우 발상이 신선하고 구성도 좋았으며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나 공포 자체로는 아쉬움이 컸다. 「흉부파열기형증식증후군, 혹은 심장나무」는 흥미로우면서도 무서운 소재였으나 전반적인 구성이 매력적이지 못했다. 「연체자」와 「번식」 모두 동작가의 작품이나 「번식」이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기괴하고 스릴러적이면서 공포적인 부분이 강하여 선정하였으며, 「검은 책」은 긴 내용에도 불구하고 구성을 잘 짜고 영어덜트 호러에 부합하는 공포를 잘 표현했다.
예심위원3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공포소설에 맞는 수위 조절과 오디오 콘텐츠 생산에 적합한 사운드 효과를 동시에 고려하며 진행된 YAH 문학 공모전이었던 만큼, 다양한 작품들의 면면을 만날 수 있었다. 복합적인 장르의 결합을 실험하는 작품들이 많이 접수되었음에도 근본적으로 공포 서사의 농도가 낮게 구성된 작품들도 눈에 띄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책 귀신」은 문자 그대로 소설책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환상의 공포를 다룬다. 반복되는 소리를 활용한 점층적 구성이 돋보였으나 효과적인 전개에 비해 급작스레 교훈적 결말로 마무리 된 점이 아쉬웠다. 「불청객」은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남은 가족을 보살피던 주인공이 직면하게 되는 고전적 상황의 공포를 잘 활용한 작품이었으나, 다소 정적으로 마무리된 결말의 뒷심이 부족했다는 인상이다. 「닫히다」는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독특한 설정으로 다루어 흥미로운 리듬을 유지했으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는 함의에 비해 공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환각과 환청의 이중 감각을 활용한 「쥐를 잡아」,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이방인의 공포를 다룬 「사랑방손님과 맹인」 등도 눈에 띄었으나 예상이 가능한 결말의 범주에서 마무리 된 부분이 아쉬웠다.
고민 끝에 본심에 올린 작품은 「개구리 처녀」와 「나홀로 숨바꼭질」 두 작품이다. 먼저 「개구리 처녀」는 외지에서 온 여교사를 둘러싼 각종 소문과 이어진 죽음, 그 이후의 과정까지 익숙한 전개로 다루지만 전개가 매끄럽고 기괴한 형상으로 구현된 특정 이미지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다만 결말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홀로 숨바꼭질」은 겁이 없는 주인공의 단독 심야 공포 체험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는데, 학창시절의 괴담이나 자잘한 강령술, 인형이라는 소재와 퇴마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성이 돋보였다고 판단했다.
예심위원4
YAH 문학 공모전은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전체관람가의 공포 단편 소설인 동시에 오디오 콘텐츠로 재생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작품이 많았다. 청소년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았으며 청소년의 고민과 문제가 소재로 빈번하게 사용되었고 공포 단편 소설보다는 오디오 콘텐츠로 제작된다면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작품들이 있었다.
「인형괴담」은 흡인력 있는 전개로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감을 해학이 뛰어난 반전으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아이가 사라진 순간」은 현실감이 뛰어난 도입부에서 환상과 공포가 교차하는 상황으로의 이행이 흥미로웠지만 후반부의 서술 방식이 긴장감을 감소시키는 편이었다. 「모니터링」은 유명한 SNS 채널을 이용하여 10대의 심리를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부족하며 지나친 우연에 기댄 설정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오디오 콘텐츠로 재생산 되었을 때 더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삼거리 맞은 편 빨간기와집과 3318 연맹」은 명확한 인물 설정과 도입부가 흥미로웠지만 완성도가 낮고 공포감이 부족하였다.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긴장감과 공포감이 부족하여 공포 소설로 보기 힘든 작품과 후반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부족하여 흡인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후 공모전에서는 이를 보완한 작품이 많이 투고되길 바란다.
예심위원5
공모 작품 수에 비하여 공포 소설 본연의 목적인 “읽는 이를 무섭게 만든다”에 충실하지 못한 작품이 대다수여서 아쉬웠다. YAH 공모전의 취지가 전 연령대의 독자(혹은 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기는 해도, 그 의미는 지나치게 성적이거나 자극적이고 잔혹한 묘사가 등장하는 작품을 배재하여 달라는 것이었는데, 응모작들이 주인공의 연령대가 10대로 낮아졌을 뿐 묘사의 수위는 높거나, 혹은 공모전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탓인지 공포 자체의 밀도가 지나치게 낮아져 버리거나 하여 난감했다. 예심 선정의 기준은 공포 소설로서의 질, 묘사의 적절성, 오디오북으로의 제작 용이성 이렇게 세 가지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귀신은 산에 있다』의 경우, 상당히 전형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였고 음향 효과 활용이 좋아 보였으나 공포감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여름밤의 불청객』, 『귀신보다 무서운』 두 작품은 공포 소설로서의 기본에 충실하였기에 매끄러운 한편 전형적이어서 결말이 예측 가능했다. 두 작품 모두 끝까지 고민하였으나 본심에는 올리지 못했다. 할머니가 겨울밤 화롯가에서 들려 줄 것 같은 이야기 『납딱발이』의 경우 오디오북으로 만들면 상당히 강점이 돋보일 작품이었으나 이 역시 무서움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응모작이 많은 가운데 이 작품만이 가진 개성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언가 일어날 듯, 일어날 듯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공포를 다루고 있는 『그 여름의 예감』은 문장을 좀 더 다듬고 정리하면 아주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뱀장수는 오지 않는다』는 결말의 반전이나 매끄러운 묘사를 갖춰 작품의 질이 높았으나 교차 진행되는 이야기의 텀이 짧아 집중력을 흩트리는 면이 있고, 오디오북으로 만들었을 때의 강점이 부족해 보였다.
본심에는 『공포의 ASMR』 한 편만 올린다. 공포 소설로서의 기본기에 충실했고, 오디오 콘텐츠로 만들기 좋은 요소가 많은 작품이어서 공모전의 취지에 가장 부합되었다. 다음 공모전 때는 OSMU 가능한 작품들이 좀 더 많이 올라오기를 기대해 본다.
본심 진출작
홍수
심해어
붉은 문
번식
검은 책
개구리 처녀
나홀로 숨바꼭질
아이가 사라진 순간
인형 괴담
공포의 ASM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