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에서 장편으로’ 선정작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김상원 작가 인터뷰!

2025.7.2

장편으로 확장하면서 AI의 성장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AI의 학습과 성장, 그리고 인간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현재 ‘제2회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를 심사 중인데요, 이에 앞서 2023년 진행된 제1회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 참여작의 추가 계약이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김상원 작가님의 장편소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소식을 전하며, 김상원 작가님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 등 소회를 나누는 질답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김상원 작가님께서는 이미 제2회 신체강탈자 공모전에서 「맑시스트」로, 제6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는 「외면술사」로 대상을 수상하며 브릿G 회원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 것 같습니다. 풍자적 상상력과 현실과 미래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을 담아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는데요, 이번에 계약된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도 투고 원고를 AI가 처리하면서 벌어지는 2020년 12월 발표된 100매 분량의 동일 단편소설이 그 시작입니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장편소설 계약까지 이르렀는지 그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relieved:

 


 

Q. 제1회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에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를 장편화 시놉시스를 응모하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부분이 장편으로 개작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던 건지 궁금했습니다. 

A. 당시에 썼던 단편이 그리 많지 않아서였을까요, 공고를 보자마자 단편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가벼운 농담처럼 시작한 글이었는데 쓰면서 뭔가 야심(?)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AI의 미래나 의미에 관해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당시에는 이것저것 많이 쓰자는 시기여서 후딱 마무리를 지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에잇, 일단 구세주를 문래동 지붕 위로 훌쩍 넘겨서 보내 버리자.’ 뭐 이런 기분으로요.

그랬었다 보니 아쉬움이 남았던 거 같아요. 여러 디저트를 맛보고 싶어서 정작 메인 메뉴는 먹다 만 그런 기분?(물론 단편이 디저트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 우주는 ‘투고처리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Q. 장편화 작업을 거치면서 편집부로부터 피드백이 여럿 있었는데요, 피드백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간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가장 수정 작업이 어려웠던 구간은 어느 부분이었을까요?

A. 이 질문을 읽고 PC 바탕화면에 있는 두 개의 파일을 열어 보았습니다.(파일명은 ‘설정대수술1’, ‘설정대수술2’입니다.)

음······ 역시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가장 큰 규모의 수정이었겠죠. 주인공 오이오가 몸을 버리고 아바타가 된 한 아이돌과 꿈속에 갇혔다가 탈출하는 설정이 있었습니다.(브릿G에 올린 단편 「호텔 포레누아」에도 같은 설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부의 피드백에 따라 이 부분을 과감히, 거의 완전히 걷어 냈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수정이었지만, 하고 나니 확실히 깔끔해진 거 같아 저도 속이 시원하더군요.

 

Q. 단편에서 투고된 원고들을 인공지능을 통해 선별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다는 발상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단편의 설정을 장편으로 개작하며 이야기를 크게 확장해야 했는데, 이때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과 수월하게 진행된 부분, 혹은 고민이 많이 됐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장편으로 확장하면서 AI의 성장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AI의 학습과 성장, 그리고 인간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겪을 창조자와 피조물의 갈등, 그리고 머리가 커질 대로 커진 AI 입장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함께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부분을 취하고 어떤 부분을 버릴까? 등등…….

네, 주로 AI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Q. 신체강탈자 공모전 수상작 「맑시스트」에서도 아이돌, 노래, 공연 이런 요소가 눈에 띄었는데, 물론 개고 과정에서 대폭 축소되었습니다만 이번 작품에서도 초고 초반에는 아이돌이 중심에 등장했어요. 이러한 요소들을 작품에 자주 담는 의도가 있으실까요?

A. 음악 일을 했었고, 여전히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음악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을 쓸 때도 건반처럼 두드리는 느낌으로 키보드를 치거나 옆에 놓인 기타를 깔짝거리면 더 잘 써지기도 하고요. 한동안은 단편마다 짧은 음악을 만들어서 O.S.T.처럼 올리기도 했습니다.(「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뛰어 봤자 플랫폼」 등……)

음, 그리고 지금까지 쓴 것들 중에 쓰는 재미가 가장 쏠쏠했던 단편도 「힙과 뽕의 싱커페이션」이라는 완전 음악 소설입니다.

 

Q. 후반부에 벌어지는 거의 전 인류적 재난 상황은 여러 작품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혹시 참고가 되었던 소설 등 콘텐츠가 있을까요?

A. 작업 중에 딱히 참고한 작품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질문을 읽다 보니 언뜻 소설 『시녀 이야기』와 넷플릭스 시리즈 「메시아」, 왓차 시리즈 「이어즈&이어즈」 같은 드라마들이 떠오릅니다. 담당 편집자께서는 『일렉트릭 스테이트』가 떠오른다고도 하셨었는데,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왠지 뿌듯해했던 기억도 납니다.

참고라면, 음, 그 어떤 작품보다도 지난겨울 개고 중에 벌어졌던 한바탕의 난리법석이 한몫했던 거 같습니다.

 

Q. 초반부 투고 원고를 검토하다가 봉변에 처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매우 재미납니다. 이런 발상을 하게 된 계기와 집필 과정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실제로 제가 겪은 일입니다. 모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빠른 시간에 거절 메일을 받았었더랬죠. 알고 보니 다른 소설가분도 동일 출판사에서 같은 일을 겪으셨더라고요. 당연히 기분이 상했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지, 이 편집자는 AI란 말인가?’

순간 ‘아, 이걸 소설로 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정반대로 편집자의 처지에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보낸 것과 같은 무수한 ‘똥글’들로 가득한 투고 지옥에서 허우적거리는 가련한 편집자에게요. 음……. 아무튼 초고속 거절 메일을 보내 주신 정체불명의 그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30분 만에 수십여 편의 밀린 투고 원고를 일괄 처리했습니다. 아 진짜, 속이 다 뻥 뚫리더군요. 그리고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요. 편집자 전원에게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제가 투고한 메일의 수신확인 시간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오전 9시 51분이더군요.
그런데 편집자분께서 거절 메일을 보낸 시간도 9시 51분이네요?
1분도 안 돼서 원고지 1,200매 분량의 장편소설 원고를 읽으시고 편집회의까지 거치셨다니, 귀사는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의 소유자들로 편집진을 꾸리셨나 봅니다.
읽지 않으실 거면 차라리 투고를 받지 마시길.

곧이어 출판사 SNS에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잇달아 분노와 공감의 댓글이 탕후루처럼 송알송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중에서

 

Q. 작품이 최종 계약이 될 때까지 여러 번 개고를 거쳤는데요, 근 1년에 이르는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요?

A. 매번 편집부라는 엄선된 소수 전문 독자들이 읽을 글을 쓰는 기분은 뭐랄까요. 긴장감? 뮤지션들은 큰 공연보다 작은 클럽에 옹기종기 모인 관객들 앞에서 공연할 때 더 긴장된다고들 하는데요,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근 1년간의 소극장 공연을 한 느낌이랄까요.

이참에 꼼꼼히 읽어 주시고 짜릿한 호응 보여 주신 편집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Q. 오이오, 구세주, 유소유 등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두루 특색있습니다. 캐릭터 이름을 짓는 방식이나 의도가 있을까요?

A. 보통 이름은 ‘***’이나 ‘###’ 같은 걸로 해 놓고 쓰다가 뭔가 떠오르면 짓는 편입니다. 네, 이름 짓는 걸 좀 귀찮아합니다. 그래서 한 글자라도 더 안 지으려고 ‘앞으로 읽어도 장과장’, ‘뒤로 읽어도 장과장’ 같은 이름들을 만들었나 봅니다.

의도라면, 「맑시스트」의 유소유는 글 쓸 당시의 저의 모습입니다. 겉으로는 무소유를 추구라도 하는 척 거들먹거리지만 알고 보면 결국 속물인 저 자신에 대한 자기반성 또는 자책의 네이밍이랄까요.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의 구세주는 말 그대로 구세주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공 오이오를 투고 지옥에서 구원해 주는 존재인데, 뒤로 갈수록 그 의미가 점점 확장되어 갑니다.

반면 오이오는 ‘가장 보통의 존재’ 같은 디폴트 느낌으로 여기저기 쓰려고 만든 이름입니다.

 

Q. 마지막으로, 지금 또 새롭게 집필을 기획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음…… 「사연 금지」를 장편으로 쓰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있고, 새 단편도 막 쓰고 싶고 그렇습니다. 간만에 메모장을 열고 그동안 쌓아 놓은 아이디어들을 죽 훑어보았습니다. 뭔가 잔뜩 있는데 막상 뭘 써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아직은 고민 중입니다.

 


 

📌편집자들이 직접 부지런히 읽으며( :tears-joy: :!: ) 열심히 심사 중인 제2회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한 마음인데요. 책으로 출간될 장편소설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제1회 단편에서 장편으로 프로젝트에서 함께 최종 선정된 『토마토 정원』 한소은 작가님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 보세요!

「토마토 정원」 한소은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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