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언덕에 그 아이가 홀로 서 있다. 미풍이 기분좋게 뺨 언저리를 간질거렸고 그 아이는 앳된 얼굴로 나무 곁에 서서 지평선을 내다보고 있었다. 짧은 머리가 바람에 흩어져 눈가를 지저분하게 가렸는데 그 아이는 바람이 어쩌든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
언덕을 올랐다. 그 아이는 나를 보고 말 없이 빙긋 미소지었다.
나는 그 애가 사라질 것만 같다고 느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늘 밝고 다정한 그 애가 웃을 때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를 두고 떠나갈 듯이-.
“화연아, 또 여기 와서 뭐해?”
그애는 내게 한달음에 달려와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를 볼 때면 그애는 꼭 그러했다. 가끔은 매달릴 때도 있었는데 내가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무너지면 그것도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애는 가끔 모든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다는 듯 굴곤 했는데, 내겐 그 애가 다른 현실의 사람같았다.
무거워서 그 애를 조금 밀어내자 웬일인지 오늘따라 얌전히 떨어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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