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빛이 너무 많아졌다

요즘 빛이 너무 많아졌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이러진 않았다. 건물 외벽에 LED 바를 매립해두니. 그것도 덕지덕지. 심지어 바닥에서 빛이 안 나오는 길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옛날엔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아니, 있었던가.”

 

소설과 영화 속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속에서 말이다. 현실에선 그다지 없던 일인 건 매한가지다. 문화재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지. 누가 그 귀찮은 짓을 하겠나? 설령 외부 조명까지 신경 쓰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공해로 신고가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뭐, 어찌 되었든 지금 세상에는 어릴 적 상상 속에 있을 법한 미래에 가까워졌다. 음… 뭐, 그다지 바뀌지 않았을지도?

 

어릴 적 내가 그리던 세상은 온통 빛으로 가득했다. 사이버펑크라고 하던가? 하루 스물네 시간 동안 도시에 빛이 꺼지지 않고 네온사인이 사방에서 깜박이는, 그런 풍경을 꿈꿨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부신 눈을 끔뻑거려야 하는 지금에 와서는… 글쎄.

 

그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강화 외골격이다. 이제는 준수한 성능의 외골격이 일반인 대상으로도 상용화가 이루어져서 돈만 있다면 누구나 장만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군용으로 개발되던 것을 기본으로 삼다 보니 가장 저렴한 제품의 성능도 뛰어났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오래 걸어 다녀도, 심지어 뛰어다니더라도 무릎이 아프지 않게 되었다는 건 정말 혁신이 아닐까 싶다.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비가 조금만 와도 시큰거려 수술까지 받았다. 싼값에 고친 무릎은 이제 아프지 않았지만 불편한 점은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보아라.

 

“이 나이 먹고도 뛸 수 있다니…”

 

옛날엔 상상도 못 했다. 이런 점에서 건물이 번쩍이게 된 것 말고도 어릴 적 꿈꾸던 미래와 비슷해진 부분이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의학의 발전. 이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어떻게 임플란트 보철물에조차 LED를 내장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배터리 걱정에서 벗어났다고 한들 그걸 진짜 넣어두다니 말이다.

 

“쯧쯧, 세상이 말세야, 말세.”

 

이렇게 말하는 내 윗니 아랫니 빠짐없이 LED 임플란트로 바꾼 건 비밀이었다.

 

어째서 그런 고약한 취미를 갖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일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 두자.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신체의 일부, 가령 안구나 젖꼭지 같은 부위를 LED 따위로 튜닝하거나, 기존 모발 대신 광섬유를 이식 시술을 통해서 원하는 색을 내는 등 독보적인 개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물론, 내 또래의 노인은 고약한 취미의 늙은이로 보일 뿐이다.

 

뭐, 어찌 됐든 난 바빴다. 평소에 내 무릎 써가면서 다닐 길인데도 지금 이렇게 외골격을 써 가며 뛰는 이유가 있단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내가 어릴 때부터 기대하던 풀 다이브 혹은 딥 다이브라 불리는 VR 기기가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 기기의 핵심인 신경 제어를 위한 기술이 안전성 검증을 거쳐 승인되어 완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가 도래한 것이다.

 

자, 나는 이제 정말 바빠질 거다. 가상의 공간에서 놀기에는 내 나이가 걱정이지만 이걸 빠트릴 순 없지 않겠나? 그나저나 이제 슬슬 잡념도 줄여야겠다. 내 뇌는 가상현실을 온전히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재미 한 톨도 남김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내 지루한 여생이 재미로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호스트 코멘트

아뿔싸! 잠깐 다른 거 신경 쓰느라 스레드 소설을 열었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스텝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아쉽지만,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에 급하게 추가한 부분부터 이어 나간다면 ‘어느 노인의 메타버스 분투기’ 정도를 쓸 수도 있겠네요.
새 스레드로 이어갈지 말지는 나중에 고민해보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