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연애 활극 ‘묵호의 꽃’ 최정원 작가 전격 인터뷰!

2018.10.19

지난주 수요일 오후, 브릿G 로맨스 판타지 인기 연재작이자 출판 지원작으로 선정된 장편소설 ‘묵호의 꽃’ 단행본 출간을 기념하며 최정원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채널예스에 알찬 7문 7답 인터뷰가 소개되었는데요. 브릿G 매거진에서는 작품 전반에 대한 문답부터 더욱 깊이 있게 작품을 읽고 이해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도록 스포일러가 포함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작가님의 글쓰기의 시작과 차기작 집필에 대한 이야기도 또한 전해들을 수 있었던 흥미로운 인터뷰를 함께 만나보세요!

 

‘묵호의 꽃’ 연재부터 출간까지

Q. 이 인터뷰를 통해 『묵호의 꽃』을 처음 접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첫 작품을 ‘브릿G’에 연재하면서 느끼신 감상도 궁금해요.

A. ‘묵호의 꽃’은 가상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액션 활극 로맨스입니다. 나라가 한때 위기에 처했었고 그 위기는 해결되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 과거 전란의 상처는 남아있는 것을 배경으로 합니다. 한양의 성 외곽에 사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신비한 여자 주인공과 과거 전란에서 아픔을 겪고 자기에게 남겨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상처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자신들의 상처도 해결하는 작품입니다. 브릿G에서 소개해주신 내용이 정말 좋아서 그쪽을 살펴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장르가 로맨스라 ‘묵호의 꽃‘을 처음 브릿G에 연재하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기존의 황금가지가 추구해 온 스릴러, 호러, 정통 판타지 작품을 기대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아 연재 초기에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회차가 쌓이면서 독자분들이 찾아오셔서 댓글도 꾸준히 달아주시고, 추천글도 써주시면서 순위가 계속 오르더라고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계속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스릴러, 액션 활극, 모험물을 합작으로 썼었는데, 오롯이 나만의 글로 로맨스에 도전한 것은 ‘묵호의 꽃’이 처음입니다. 로맨스 독자분들이 보기에는 로맨스가 옅고, 판타지 활극이라 보기에는 인물 간의 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걱정이 많았지만 기대치 못한 많은 관심과 반응에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Q. ‘묵호의 꽃’을 브릿G에서 연재하고 출간하기까지 작가님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A. 이야기라는 것에 처음 도전한 시기는 초등학생 무렵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고 만화도 많이 봤어요. 만화영화 보려고 집에 뛰어가던 아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만든 인물로 나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아버지께서 사주신 두꺼운 연습장에 한 면은 만화, 한 면은 소설로 구성된 모험물을 써봤습니다. 끝까지 쓰지는 못했지만 재밌었고 언젠가 책으로 내고 싶다는 꿈을 마음 한편에 품었어요. 그 이후로 드문드문 소설은 써왔지만 잘 풀리지는 않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꿈은 꿈으로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해 글쓰기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마침 제게 육아휴직으로 1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기존의 대형 연재 사이트들은 제가 쓸 글의 성향과 맞지 않았고, 혼자 글을 쓰다가 투고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글을 올릴만한 곳을 찾던 가운데 뷰어와 인터페이스가 너무 아름다운 플랫폼이 그 시기에 운명처럼 오픈했습니다. 바로 브릿G였어요. 브릿G에 연재하면서 마음 맞는 동료 작가분과 독자분 들을 만나 어찌어찌 힘을 내오던 통에, 때마침 편집부에서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좋은 기회도 주셨습니다. 꿈이 현실이 되었죠. 그렇지만 지금도 이 모든 일이 믿기질 않아요. 10대에는 이영도 작가님을 비롯한 황금가지의 판타지와, 20대에는 스티븐 킹, 데니스 루헤인 작가님 등 밀리언셀러 클럽과 내내 함께한 제가 황금가지에서 책을 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Q. ‘묵호의 꽃’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지요.

A. 육아휴직 중에, 체력과 정신에 겨우 여유가 좀 생겼어요. 이런 시기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직장인도, 엄마도 아닌 나만의 무언가를 하나는 남기자는 생각을 했죠. 그때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목표를 분명히 정했어요. 딱 1년 안에 끝을 볼 수 있는 단권의 이야기를 적되, 이번에는 나만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성 있는 이야기를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완성해보자고요.

대중성이 있는 장르라면 역시 로맨스라 생각했고,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액션 활극이라는 장르를 더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액션 활극을 제가 쓰면 스릴러가 될 것 같았어요. 게다가 이 이야기가 책으로 그치지 않고 그림이나 영상 등의 다른 매체로 표현되었을 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면 영상미가 화려하여 보기 좋을 것 같아 사극 로맨스가 되었습니다. 연재하다 보니 분량이 늘어나 단권은 아니게 되었네요.

 

 

캐릭터 설정

Q. 묵호 서민훈을 다른 불온한 존재나 불한당 따위가 아닌 저승사자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가졌는데요. 저승사자라는 설정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등장인물의 배경 등을 어떻게 스케치하시는지 집필 과정이 궁금합니다.

A. 픽션에 한해 ‘검은 정장’에 굉장한 패티쉬가 있습니다. 웹소설의 표지에 남자 주인공이 검은 정장을 입고 있으면 눌러보기도 해요. 하지만 시대극에 현대적인 검은 정장을 설정으로 쓸 수 없었고, 평소 도포의 다양한 색상과 멋진 디자인을 좋아해서 검은 도포로 결정했습니다.

정체를 숨긴다는 설정은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까지 긴장감을 줄 수 있어서 재밌어요. 그래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베일을 활용하고자 했어요. 그러나 사극의 복면은 멋이 없어서, 갓에 사 비단 같은 천을 달아내어 얼굴을 가리는 디자인이라면 주인공의 외형을 매력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검정 일색의 차림은 자연스레 저승사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렇듯 등장인물을 스케치할 때는 먼저 캐릭터의 대표적인 특징을 외적으로 디자인한 후 배경과 설정 등 이야기를 위화감이 없도록 만들어 나가는 편입니다.

 

Q. 이솔이 동식물과 의사소통하는 힘은 사람의 것이 아닌 놀라운 능력이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나 안시호와 박 씨에 의해 감금되었을 때 등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어떤 조건하에 힘의 사용 불가 여부가 결정되는지 궁금합니다.

A. 무작위입니다. 날씨가 맑을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듯이, 그냥 세상의 소리가 잘 들리는 날도 있고 잘 안 들리는 날도 있는 것이죠. 안 들리는 날도 있어야 위기를 만들 수도 있고, 솔이도 좀 마음 편히 쉴 수 있겠죠. 반면 시백은 항상 들립니다.

 

Q. 원주라 불린 윤시백은 동식물과 의사소통하는 것 이외에 이리를 수하로 거느리고, 북부 오랑캐의 장수들을 조종해 대군을 움직여 난을 일으키고, 수십에 이르는 궁 수비병력 전부를 발 구름만으로 무력화시켜 꼭두각시처럼 다루는 등 신묘한 능력을 지녔는데요. 대전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이솔 또한 윤시백과 유사한 힘을 지닌 것 같으나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윤시백은 친척 동생인 이솔과 특별히 다른 힘을 지니고 있는지요? 윤시백이 아픈 이유도 이와 관련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시백과 솔의 힘의 근간은 같습니다. 동식물을 포함한 ‘세상과의 연결’인데요. 솔은 주위의 세상과 ‘소통’한다는 개념으로 항상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이야기를 걸거나 듣거나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선을 긋고 능력을 한정시키죠.

반면에 시백은 끊임없이 세상과 싸우고 굴복시켜 그들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능력을 사용합니다. 굴복시키려면, 싸워야 하죠. 눈에 보이는 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시백은 항상 세상을 발밑에 두고 세상 위에 서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보통 인간의 몸으로 20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정신은 버티더라도 몸은 버틸 수 없게 되는 것이죠.

 

Q. 묵호 서민훈이 자객으로부터 솔을 지키려다 상처를 입고, 재활을 통해 호전되었던 오른팔을 전혀 쓸 수 없게 됩니다. 이 오른팔이 낫게 된 이유가 현의 약 때문인지, 솔의 다른 특별한 능력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A. 세상 또는 세계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솔을 무척 아끼고 사랑합니다. 시백이 그녀를 해치려고 할 때 그에게 반하여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할 정도로요. 그러니 솔이 원하는 일은 세상이 도와줍니다. 솔은 민훈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고, 세계가 그 바람을 이뤄주기로 한 것이죠. 또 솔이와의 관계를 통해 과거 전란으로 인한 민훈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의 약 때문에 나았다면 현의 캐릭터 설정이 명의가 되겠죠. :)

 

 

인물의 성격

Q. 이솔은 추문에 휩싸여 신 씨와 안시호에게 추궁당한 이후, 묵호 서민훈에 대한 연심과 남녀의 신분 차이를 크게 느낍니다. 해당 사건 전후에도 이솔은 끝없이 신분 차를 지각하는 반면, 묵호 서민훈은 태도나 행동에서 신분 차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된 가풍이나 사건 등이 있을까요?

A. 아버지 때문입니다. 서충헌은 아들을 무관으로 키우고 싶어 어릴 때부터 외지로 보냈습니다. 대체로 국경을 포함해 험한 곳들을 돌게 하였고, 융통성 없는 민훈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일반 병사들 속에 섞여 그들과 함께 생활했죠. 같이 밥 먹고 훈련을 받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요. 민훈에게는 신분보다 상대가 어떤 능력이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신분은 낮지만 별자리를 읽는데 능숙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고, 신분은 높지만 무능력하다면 대단치 않은 사람으로, 능력에 따라 사람을 판별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동식물과 소통하는 솔이의 능력을 알게 된 후에 그가 취한 태도나 안시호의 집안과 반대로 비교적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에서도 드러납니다.

 

Q. ‘오직 새소리만 간간이 퍼졌던 안개 낀 새벽 호수의 침묵을 닮고자 하여’ 어린 시절 유랑하다가 본 호수의 이름을 딴 호인 묵호(黙湖)는 말없이 고요한 서민훈의 성격을 드러내고, ‘깊은 대밭을 거니는 거대한 검은 호랑이’인 묵호(墨虎)는 뛰어난 무예와 장대한 기골 등 서민훈의 외견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다른 등장인물의 이름에도 성격이나 외견이 내포되어 있는지요? 

A. 이솔의 이름은 소나무의 한결같은 푸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현은 지혜롭고 현명한 그의 성향을 표현하고 싶었고요. 이렇게 인물의 이미지와 연관되는 대상이나 한자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인물 자체로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님을 가상 캐스팅하고 그 이름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석도는 마동석 배우님, 미랑은 나미란 배우님이 모델이에요.

 

Q. 모든 캐릭터의 성격이 다양한데 겹치지 않고 뚜렷합니다. 이렇게 분명하고 일관성 있는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해 나가셨나요?

A. 단편은 이미지와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장편은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편에서는 캐릭터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결말을 맞는지 독자들이 궁금해야 끝까지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되, 캐릭터의 성격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유지되어 인물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 독자가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장편의 의무라 생각하고 집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사도 많이 고쳤어요. 캐릭터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말투라 생각되면 앞으로 돌아가 다시 바꾸기도 했고요.

 

 

배경과 소재에 관해

Q. 사교 자하원의 교조 정해준에 의해 반입된 꾸러미는 ‘나무로 살을 세운 어리 위에 검은 천을 꼼꼼히 둘러친 것’이라 묘사됩니다. ‘쥐’, ‘까맣게 말라죽은 병자’ 등의 표현을 통해 정해준이 퍼뜨리려고 한 역병이 흑사병임을 암시하는데, 이를 소재로 삼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글의 분위기상 피가 튀거나 신체가 망가지는 구체적인 묘사는 되도록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질병의 정체는 모호하지만, ‘검은’, ‘두려운’ 이미지를 통해 공포감만은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병을 해당 역질로 설정하고 싶었죠. 마침 작품 구상하기 전에 흑사병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실제로 작품에 등장한 병증은 흑사병과는 좀 다를 겁니다. 흑사병을 모티프로 따온 가상의 역병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Q. 묵호의 꽃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 역사물로, 파발, 순라군 등 조선 시대를 가리키는 단어가 등장하는데요. 조선 시대에 관한 자료 조사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참고한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적 사건이 있을지요. 조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나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직업상 지닌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간 보아오던 각종 영화, 드라마를 참고하며 명칭을 검색해보곤 했습니다. 조선 후기의 가상의 어느 때를 배경으로 하되, 시대상은 상상으로 각색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을 부르거나 등을 때리는 등 고증과 다른 부분도 있을 테지만, 실제 조선이 아니라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 로맨스라 생각하시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작업 시간이 무척 빠듯해서 자료 조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못한 점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초기 캐릭터 설정에서 다재다능한 솔이의 재능 중 하나를 요리로 설정하여 조선 시대의 방가 요리와 음식에 대한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제가 요리하는 것을 유일하게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조사하면서 아무래도 제가 한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깨닫고 재빨리 설정을 틀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도입부에서 솔이가 화전 요리하는 장면이 등장하거나 작중에 음식이 언급되지만, 이후에 뛰어난 자수 실력이 주요한 재능이 되어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합니다.

 

Q. 이솔의 신분을 언급할 때, 양민과 상민 두 가지가 함께 사용되는데, 현을 모시는 ‘미랑’과 ‘석도’는 이솔을 ‘솔이 아씨’라고 부릅니다. 양반이 아닌 보통 백성인 이솔이 ‘아씨’라 불리는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정확하게는 석도가 솔이를 아씨라고 부르지요. 석도와 미랑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신분이 높지만 몰락한 양반으로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현을 모시는 특수한 입장에 처해 있는데요. 그렇게 20여 년을 신분을 숨긴 채 살다 보니 당시의 보통 사람과는 신분에 대한 관념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현이 솔이를 무척 아끼고 자기와 동등하게 두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현을 향한 충성심이 깊은 석도는 현이 존중하는 사람이니 나도 존중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석도는 반쯤 농담 삼아 솔이 아씨라고 부릅니다.

반면 미랑이 솔이를 대하는 태도는 석도와 완전히 다릅니다. 솔이 아씨라 부르는 것을 싫어하죠. 미랑 역시 석도와 마찬가지로 현을 향한 충성심이 깊지만, 두 사람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신분 차를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어, 미랑은 솔이 아씨라 부르는 석도에게 내내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들

Q.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이현의 남다른 과거가 인상적입니다. 이현의 과거사에 대해 상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지요.

A. 저는 이야기 속에 여백을 많이 집어넣는 편입니다. 이현의 과거도 그중 하나로, 에피소드가 대단히 많은 이야깃거리입니다. 이 내용을 모두 넣으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독자분들께서 궁금해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부러 남겨두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마 독자분들께서 상상하는 내용이 더 이치에 맞고 낭만적이며 아름다울 것이라 확신합니다. 좋은 장면이나 이야기로 잘 부탁드립니다.

 

Q. 안시호는 아버지 좌의정 안익태의 음모가 드러나 도망치게 되고, 그가 남긴 서찰을 보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정황상 드러나 이 여정의 앞날이 더더욱 궁금한데요. 속편 집필 계획이나 구상해둔 스토리가 있으실지요.

A. 정식 속편은 지금으로서는 사족이 될 것 같아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애정으로 앞으로의 시호의 삶에 대해서 간략한 구상이 있었어요. 시호는 타고난 머리와 수완이 상당한 캐릭터입니다. 이 사건은 시호가 좌상의 장녀라는 신분과 위에서 억누르던 부모에게서 벗어나 타국에서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기회가 된 셈인데요. 시호는 그곳에서 장사로 크게 성공하고, 같이 도망친 말녀가 그녀의 둘도 없는 친우이자 동료가 됩니다. 시호는 아들을 몹시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시호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아들은 아주 순진하고 해맑은 성격으로 자랍니다. 이후 조선에 돌아온 시호의 어린 아들이 솔과 민훈의 사이에서 태어난 쿨하고 예쁜 어린 딸과 만나 무턱대고 일을 벌이거나 대모험을 하는 등 짧은 외전격 이야기를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브릿G에 공개할 수도 있겠죠.

 

Q. ‘묵호의 꽃’에서 가장 애정하는 등장인물이나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이 있을까요? 본편에서 풀어내지 못한 등장인물의 세세한 이야기들이 남아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애정하지만, 한 명을 고르라면 ‘윤시백’입니다. 시백은 개인 서사가 매우 많은 캐릭터예요. 이 인물에 대해 담고 싶은 것을 모두 담았다가는 로맨스가 아니게 될뿐더러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흔들릴 것 같아, 시백에 관한 대부분의 서사를 큰 이야기 밑에 묻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둔 이야기를 보시고 시백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주시길 바라며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는데, 표현이 잘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큰 캐릭터입니다. 이 인물이 유년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지, 그가 시호를 위해 한 다른 일들은 무엇이 있을지, 그가 항상 끼고 있는 반지는 누가 준 것일지, 그는 마지막에 무슨 심정으로 끝을 맞았을지 독자 분들께서 마음껏 상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묵호의 꽃’ 그 이후

Q. 브릿G 캘리그라피 이벤트를 통해 표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최초로 독자의 참여로 만들어진 표지 이벤트가 작가님께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합니다.

A. 무척 신기했습니다. 글쓰기는 외로운 과정이에요. 독자분들께서 피드백을 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결국 머릿속의 세계를 만들고 끝을 맺고, 그것을 텍스트로 풀어내는 작업은 온전히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그 텍스트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은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로맨스 독자분들이 머릿속에 작품에 대한 자기만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을 것 같아, 상상의 여지를 둘 수 있도록 표지에 이미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캘리그라피 이벤트를 기획해 알려주셔서 깜짝 놀랐고, 본격적으로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분께서 참가해주셔서 더더욱 놀랐습니다. 이어서 완성된 표지도 더할 나위 없이 멋져서 저는 할 말을 잃고 말았어요. 띠지의 멋진 문장 또한 일목요연하게 책의 내용을 표현해주어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 혼자만의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Q. 준비 중인 차기작이나 생각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지요?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분들을 위해 앞으로 집필하고 싶은 방향이나 계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시대극 로맨스를 해봤으니 다음에는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없는데, 막연히 ‘성장’을 다루는 장편 호러 소설 단권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어요. 언젠가 제대로 된 이야기가 번쩍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많이 읽고 보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그것’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는데요. 자전거로 질주하는 부분에서 울었어요. 영화 <그것>도 혼자 보러 갔는데, 마침 영화관에 혼자라 더욱 실감이 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 ‘그것’처럼 주인공이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묵호의 꽃’을 비롯해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게 될 브릿G 회원분들과 나누고 싶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묵호의 꽃’ 저자 최정원입니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었답니다. 첫 작품이라 어설픈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상은 깨끗하게 잊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과분한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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