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개발자 서면 인터뷰

2017.4.11

플랫폼 타이틀이 확정되기도 전부터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홀로 도맡아 프로젝트에 함께하며,
지금의 브릿G가 있기까지 막중한 역할을 해주셨던 브릿G 개발자님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현재 베타 버전이라는 점, 그리고 상당기간 베타 버전일 것이라는 점,
그래서 독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kakaotalk_20170411_113846664

 

Q. 안녕하세요, 개발자님과 거의 매일 브릿G 전용 업무 툴과 온라인 메신저로만 일하다 이렇게 서면 인터뷰를 청하게 되어 낯선 마음입니다. 개발자님에 대한 브릿G 이용자 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여러 번 인터뷰 요청을 드리게 되었네요. 먼저 개발자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브릿G 개발자 이태한입니다.

일산에 사는 40대 불혼남입니다. 미술(회화)을 전공하였고요, 원래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처음 코딩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직업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워낙 성격이 다른 분야이다 보니, 어떻게 그렇게 전환할 수 있었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디졸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에 대한 고민과 회한이 많았습니다.

 

kakaotalk_20170411_112030141

2001, 유화, ⓒ이태한

 

Q. 개발자님께 처음 브릿G 업무 제안을 드렸던 날이 생각납니다. 기록을 보니 정확하게는 2014년 8월 22일에 처음으로 프로젝트 검토 메일을 드렸네요. 사이트 이름도 정해져있지 않았던 당시에 저희 제안을 받고 많이 고민을 해주셨는데, 결정적으로 저희 제안을 수락하고 함께하기로 결심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는지요.

A. 제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여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장기적인 계획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어 도전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Q. 모바일 형태나 관리의 용이성을 비중 있게 고려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브릿G를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워드프레스 전문 개발사에서는 제작 자체가 어렵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꽤나 있었습니다. 개발자님께서는 브릿G 구상안을 보셨을 때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으셨는지요? 사실 개발자님께는 제작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피드백 자체를 전달 받은 바가 없었기에, 처음부터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브릿G 사이트 구현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A. 워드프레스는 수많은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에 의해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집단지성의 산물입니다. 혼자 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바로 그 워드프레스를 선택했으며, 거기에 오랜 시간 집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다른 툴은 사용할 줄 몰라요.

원칙적으로 툴은 기능과 목적에 따라 선택되어져야하는 것이지만, 브릿G가 워드프레스로 개발된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던 거죠.

 

Q. 처음 브릿G 사이트의 형태를 구성하기 시작했을 때 작성했던 초기 기획안을 보면 3년 전과 기획 자체나 플랫폼의 구상 형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연히 눈에 띕니다. 사이트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전부 홀로 맡아 진행을 해주셨고 이만큼 사이트 편의성이 훨씬 뛰어나게 보완된 데에는 단연 개발자님의 역할이 지대했습니다. 개발자님 입장에서 지난 2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신지요?

A. 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보다는 프로젝트를 풀어온 과정 그 자체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트렐로(trello.com)라는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관리하고,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네이트온 원격제어로 회의를 했으며, 매주 금요일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트렐로는 아주 큰 역할을 했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툴을 활용하는 스킬이 서로 발전하여, 웬만한 복잡한 작업도 매끄럽게 진행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Q. 사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이용자 편의성이 강화된 기능들을 개발자님께서 먼저 제안해주셨고 이미 사이트 곳곳에 배어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브릿G 샵에서 굿즈나 도서를 구매할 때 ‘일반전자결제 + 골드코인 + 쿠폰’의 각 조합으로 결합할 수 있게 하여 독자들의 결제 선택 폭을 넓혀주시는 등, 보완점들을 먼저 짚어내고 반영해주셨어요. 개발 과정에서 최초 기획보다 더 보완되면 좋겠다고 판단되는 지점들을 직접 고민하고 추가 공수를 들여 작업해주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A. 시간이 허락하고 능력이 닿으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뿐이에요. 아직 준비 중인 기능 중에 ‘작품 설문’ 기능이 있는데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조언을 구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단문응원이나 리뷰와는 다소 다른 이벤트성 기능인데요, 이것도 제가 직접 제안한 기능 중 한가지입니다. 독자를 위한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작가를 위한 도구를 개발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Q. 이번에는 디자인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요, 잘 모르긴 하지만 개발자님처럼 디자인과 개발 모두를 겸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브릿G가 지금처럼 깔끔하게 일관된 톤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개발자님의 광범위한 작업 역량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는 브릿G의 메인 테마 색상을 보라색 계열로 잡아주신 것부터 시작해, 브릿G에 대한 이미지와 디자인을 어떻게 구상하고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IT 관련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전혀 없고, 모두 독학으로 해왔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야 했고, 그래서 역으로 약점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저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세련되고 획기적인 디자인을 볼 때마다 굉장한 열등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흔히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대립하는 이유는, 개발자는 유지/발전시키려고 하고, 디자이너는 그것을 자꾸 바꾸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을 하다 보니 너무 많은 타협을 쉽게 해버리죠. 그걸 고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테마 색상과 이미지들은 ‘브릿G’라는 이름과 ‘이야기의 세계로 건너가는 방법’이라는 태그라인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접근법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좀 부끄럽네요.

 

kakaotalk_20170411_113846671

 

Q. 기존에 개발자님께서 해 오셨던 작업들과 이번 브릿G 프로젝트가 특별히 달랐던 지점이 있었을까요? 작업하시면서 소위 ‘개미지옥’에 발을 들였다고 후회하셨던 순간도 종종 있으셨을 듯 합니다. 또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는 다르지만 웹소설 시장이 규모 있게 성장하는 와중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주변에서 신생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대한 우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A. 본격적인 사용자 참여형 플랫폼 개발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막상 개발에 들어가 보니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거예요. 어떤 문제를 풀지 못해서 계속 제자리걸음을 할 때에는 저도 모르게 ‘어휴 이래서 밥은 먹고 살겠냐?’ 하고 실제로 입 밖으로 욕설을 내뱉기도…… 사실 아직 베타 버전인 지금,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몇 개의 플랫폼이 나타나고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편집주간님의 말씀대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Q. 브릿G는 황금가지 편집주간님의 기획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철저히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저희가 모두 공유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브릿G에 함께하기로 한 이후부터 개발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던 만큼 작업량이 방대했지요. 2년 동안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심정은 어떠셨나요.

A. 전역을 기다리는 군인의 마음으로……

 

Q. 일부 작가님, 독자님들과 함께 진행했던 클로즈베타에 이어 2017년 2월 1일 드디어 오픈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던 만큼 개발자님께서도 새삼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브릿G가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 공개되고 이런저런 평가들을 받기 시작했을 때 소회가 어떠셨나요.

A. 솔직히 저는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제가 언급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남 일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서 SNS 하지 않고 뉴스도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브릿G는 오래 준비한 일인 만큼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Q. 브릿G의 특정 기능을 위해 이런 부분만큼은 정말 신경 썼다고 권할 수 있는 것 하나만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다소 빗나가는 답변이 되겠습니다만…… 현재 베타 버전이라는 점, 그리고 상당기간 베타 버전일 것이라는 점, 그래서 독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송구할 따름입니다.

 

Q. 지금까지 너무 일에 대한 이야기만 여쭤보았네요. 출판사와 작업을 많이 해오셨는데요, 출판사와 연을 맺게 된 계기도 궁금하지만 좋아하거나 즐겨 읽으시는 책의 장르가 특별히 있으신지요? 아니면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을 한 권 브릿G 회원 분들께 추천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A.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제 라이브러리에서 추천은… 더군다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추천은 절대 불가합니다. 책을 별로 읽지도 않으면서 항상 뭔가 얻어야한다는 강박에 미술/인문/과학 분야를 선호했었지만, 그런 취향을 버린 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살다보니 이런저런 출판사 출입이 잦아지게 되었고, 방문할 때마다 새로 나온 책들 한두 권씩 받아서 읽다보니, 자연스레 취향이 무너진 것 같습니다. 자발적 가택연금 상태가 길어지다 보니 요즘은 여행 에세이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Q. 프리랜스 개발자의 특성상 자택에서 장시간 업무를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일상과 업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시는지, 꼭 지키는 작은 원칙들이 있는지 등등이 궁금합니다.

A. 항상 혼자 일해 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자제력을 잃지 않는 이상 별 문제는 없습니다. 난관에 처했을 때 서로 돕거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힘들 때가 있지만,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고행에 가까운 오래 걷기가 유일한 취미였는데, 요즘 캠핑/백패킹에 입문하여 틈만 나면 싸돌아다닐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kakaotalk_20170411_112131345

 

Q. 앞으로도 브릿G는 개발자님과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브릿G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브릿G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경력은 제각기 다릅니다. 이미 많은 활동을 해온 프로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작가를 꿈꾸며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글쓰기와 전혀 무관한 직업을 가진 취미가들도 있습니다.

저는 브릿G를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소비자가 아닌 진정한 독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작가들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문에 작품 소개, 미리보기, 작가 소개 등을 통해 작품을 읽기 전에 여러 요소를 가려내는 기능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기존에 종이책을 고를 때에도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테지요. 내용과 상관없이 표지 디자인과 재질이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요…. 웹소설은 접근이 쉽고 저렴하거나 무료로 공개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일종의 편견이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층뿐만 아니라 매체적 특성을 감안하여, 살아 숨 쉬는 콘텐츠들을 즐기고 활용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브릿G는 추천 제도 등을 통해서 독자 분들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기에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을 구현해도 그것 역시 100% 객관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독자로서 브릿G에 남아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Interviewed by 브릿G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