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파」 外 이나경 작가 인터뷰

2017.7.7

SF, 판타지, 공포, 변신담, 수필, 엽편 등…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글쓰기를 선보여 주시는 이나경 작가님,
「다수파」부터 「전신보」까지 다양한 작품을 지나며 묻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작품 집필에 대한 이야기부터 독특한 기념일 달력을 만드는 일의 정체(!)에 대해서까지,
이나경 작가님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저는 다분히 흥미 본위의 인간이고
세상에는 흥미진진한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글쓰기가 흥미롭지 않다면 금세 다른 데로 눈이 돌아갑니다.
따라서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결말을 몰라야 한다는 거예요.

결말까지 정해진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제가 무슨 글을 쓰는지 모르면 모를수록 의욕이 차오르지요.”

Q. 안녕하세요, 이나경 작가님. 브릿G에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작품과 그 너머의 이야기들을 회원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서면 인터뷰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 회원 분들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 뒤로 어떻게 소개할지 꼬박 사흘을 망설일 정도로) 숫기 없고 생각 많은 이나경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베타 서비스 오픈 초기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주심에 감사드릴 따름이었습니다. 브릿G에 작품을 직접 등록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지요. 브릿G라는 공간이 작가님께 어떤 종류의 지면으로 다가갔을지, 첫인상이 궁금했습니다.

A. 2016년 연말에 저는 지금까지 쓴 소설과 앞으로 쓸 소설을 올릴 공간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블로그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요. 소통 내지 사교 면으로는 재주도 없고 관심도 없으니 아무래도 좋고, 그저 혼자 들락거리기 수월한 곳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고 사이트를 물색해보았으나 그 기준이 까다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 이게 괜찮으면 저게 걸리고 저게 괜찮으면 이게 걸려서 좀처럼 마음에 드는 곳을 못 찾고 있었지요. 그러다 지친 나머지 이 정도로 타협하기로 정한 곳이 있었습니다. 브릿G는 아니었어요.

브릿G 베타 서비스 오픈 소식을 접한 건 제가 그 사이트에 소설을 두어 편 올렸을 때입니다. 별 생각 없이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 별 생각 없이 소설을 클릭해 보았는데, 아니 글쎄 모바일 화면의 소설 글꼴이 나눔명조였던 거예요! 제가 끝끝내 타협해야 했던 기준이 바로 글꼴이었는데…. 저는 곧 브릿G야 말로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긴 웹소설 사이트인걸. 그 옛날 블로그 운영하듯 폐쇄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아니, 안 될걸. 잘은 모르지만….’
‘하지만 들여쓰기 자동에 양쪽정렬 자동, 글자크기 고정, 명조체, 구분선 간편 삽입이 되잖아!’
‘하지만 나는 시장통 같은 곳은 아무래도 좀….’
‘이거 왜 이래, 여긴 시장통 미슐랭이라고! 미슐랭을 포기할 거야?’

물론 포기할 수 없었지요. 저는 조금 왜곡된 용도로 이곳을 이용할 작정이었어요. 찾아오는 사람을 막지야 않겠다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생각도 없었어요. 저에게 브릿G는 그냥 소설을 모아두는 공간일 뿐이었어요. 그랬던 제가 지금은 어째 소설은 뒷전이고 자유게시판 죽돌이가 되었답니다. 정반대 방향으로 왜곡돼 버렸다고요….

 

Q. 브릿G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님의 작품들은 우화부터 SF까지 장르의 범주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우선, 「전신보」의 경우 (작품 공지를 보고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만) 아내 분을 위한 ‘생일 소설’로 기획된 이야기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함부로 예상하듯(?)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우화를 거듭해 비틀어 나가는 독특한 변신담으로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새벽에 첫 화를 후루룩 써내려 가셨다고 했는데, 이처럼 우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택하여 쓰게 된 이유가 있으셨는지요. 생일 소설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던 건지 궁금했습니다. 

A. 가장 직접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생일, 생일, 하고 중얼거리던 그 새벽에 동요 산중호걸을 콧노래로 불러버린 것이겠습니다. 그때는 한 문단을 쓰면 그 다음 문단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대책 없이 글을 썼는데 일이 이렇게 커지고 말았네요. 

한편 1부 아홉 편의 말미에 저는 다음과 같이 썼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맺기로 한다. 
선대왕의 유복자는 한 번도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한때 돌림병처럼 성내에 번졌던 소문들은 오래지 않아 자연 연소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불경한 이야기를 안줏거리로 삼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백성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았으며 그 사실이 그들의 삶을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십 년 후, 산에서 내려온 열여섯 살 소녀로 인해 세상은 다시 시끌벅적해지지만 그것은 이 글에서 다루기엔 너무 먼 이야기일 것이다.

원래는 이렇게 완결되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이걸 읽은 친구들이 다음 편을 써내라고 닦달을 하는 바람에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귀가 얇아서 다행이지요.

2부로 접어들면서 주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투른 솜씨로 본문에 슬쩍 집어넣기도 했는데, 결국 「전신보」는 인성과 물성에 과연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논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생일 소설로서 전하는 메시지가 “아내여… 우리,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라니, 이것 참 형편없는 남편이로군요.

 

Q. 생일 소설을 집필하시던 사이사이에 탄생한 작품들도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야기들이 진행 중인 과정에 다른 이야기들을 계속해 만들어내시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장르에 특별히 구애받지 않는 느낌이었기에 작가님께서 실제로 글을 쓰시는 과정이나 흐름은 어떠한지 궁금했습니다. 착상하고 실제 집필을 하기까지 작업 패턴 같은 것이 있으신지요.

A. 저는 다분히 흥미 본위의 인간이고 세상에는 흥미진진한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글쓰기가 흥미롭지 않다면 금세 다른 데로 눈이 돌아갑니다. 따라서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결말을 몰라야 한다는 거예요. 결말까지 정해진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제가 무슨 글을 쓰는지 모르면 모를수록 의욕이 차오르지요. 그래서 트리트먼트라든가 시놉시스라든가 하는 것을 미리 작성해버리면 김이 샙니다.

혹시라도 생각이 제멋대로 뻗는 바람에 너무 일찍 결말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쓰는 일이 고역입니다. 그럴 때면 성숙한 어른으로서 응당 참고 견디며 소설을 완성해야 할 텐데, 저는 너무도 쉽게 응석을 부려요. 쓰던 걸 내려놓고 새로운 소설을 쓰겠다고 한눈을 파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게는 쓰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결말에 도달한 탓에 4년째 묵혀둔 소설이 있는데 제목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마술」이라고 합니다. 나중에라도 이런 제목의 장편소설을 보시면 조건 없이 칭찬해주세요.

또한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는 순서대로밖에 못 씁니다. 막히는 부분을 건너뛰고 뒷부분부터 쓴다든지 잽싸게 초고를 써놓고 전체적으로 다듬는다든지 하는 작업은 제게 거의 별세계 이야기예요. 그래서 한번 막히면 마음을 다잡고 고비를 넘기기가 아주 힘겨운데요, 그럴 때 저는 또 응석을 부립니다. (…) 실제로 60%가량 써놓고 1년째 미뤄둔 소설이 있는데 제목은 ‘벽’이라고 합니다. 나중에라도 이런 제목의 중편소설을 보시면 덮어놓고 칭찬부터 해주세요.

자, 종합하면 저는 글쓰기를 책읽기와 아주 유사한 방식으로 하는 셈입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는 세상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재주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딱히 의미를 두지 않겠습니다. 그냥 습관이 잘못 들었을 뿐이니까요.

 

Q. 브릿G에 처음 올려주신 작품이 「다수파」입니다. 이야기 자체의 완결 여부를 떠나 작가님의 글들이 일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재성, 동시대성에도 주목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습니다. ‘다수’라는 설정에만 오롯이 집중한 채 읽어 내려가다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맞닥뜨렸을 때,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쓰는 데만 해도 쉽지 않은 과정을 지나셨을 듯한데, 혹 이 단편과 관련해 좀 더 들려주실 만한 이야기가 있을지요. 언제 어떻게 처음 쓰게 되셨는지, 유난히 작업 과정이 궁금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A. 2010년에 모리미 도미히코의 『연애편지의 기술』이라는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주고받는 편지의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훌륭한 소설이었고 저 역시 무척 감명 깊게 읽었는데요, 내심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 저는 꽤 열성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했습니다. 프리챌로 시작해 싸이월드, 네이버, 태터툴즈, 티스토리, 텀블러 등등 각종 서비스로 갈아타며 성실하게 일상을 기록했지요. 기껏해야 선후배 몇 명만 방문하는 쓸쓸한 블로그였지만 딴에는 그래도 즐겁게 꾸렸습니다.

그러다 2009년의 어느 날에는 각박한 세태를 한탄하며 우편으로 소통하는(그렇습니다, 정확히 펜팔입니다.) 정겨운 모임을 만들자며 공개 구인을 했는데,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저 혼자 편지지만 잔뜩 사고 유야무야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훗날 「전신보」를 쓴 편지지가 바로 이때 산 것입니다. 교보문고 리뉴얼하기 전에 산 건데 아직도 남아있네요….)

아무튼 『연애편지의 기술』을 읽고서 저는 크게 반성했습니다. 나는 왜 그 아이디어로 소설 쓸 궁리는 안 했을까, 하고요.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는 소설 쪽으로 가장 먼저 모색하자, 하고요. 그렇게 저는 블로거에서 소설가로 조금씩 변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럴수록 제 안의 블로거는 죽어갔고요.

2012년의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항상 다수 의견만 고를 수 있을까?’

너무 시시한 상황에 떠오른 의문이라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하여간 저는 이러한 의문으로 어떻게 하면 소설을 쓸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하나같이 밍밍해서 안 쓰기로 했어요. 기껏해야 이 사람에게 후보를 고르게 하면 선거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는 정도였지요. 으아, 평범해! 하지만 다른 소재들과 달리 유독 이 의문은 종종 떠올라 뇌리에 맴돌곤 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15년 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여객선에 타고 있었다면 나도 시키는 대로 했을 거야, 가만히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때 어떤 사내가 떠오른 것입니다. 평범하디 평범해서 늘 다수 의견만 고르는 사내가요. 그도 죽었을 거야, 라고 생각하자마자 그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지요. 설정이 조금 바뀌었지만요.

화자를 정한 것은 귀갓길 버스에서였는데 하마터면 버스 맨 앞좌석에서 울 뻔했습니다. 어쩌면 조금 울었을지도 몰라요. 소설을 쓰면서 제가 만든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해본 적은 이전에도 이후로도 없습니다.

한편 제 작업 방식으로 미루어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클라이맥스를 쓸 때까지 아버지가 그런 능력을 가졌으리라고 짐작조차 못 했습니다. 하지만 능력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고 저는 그걸 뒤늦게 발견한 것이지요. 그때의 놀라움이란 정말이지….

 

Q. 인상적인 엽편들을 읽고나서는 특히나 일상에 대한 특유의 관조적 시선이 돋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밤마다 세탁기를 돌리게 된 누군가의 풍경 등을 머릿속에 그리다 보면 세밀한 관찰과 상상이 모여 만들어진 순간순간이 강렬하게 와 닿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 기본적으로는 어떤 연민까지도 한데 응축된 느낌이에요. 괜스레 비장하거나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지 않고도 지켜보듯 담담하게 일상을 비추어 내는 시선이 늘 감탄스럽습니다. 일상의 풍경을 담아낼 때 특별히 고민하시는 지점들이 있는지요?

A. 음… 과찬이십니다. 저 스스로 의식하지 않던 부분에서 칭찬을 들으니 얼떨떨하네요. 이게 웬 횡재인지….

글쎄요, 이게 관련이 있는 대답일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요새 비우기를 골몰하고 있습니다. 세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독자들이 머릿속에 스스로 풍경을 그려내도록 의도하여 얼렁뚱땅 피상적으로 쓰는 것이지요. 그게 더 효과적인 때가 많더라고요. 분량 면에서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결국 저는 얼렁뚱땅 썼지만 그것이 의도치 않게 살짝 관조적인 정조를 띠게 되고 이것저것들의 화학작용으로 연민이 드러났다는…!

애고, 너무 얼렁뚱땅인가요?

 

Q. 특히나 ‘말’을 중심으로 한 유희나 변주에 굉장히 능하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사랑손님과 나」에서 인물들의 도드라지는 말투는 단연 압권이었지요. 특정 작품뿐만 아니라 대개 문체가 부드럽게 느껴지는 터라 괜스레 작품에 심리적인 친밀감이 들기도 했는데요, 작품의 문체나 인물들의 말투에 보다 신경을 쓰시는 편인지 궁금했습니다.

A. 우선, 문체는 이제 완전히 굳어버린 것 같습니다. 조금 색다른 분위기로 써보려 해도 금세 온화해져 버려요…. 하지만 애써 다른 문체를 시도하려는 노력보다는 제 문체로 이야기를 끌고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물에 관해서라면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인물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요 근래에 조금씩 인물의 개성을 고려하고 있는데… 제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전국 팔도의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배워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Q. 그런가하면 아예 수필을 모아 연재하고 있는 「이나경 어쿠스틱」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처럼 늘 다채로운 방식으로 일상을 대하며 글을 쓰고 있거나 예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수필과 소설을 대하는 욕구나 계획이 다를 듯한데, 실제로 글쓰기를 병행하시면서 어떤 차이를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숫기가 없는 것과 별개로 저는 제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욕구를 해소하고자 수필을 쓰게 되었지요.

저는 수필이라는 장르에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시도할 만한 게 아주 많아요. 1인칭 대신 2인칭이나 3인칭으로 써도 신선하겠고, 아예 사물을 화자로 해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상만 해도 벌써 재미있지 않은가요! 앞으로 「이나경 어쿠스틱」을 통해 그런 것들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Q. 「이나경 어쿠스틱」 중 「여하튼 설레는 날들」 편에서 소개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매일매일을 색다르게 기념하는 달력을 꾸미는 것이 정말이신지요(?!). 이렇게 스스로의 기념일을 만들어나가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관련한 에피소드를 좀 더 전해 듣고 싶습니다.

A. 네, 현재 절찬 제작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질풍노도의 생후 38개월째를 보내고 있는 우리 딸이 ‘복숭아뼈’라는 단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옥수수뼈’라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식구들이 ‘복숭아뼈’ 대신 ‘옥수수뼈’로 부르기로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날인 5월 25일을 기념일로 지정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그날을 ‘옥수수의 날’로 할지 ‘뼈의 날’로 할지 아니면 ‘복숭아뼈의 날’로 할지 정하는 것이겠지요. 현재로서는 ‘옥수수의 날’이 가장 유력합니다.

 

Q. 작가님께서 리뷰도 직접 쓰신 작품이 있는데요,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간단히 추천해주신다면요.

A. 덜 주목받은 작품 중에서 골라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다고만 해도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그건 역시 조금 무성의하게 보일 것 같아 하나마나한 설명을 한 줄씩 보태겠습니다.

배현 작가님의 ‘고유진동수’는 와장창과 우당탕이 뱅글뱅글 난무하는, 문단 볼륨이 상당함에도 아주 매끄럽게 읽히는 호러 소설입니다.

은상 작가님의 ‘코르사코프’는 이토 준지의 만화를 연상케 하는, 몽대륙 이주에 관한 기묘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Rogias 작가님의 ‘22mm’는 특별한 눈을 가진 미소녀(추정)가 고초를 겪는 SF 호러 소설입니다.

잉타 작가님의 ‘어느 라디오 방송’은… 라디오 방송이네요.

 

Q.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단편 「오늘의 탐정」을 발표하신 바도 있습니다. 예전에 글을 발표하실 때와 지금의 작업 환경에 특징적인 변화나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단지 지면의 차이는 아닌 것이, 웹진 《거울》의 필진으로서 웹 플랫폼에서의 작업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이처럼 소설 창작과 유통 플랫폼이 난무하고 있는 시기 브릿G에 보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제가 2017년 1월부로 《거울》 필진에 합류한 것이라… 그간 소위 웹소설 플랫폼에는 전혀,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간혹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위기감이 도져 몇몇 사이트에 팔랑팔랑 구경하러 갔다가도 어린 날개가 웹소설의 거센 물결에 절어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오곤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종이책 출간만을 목표로 글을 쓰는 실정으로 웹에는 무료로 공개하고 있지만, 브릿G가 정식으로 오픈하고 회원도 늘면 웹에서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 지금보다는 더 웹 친화적인 글을 쓰게 되겠지요.

그러니 부디 브릿G가 승승장구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명조체 포기하지 마시고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가까운 전망과 더불어, 작가님의 작품을 읽게 될 브릿G 회원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시고 말씀 나눠 주심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A. 저는 당분간 안락의자 탐정이 활약하는 코지 미스테리를 쓸 예정입니다. 틈틈이 짧은 글도 올릴 생각이고요. 쓰다 미뤄놓았던 글들도 보듬겠습니다. 여전히 이곳 자유게시판에서 암약하면서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nterviewed by 브릿G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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