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일주일 전’ 서은채 작가 인터뷰

2018.3.22

다가오는 계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선보여드리게 된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단행본 출간을 기념해, 서은채(해차반) 작가님과 서면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브릿G 출판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작품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까지 두루 여쭈었답니다.

게다가 인터뷰가 소개되는 오늘부터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브릿G 연재작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되니, 함께 읽고 많이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죽기 전에 그래도 하나는 끝을 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결심을 했을 때,
마침 이 이야기가 찾아왔고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가끔 클릭을 잘못해 원한 적 없는 광고가 느닷없이 재생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머릿속 무대가 열릴 때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 역시 그렇게 찾아왔어요.
당시 벚꽃이 참 예쁘게 피는 동네에 살고 있던 때라,
여기에 벚꽃이 피기 전에 끝을 맺자고 다짐했던 게 시작이었고요.”

 

 

 

저승사자, 괴담… 불현듯 찾아온 이야기

Q.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브릿G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경장편 소설이자, 2018년 출간된 첫 번째 단행본이기도 합니다. 다가올 봄날에 포근히 어울리는 모습으로 출간되어 이렇게 서면 인터뷰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에서 출판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지나 온 작가님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A. 여기에 대해 말하자면 굉장히 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었죠. 하루하루 무사히 살아내기만 급급했었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이지만 동시에 진작 포기했었어요. 어떤 계기로 그래도 죽기 전에 하나는 해보자, 결심하게 됐고 그래서 쓴 이야기입니다.

처음, 완결 당시에 여기저기 연재했을 땐 처참하리만큼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어떤 장르로 특정 짓기도 애매한 이야기라 후에 다른 글로 출간을 하게 되고서도 이 이야기가 정식 출간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정말로요. 잠시 올려뒀다가 곧 내렸었고, 이후로 한동안 하드에 잠재우다가 불현듯 제가 시작할 수 있게 용기를 주신 분에게 책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릿G에 이것저것 단편을 올리고 있던 즈음이라, 퇴고하는 김에 여기도 올려 두자 했었죠. 아무 생각 없이. 매일매일 올리면서도 누군가 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한 번 전적이 있으니까요.

추천작에 선정된 걸 알았을 때, 저는 뷔페에서 식사 중이었고 목이 메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눈물은 글썽였는데 안 울어서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눈물 젖은 초밥을 씹을 뻔했지 뭔가요. 브릿G 출판지원작으로 선정됐다는 쪽지를 확인했을 땐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었고요. 자다가 막 일어났을 때라 꿈인 줄 알았어요. 도저히 안 믿겨서 사진으로 찍어두고 이후 일주일 동안 핸드폰 갤러리에 그 사진이 남아 있는지를 매일 확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땐 울었었고요, 자꾸 손이 떨려서 답장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한참 걸렸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답변해주신 편집장님, 감사합니다.

소회를 말하라면, 글쎄……. 저는 황금드래곤문학상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들락날락하며 연재 글을 읽던 사람입니다. 『드래곤 라자』를 처음 읽었을 때는 중학생이었고요. 『눈물을 마시는 새』 전질을 구매했을 땐 고등학생이었어요. 그나마 『양말 줍는 소년』을 생일선물로 받았을 때는 사회인이었군요. 그 모든 순간의 저에게 지금 이 일을 말해 준다면 믿기나 할까요? 웃기지 말라고 할 게 분명합니다. 주위에 장르를 탐독하는 사람이 없는지라 아무도 이 감격을 이해해주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이 글을 보고 계실 분들은 다들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책을 받았으니 현실감이 느껴져야 할 텐데 아직은 「인셉션」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빨리 이 꿈에서 깨야 할 텐데. 거기 팽이 계속 돌아가고 있나요?

Q.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처음 쓴 글이라고 하셨어요. 저승사자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통해 삶과 죽음에 천착하는 메시지나, 그 자장을 맴도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남았거든요. 몇 번을 읽어도 눈물이 나더라고요.(훌쩍) 어느 추운 겨울날, 작가님께 느닷없이 당도했던 그 이야기의 전사를 좀 더 들려주실 수 있을지요.

A. 정확히는 처음 쓴 글은 아니고, 처음으로 끝을 맺은 이야기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터라 이래저래 글은 오래 써왔었어요. 제대로 끝을 못 냈을 뿐. :) 죽기 전에 그래도 하나는 끝을 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결심을 했을 때(저의 버킷리스트였습니다), 마침 이 이야기가 찾아왔고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쓰기 시작했던 거죠. 전사라고 말씀드릴만한 게 달리 없는 게, 가끔 클릭을 잘못해 원한 적 없는 광고가 느닷없이 재생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머릿속 무대가 열릴 때가 있습니다. 영화를 한 편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지 스팸 메일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제멋대로 재생되고 제멋대로 끝이 납니다. 이 이야기 역시 그렇게 찾아왔어요.

때는 2015년 12월 8일 오전 9시경. 저는 집을 청소 중이었습니다. 한창 바닥을 닦던 중이었죠……. 갑자기 내레이션이 들리더라고요. ‘저승사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된 게 첫 장면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본편의 마지막 장까지 흘러가길래 홀린 듯이 보고 있었죠. 에필로그 부분은 조금 더 뒤에 찾아왔었고요. ‘네가 내게 남겨준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 그 장면을 봤을 때 이건 꼭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당시 벚꽃이 참 예쁘게 피는 동네에 살고 있던 때라, 여기에 벚꽃이 피기 전에 끝을 맺자고 다짐했던 게 시작이었고요. 중간에 한 번 막혀 손을 놓고 있다가 이 벚꽃이 다 지기 전에 끝을 맺자고 다짐했던 게 두 번째였고. 벚꽃은 졌지만 왕겹 벚꽃은 남았으니까……! 하다가 또 막혀서 몇 달 방치해 두다 이번에야말로 끝을 보자! 하고 정말로 끝을 냈던 게 2016년 11월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벚꽃 필 무렵에 출간이 돼서 정말 기뻐요.

 

ⓒ서은채

Q. ‘내가 죽기 일주일 전’에서는 하필 저승사자가 본인 때문에 죽은 첫사랑의 모습으로 나타난 탓에,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루지 못하는 관계가 계속해 어긋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작가님께서 처음 접했다고 하신 괴담과는 간극이 있어 보이는 설정인데, 운명의 판도를 뒤바꾸는 요소로 작용하는 ‘일주일’이라는 시간과 ‘첫사랑’이라는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오히려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의 이야기로서 구상을 하실 때, 여러 괴담에서 가감된 설정을 어떻게 고민하고 결정하셨는지요.

A. 이쪽은 위에서 어느 정도 대답이 된 것 같습니다. 정말 제멋대로 뜬금없이 찾아온 이야기라, 무언가 고민해서 결정한 부분은 없습니다. 후에 이게 시발점이었나 보군, 저게 기반이 됐나 보군 하고 추측한 부분은 있지만요. 예를 들어 왜 하필 이름을 세 번 불러야 하는가, 이쪽은 창귀 이야기에서 출발한 듯하고요. 저도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았고, 어떤 모습으로든 돌아와 차라리 나를 데려가주길 바란 적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지난한 시간들을 거친 후, 비로소 이제는 잘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한 직후에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나오셔서 제 집을 돌아보고 가신 적이 있어요. 그 전엔 한 번도 안 나오셨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 데려가 달라고 할 때는 안 오시더니 이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오시더라고요. 물론 꿈은 꿈일 뿐이겠습니다만, 또 산 사람은 그런 걸로 위안을 삼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Q. 저승사자라는 소재가 주는 익숙함도 분명 있는 것 같은데요. ‘내가 죽기 일주일 전’에도 생령의 존재나 신내림, 무병 같은 토속적인 설정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고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요. 관련해서 자료 조사도 함께 하셨는지, 같은 소재를 다룬 이야기 중 재미있게 본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A. 따로 자료 조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평소 들어온 이야기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쪽을 참고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와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친자매처럼 지내는 언니가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이 그런 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학구적인 관심은 아니고요. 보통 흔히들 그렇듯이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점을 보러 가고, 새해 운수를 보러 가고, 고사를 지내고, 이런 정도입니다만 아무래도 오랜 기간 같이 지내다 보니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일례로는 언니가 아는 동생 한 분은 신기가 있으신데(실제로 무병을 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따로 신내림은 받지 않고 댁에 제단만 자그맣게 만들어놓고 지낸다더라……(대화 중에 가끔 엉뚱한 발언을 하실 때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잘 맞는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라거나, 그 신이 샘이 많아서 남편은 제단이 있는 방에 못 들어오게 한다……라든가. 그렇게 건너 건너 이것저것 주워들었습니다. 또, 대대로 언니의 외가가 기가 세다, 신기가 있다 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언니도 그 어머님도 마찬가지고. 이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이 주워들었었습니다. 언니의 어머님은 지금도 장롱에 쌀을 담은 신줏단지를 소중히 보관하고 계실 정도예요. 요즘엔 드물죠, 신줏단지는. 아마 그렇게 평상시 들어온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이런 식으로 다듬어져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같은 소재를 다룬 이야기……, 하니까 퍼뜩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일단 어릴 때부터 괴담을 좋아했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급격히 겁이 많아져서 요즘엔 잘 못 보지만 여전히 괴담은 좋아해요. 정확히는 오싹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기담 쪽을 좋아합니다. 어릴 땐 어느 날 갑자기, 공포 실화 이런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책은 눈에 띄는 족족 모조리 읽었었고 최근엔 일본 괴담을 번역해주시는 분 사이트에 열심히 드나들었었어요. 지금은 종일 혼자 작업하고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모두 끊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겁이 많아요……. 혼자 있으면 호러 두 글자가 달린 글은 절대 클릭하지 못합니다. 한 번은 없던 용기가 샘솟아 브릿G에서 괴담이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했다가 그날 밤새 저의 개님을 안고 떨었었답니다. 하필 첫 문장의 장소가 송정 해수욕장이어서 더 무서웠습니다…….

아, 같은 소재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오노 후유미 작가님의 「고스트 헌트(악령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요. 정식 발매되기 시작했을 때 엄청나게 기뻐했었는데 중단되어서 몹시 슬픕니다. 한국 무속이랑은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요.

 

 

정희완, 김람우, 김인주, 정일범… 남다른 관계와 남다른 유대

Q.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이미지로 구체화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람우’는 생기가 넘쳐 활발하면서도 사려 깊은 구석이 있고, ‘희완’이는 늘 어둡고 죽음의 기운이 어려 있지만 희한한 호감을 자연히 발생시키는 인물이에요. 관계 자체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달리, 등장인물들은 이처럼 각각의 특성이 대비되는 지점들이 비교적 뚜렷한 것 같아요.

A. 각 등장인물이 어떻게 사고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는 편입니다. 딱히 뭔가를 정확하게 정해두고 쓰는 건 아니지만요. 람우 시점을 쓸 때는 온전히 람우에게 몰입해서, 희완이 시점을 쓸 때는 온전히 희완이에게 몰입해서, 또 김인주 씨 시점을 쓸 때는 김인주 씨가 된 기분으로, 내내 이런 식으로 글을 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본편 같은 경우는 특히나 희완이 시점에서 실제 람우를 대면하는 느낌으로 읽어 주셨으면 했어요. 그래서 내내 ‘너’라고만 지칭하죠. 람우라고 하지 않고요. 희완이 입장에서 보면 이름을 부르기가 두렵기 때문이고,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내’가 된 기분으로 몰입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잘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Q.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모두가 모두에게 어긋난다’는 거예요. 또래 친구가 없는 희완이, 평생 찾지 못할 아빠가 있는 람우, 그리고 이들을 도맡아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모습에서 드러나듯 일반적인 관계에서 이탈하거나 배제된 사람들이 모여 남다른 유대를 만들어요. 하지만 이렇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 때문에 결국은 모두가 애처롭게 느껴지거든요. 이처럼 일상성으로 묶이지 않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처음부터 함께 구상을 하셨던 걸까요. 아니면 연재를 해나가며 덧붙여진 부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람우, 희완, 김인주 씨, 정일범 씨(더해 희완이 엄마)까지는 처음 이 이야기가 제게 왔던 때 그대로입니다. 한호경 씨, 고영현, 유솔하, 민혜성 자매는 본편을 쓰면서 또 쭉쭉 떠오른 이야기를 덧붙인 거예요. 연재하면서는 아니지만 써나가면서 이야기가 스스로 확장돼갔다고 생각해요. 철저하게 계획을 잡아 글을 쓰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첫 장을 펼쳐놓은 뒤 스스로 나아가는 방향을 뒤쫓아 가는 방식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Q. 이별과 기다림으로 어긋남이 반복되는 관계에서 가장 주목하게 되었던 건 결국 집요한 생의 의지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이었던 것 같아요. 그토록 죽음을 가까이 둔 사람들임에도 입을 모아 생의 의지를 다잡거든요. 한편 떠나간 사람은 남아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나갈 삶의 모습을 굳게 믿고요. 끝내 그 삶에 가장 중요한 ‘서로’는 없는 건데도요. 빈자리로 채워지는 사랑이지만, 그래도 기다림은 남았으니까 괜찮은 거겠죠? :cry:

A. 괜찮지…… 않을까요? :-D 희완이는 이제 잘 살아갈 거예요. 그런 확신이 있습니다. 람우 역시 잘 살아갈 겁니다.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 참견해가면서, 선배 저승사자랑 투닥거리면서, 가끔 납골당에 들르기도 하면서요. 김인주 씨는 다정한 사람이고, 정일범 씨는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죠. 고집은 세지만요.(웃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을 테니 서로 부딪칠 때도 있을 테고, 감정이 상할 때도 있을 테고,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잘해나갈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저기, 있잖아.
내가 자라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그 사람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
삶이 존재하는 한.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본문 중에서

 

 

남은 이야기들

Q. 후기를 통해 작가님께서도 못 다 풀어낸 이야기가 많다고 하셨어요. 정말이지 언급하신 인물들의 전사가 모두 궁금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건 화려한 의복으로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는 저승사자 ‘명운’의 이야기입니다. 명운의 등장에 압도된 저 역시, 책 속 대사처럼 ‘내 상상 속 저승사자 돌려줘’라고 외쳤답니다. 

A. 명운은 본문에도 한 번 언급되었다시피 조선시대 사람입니다. 양반가의 노비였고요, 이쯤 되면 뻔하지만 명운이 사랑했던 건 주인집 아씨예요. 쌍방이었는지 짝사랑이었는지는 비밀로 남겨두겠습니다. 명운이라는 이름은 운명을 뒤집어서 만든 겁니다. 본명은 아니고, 일종의 가명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운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염라(왠지 말하고 싶어서 첨언. 염라는 여자입니다)뿐이에요. 언급만 했다 하면 패악을 부리기 때문에 시비 걸 때를 제외하면 입에 담지 않습니다. 쓸데없이 설명이 긴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라서.(웃음) 사실은 쓰기 전까지만 해도 명운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결이 다른 에피소드라 결국 제외했습니다. 강렬한 원색을 좋아하고요, 초콜릿을 사랑합니다. 그 외에도 단 거라면 뭐든 오케이.

 

Q. 끝내는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것들을 차근차근 이루며 살아가는 희완의 모습처럼, 작가님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조금만 소개해주세요.

A. 작년, 그리고 올해. 제가 평생 이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꿈들이 죄다 이뤄져 버린 덕에 아주 사소한 것들밖에 남아 있지 않네요. 제 올해 소원은 하드 커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외 남은 것들 중에서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 1번, 딸기 뷔페 방문(이번 주에 갑니다).
  • 2번, 커튼을 걷으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기.
  • 3번, 온천 여행(온천에서 3박 4일 동안 뒹굴기만 하고 싶어요).
  • 4번, 아일랜드 여행(이쪽은 별로 안 소박한 것 같은데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오로라를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집필 활동에 대한 가까운 전망과 더불어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비롯해 작가님의 작품을 읽게 될 브릿G 회원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해차반(서은채)입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까,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아서 할 말이 퍼뜩 떠오르질 않네요. 우선은 부족한 작품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첫 연재 당시 여러 방법으로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특히 브릿G 연쇄후원마님. 어느 분이신지 아직 안 밝혀지셨지요? :)

아무도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몇 번이나 되새겨야만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여러 일이 너무 많이 겹쳐 과연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되는 걸까? 고민 중이던 시기였고요. 정말 힘들었고, 방황만 거듭했었죠. 그때 보내 주신 메시지와 골드코인을 발견하고는 어찌나 많은 생각이 들던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닿고 있구나, 그래도 누군가는 보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정말 많은 용기를 얻었었습니다.

이외에도 리뷰를 써주신 Ello 님, 쎄씨 님, 주렁주렁 님. 익명으로 골드코인을 후원해주신 분들, 울었다고 해주신 분들, 감사하다고 해주신 분들, 제가 감사합니다. 저도 울었습니다, 너무 기뻐서. 연말 시상식 수상 소감 얘기하는 기분이네요. 하지만 꼭 한 번쯤은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슬금슬금 글을 올리다 보니 브릿G라는 공간 자체가 이제는 상당히 안락해져서, 갈수록 단편이라는 이름하에 아무 말만 늘어놓고 있는 기분입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써나갈 테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D

차기작…… 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지금 갖고 있는 계획이라면 일단 몇 달째 휴재 딱지가 붙은 채로 방치 상태인 연재작 두 개를 완결 내는 게 제일 먼저일 것 같고요. 둘 중 하나가 ‘내가 죽기 일주일 전’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데다(저승사자는 안 나오지만) 인물이 이어지는 일종의 연작쯤 되는 이야기가 하나 더 붙어 있는지라 앞선 둘을 끝내고 나면 그쪽부터 풀어놓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이사이 쓰다 만 단편들도 마저 마무리 지어서 올려야겠지요.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네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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