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문학 주간] 전건우 작가의 『앨리게이터』에 대한 7가지 물음

2024.10.4

오랜만에 선보이는 매거진 콘텐츠는 바로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출간을 기념해 일곱 작가와 나눈 7문 7답 릴레이 인터뷰 연속 기획입니다!✨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은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과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을 잇는 황금가지의 새로운 시리즈로, 한국 공포문학을 대표하는 김종일 작가님과 전건우 작가님을 비롯해 브릿G 작가 프로젝트를 거쳐 선별된 작품들을 포함하여 총 7가지 신작 소설집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한국적 색채가 강한 공포 장르에 SF,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여 한국 공포문학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었는데요, 한국 공포문학이 나아갈 다음 단계를 제시하는 중편선 시리즈 출간을 기념해 참여하신 일곱 분의 작가님들께 각기 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각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후일담과 비하인드가 가득한 이야기들이 매일 평일마다 릴레이 매거진으로 공개될 예정인데요, 그 마지막에는 오래전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구상해 온 편집자와 멋진 시리즈 디자인을 완성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도 준비했으니 끝까지 함께 고대해 주시고 각 매거진마다 많이 응원+감상 댓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 인터뷰로 총 7가지 작품 구성에 맞춰 ‘한국 공포문학 주간’이라는 일주일 콘셉트로 선보이게 된 이번 중편 공포문학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작품이자 ‘월요일’에 해당되는 작품 『앨리게이터』의 저자로서, 한국 장르문학의 최전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전건우 작가님과 나눈 일곱 가지 물음과 답변을 공개합니다!🐊

 


 

1. 밀폐된 공간에서 움직임 불능 상태로 위해를 입는 화자의 물리적 공포가 자연 다큐멘터리 내용과 연결되는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반지하 주택은 늪지대로 은유되며 앨리게이터가 활개를 치는 서식처로 묘사되는데요,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듯한데 앨리게이터라는 존재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A. 실제로 저는 자연 다큐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소설 속 주인공처럼 악어에 관한 지식을 쌓았죠. 크로커다일은 악어를 대표하는 만큼 크고, 활동적이고, 어딘지 건강한(?)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앨리게이터는 서식처를 만들어 왕처럼 구는 것도 그렇고, 겉으로 이빨이 드러나지 않아 합죽이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음흉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걸 보면서 앨리게이터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단, 악어가 나오되 ‘크리쳐’ 장르가 아니라 ‘심리 호러’로 풀어 보고 싶었어요. 하수도를 누비며 사람 잡아먹는 악어 역시 크로커다일이거든요. 이 거대한 악어를 다룬 거라면 괴수물로 풀어내는 게 좋겠지만, 앨리게이터는 그 특성상 심리 호러가 딱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이 좁은 방 두 개짜리 반지하 셋방에서 왕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저 불쾌하고 증오스러운 인간은 틀림없이 앨리게이터였다.”

 

2. 작품 속에서 앨리게이터가 상징적 존재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시궁쥐는 굉장히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워주는 존재라 또 다른 공포감을 선사합니다. 또 죽음을 끝없이 예견하던 화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인 배고픔과 갈증으로 인해 현실을 새삼 자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처럼 환상과 실재적 공포를 구분하고 다르게 표현하려 한 의도가 있었을까요.

A.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에게 두 가지 다른 공포감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 내는 실체 없는 공포, 다른 하나는 오감을 생생하게 자극하는 실체를 띤 공포였죠. 전자의 경우가 바로 앨리게이터였습니다. 현실적 위협이었던 ‘놈’이 비현실적 위협 요소로 바뀌는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 보고 싶었어요. 그 찰나의 순간에 공포가 발생하니까요. 후자는 주인공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면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시궁쥐는 앨리게이터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약하지만, 그것이 실체를 띠고 있다면 그 어떤 괴물보다 실질적인 공포를 선사할 거라 기대했습니다. 한 사건 안에서 각기 다른 두 가지 공포가 발생한다면 더욱 극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에게는 미안하지만, 앨리게이터와 시궁쥐로 번갈아 가며 괴롭힌 데에는 그런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3. 화자는 죽음 그 자체보다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고독한 죽음의 은폐성을 더 두려워하는 듯 보입니다. 실제로 고독사 문제는 사회적 복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여 화자의 심리가 막연한 공포로 치부되지만은 않는다고 느껴졌는데요. 작중 주인공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요즘 작가님께 가장 큰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떤 부분일지 궁금합니다.

A. 저 역시 주인공과 비슷한 결의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생존’과 ‘고립’에 관한 공포죠. 제가 단편소설 「선잠」을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3: 나의 식인 룸메이트』에 실으며 데뷔한 게 2008년이니까, 어느덧 16년이 흘렀어요. 16년간 장르 소설을 쓰면서 편하고 쉬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늘 위태위태했죠. 아등바등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저는 정말로 운이 좋아 여태 소설가로 생존해 있지만, 제 글쓰기의 숨통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늘 품고 있어요. 그만큼 한국 장르소설 시장, 그중에서도 호러소설 시장은 척박하니까요.

요즘도 매일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가장 오래 생존하는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하고. 고립의 공포도 비슷한 맥락에서 발생합니다. 독자가 더는 내 소설을 찾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즉, 독자와 떨어져 고립된 채 누구도 읽어 주지 않는 소설을 쓰게 되면 정말 괴롭고 무섭겠다는 걱정을 하는 거죠. 제가 소설가로 생활하는 동안에는 이 두 가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유일한 해결책은 그럼에도 계속 쓰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4. 「야간 산행 괴담」, 「앙심」 같은 단편뿐만 아니라 『촉법소년 살인 사건』, 『더 컬트』, 『괴담 바이러스』 같은 연재는 물론이고 청소년 소설까지 섭렵하며 공포,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등 장르와 카테고리를 활발하게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창작 동기와 영감을 어떻게 다듬어 나가시는 편인지요. 그런 일환에서 작가님의 보통의 일과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정말로 다양한 것들을 통해 영감을 얻습니다. 이번 작품 『앨리게이터』의 시작이 동물 다큐였던 것처럼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매체 속에서 소재를 찾을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일상의 뉴스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며 감히 롤 모델로 삼는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인데요, 그에게서 가장 본받고 싶은 게 무모하리만큼 열심히 쓰는 특유의 창작법입니다. 스티븐 킹은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곧장 이야기로 만들어 내죠. 저도 그런 소설가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합니다. 늘 메모하고, 소재 찾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무엇보다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하죠. 아마 앞으로도 이런 자세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

여기에 더해 저는 소설 쓰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보통 저녁 9시쯤 자서 늦어도 새벽 2시에는 일어나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 쓰죠. 전업 작가이니 회사원처럼 규칙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먹고, 자고, 쓰라. 이게 제 모토인 셈이죠.

 

5. 「야간 산행 괴담」이나 『괴담 바이러스』처럼 공포 소설가인 화자가 등장하여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작가를 투영해 읽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어떤 타격감을 의도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반대로 단점도 있는지요.

A. 소설가, 즉 제가 화자가 되는 이른바 ‘메타 소설’은 ‘호러’라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장르에 묘한 현실감을 불어넣죠. 독자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방식의 이야기에 훨씬 더 몰입하게 되는데, 그 화자가 실존 인물이라면 몰입감은 더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독자는 내가 읽는 이 이야기가 픽션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럼에도 논픽션이면 더 흥미진진하겠다는, 두 가지 양가적인 감정을 품은 채 소설을 읽습니다. 메타 소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어요.

다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소설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 혹은 들었던 이야기라는 구조가 자칫 단순한 사건의 나열에만 그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픽션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닌 어정쩡한 이야기가 독자의 몰입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메타 소설은 아주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일주일을 콘셉트로 총 7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의 첫 편인 월요일로 낙점된 『앨리게이터』 후미에 실린 기획자의 글을 보면 이 중편선 시리즈는 따지자면 약 20년 전부터 태동이 되었다는 전사를 알 수 있습니다. 오래전 준비하던 기획이 무산되었음에도 작품 계약을 유지하고 언젠간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에 대한 의지를 편집부에 전달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기약이 없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더불어 비로소 전체 구성이 갖추어져 출간 준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시점에 이르러, 첫 기획 당시 구상했던 것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막연한 기대감이랄까요, 아무튼 그런 게 있었습니다. 호러라는 장르를 독자에게 널리 선보인 최초의 출판사가 황금가지죠. 그렇기에 중단되었을지언정 폐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척박한 시장에서 여태 한국 호러를 책임지고 있으니 그에 걸맞은 기획을 언젠가는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않을까 했죠.

그런 기대를 하며 기다린 게 어느덧 오랜 세월이 되었는데요, 저는 지금 출간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저는 훨씬 미숙했기에 중편소설을 잘 소화해 내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지금은 중편만의 호흡을 알지만 옛날에는 그런 것도 몰랐어요. 단순히 단편보다 조금 길게 쓰면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짐작했을 뿐이었죠. 그런 점에서는 쓰는 사람, 즉 전건우라는 소설가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무튼, 이렇게 세트로 출간된 중편선을 보고 있으니 기다리며 실력을 연마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갓 데뷔했을 때의 저는 『앨리게이터』 같은 작품을 절대 쓰지 못했을 거니까요.

 

7. 오랫동안 장르문학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오신 데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을 돌아 다양한 신예 작가들과 어우러져 시리즈 결과물을 발표하게 된 셈인데, 그 토양을 다지는 데 작가님께서도 지속적인 활동 그 자체로서 큰 공헌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처음 발표하신 단편 「선잠」이 수록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3』이 출간됐을 때와 비교했을 때, 새삼 공포문학의 위상이 조금은 달라졌음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지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최근 발표한 작품 소개 등으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공포문학은 늘 비주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장르를 개척하고 척박한 토양을 갈고 닦은 선배 작가 덕분에 그 명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이종호 작가님이나 중편선에 함께 작품을 실은 김종일 작가님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주셨어요. 더불어 ‘매드클럽’이 없었다면, 그러니까 함께 고민하며 소설을 써 온 동료들이 없었다면 저 역시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공포문학이 여전히 비주류라고 생각해요. 다만 최근에 그 기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무엇보다 ‘호러’를 사랑하고 소설을 잘 쓰는 신인이 꾸준히 등장한다는 게 고무적인 일이죠. 중편선에 함께한 배명은 작가님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향후 몇 년 사이에 호러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사랑받을 거라는 기대는 해 봅니다. 물론 그 중심에 제가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죠.

저는 앞으로도 계속 호러소설을 쓸 겁니다. 당장 『촉법소년 살인 사건』이라는 스릴러 소설이 신간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제 이야기의 뿌리는 호러에 있으니까요. 소박한 바람은 매년 세 권 정도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열심히 쓸 수밖에 없어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전건우 작가의 신간을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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