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웰연합과의 우주전쟁에서 패전한 지구연합은 화성을 비롯한 우주식민지를 잃었고 푸른빛의 아름다운 지구는 갈색의 황폐해진 지구로 바뀌었다.
인류에게 있어, 크롬웰연합에게 패배할 거라는 결과는 전혀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다. 식민지를 빼앗기고, 본거지인 지구조차 파괴 당한 지구연합은 한순간 전의를 상실했다.
크롬웰연합은 군대를 원형으로 펼쳐 달의 공전 궤도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했고,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지구연합의 전력을 산발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산발적인 공격을 받은 지구연합은 대륙별로 레지스탕스를 조직하여 마지막 항전을 하였고 크롬웰연합은 레지스탕스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지구인 1명을 처형하였다.
초반에는 겨우 한 명이라며 저항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지만 항전이 반복될수록 크롬웰연합의 처형방식은 차라리 고문에 가까워져갔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점점 늘어나면서 레지스탕스는 하나둘씩 사기를 잃고 분열됐다.
분열되어 가던 레지스탕스를 재건하기 위해 아시아대륙 레지스탕스 책임자는 목숨을 걸고 오대양 육대륙의 레지스탕스 책임자들에게 메시지를 띄운다.
메시지를 받은 레지스탕스 책임자들은 크리스마스에 반격을 하기로 약속하고 준비를 한다.
크롬웰연합은 지구연합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고 싶었다. 한 번에 전멸시키는 것이 아닌, 악독한 방식의 점령 방식을 택한 것은 그들이 단순히 다른 문명의 파멸을 원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깔아뭉개고 괴롭히는 데서 오는 일그러진 쾌락을 즐기는 종족이기 때문이었다.
황폐해진 땅에도 눈은 내린다. 색을 잃은 땅을 순백의 눈송이가 뒤덮고, 그 위에 발자국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하얀 크리스마스, 지구 최후의 반란군은 자신들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전력을 포악한 적의 눈을 피해 모았다. 이번 작전이 실패하면 지구연합은 우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옅은 가능성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인 이들은 결사의 각오를 불태웠다.
공격시간은 12월 25일 오전 8시
작전명은 메리 크리스마스
공격 준비를 하고 있는 지구연합 레지스탕스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 크롬웰연합은 지구인을 식량으로 삼기 위해 침략하였고 생존 지구인의 70%정도를 그들의 식량창고에 잡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레지스탕스는 둘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전략요충지만을 공격한다.
또 하나는 전략요충지는 나중에 공격하고, 사람들부터 구한다.
공격시간은 다가오는데 또 한 번 분열하는 레지스탕스, 어떤 결론을 내릴지?
크리스마스 당일 오전 8시
크롬웰 연합은 이미 지구연합의 공격계획을 알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우주전함에서 푸른 지구를 내려다보며 크롬웰 연합의 수뇌부는 지구인에게 추출한 엘릭서를 나눠 마시며 축배를 들고있다.
“지구인들은 오늘 이렇게 인사하더군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 순간 어두운 우주공간이 번쩍하고 빛난다.
수뇌부들이 모여있던 전함이 폭발했다
“쾅!”
레지스탕스의 수뇌부에서 한사람이 책상을 친다.
“도데체 누가 저질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겁니까?!”
크롬웰 연합의 주력이던 인공지능 로봇들은 이미 작동을 멈추었고 레지스탕스는 아무런 저항없이 포로들을 구출해냈다. 지구는 한순간에 자유를 맞이했다.
그러나 아직은 기뻐할 수 없었다. 고요한 우주너머 무엇이 지구에 자유를 선물했는가?
누가 줬는지 모를 도움은 크롬웰연합에게는 불행이었으나, 지구연합에게는 호재였다. 지구는 불확실한 평화와 자유를 얻었고, 크롬웰연합의 우주전함 함대는 전선을 물려 목성권 근처에 새로운 전선을 건설했다.
규합되지 않은 레지스탕스는 폐허가 된 지구 곳곳에 남아있는 생존자 집단을 우선적으로 확인했다. 반수는 자유를 믿지 않았고, 반수는 레지스탕스에게 모였다.
집단 중 하나는 기술자들의 집단이었다. 지구가 황폐화되기 전, 그들은 국가에 소속된 과학 기관 소속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지구연합의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 자신했다. 레지스탕스도 이를 인정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레지스탕스는 임시로 신 지구연합을 설립했다. 모든 이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구심점이 필요했다.
기술자들은 달로부터 시작해 몇 개의 위성, 그리고 화성에 설치된 태양계 관측기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크롬웰연합은 어째선지 그것들을 완전히 파괴시키지 않았다. 그 덕에 신 지구연합은 겨우 목성권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롬웰연합의 대 함대는 무시무시했다. 지구 제압 부대의 머리를 제압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급한 불 끄기에 불과했다.
신 지구연합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구권에 남은 전력을 어떻게든 규합하고 회복하는 것이었다.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에게는 우선 전력의 회복을 지시했다. 곧 죽어있던 시설이 부활했다.
그 와중에, 신 지구연합의 지도자들은 한 가지 큰 의문을 되묻고 있었다. 이 상황을 만들어준 그 폭발, 그것이 과연 누구의 소행인지.
레지스탕스의 본래 계획은 하나. 자신들의 수중에 있는 전력을 모아 크롬웰연합 지구 제압 부대의 수뇌부에 자폭에 가까운 결전을 벌인다. 단순하고 필사적인,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지구권에 자신들 외의 레지스탕스가 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없다. 하물며 화성권까지 은밀하게 이동할 공간 왜곡 전함, 즉 워프함을 준비할 수 있을 리 없다. 분명 눈에 띌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크롬웰연합을 공격한 자들은 누구인가? 내분? 아니면 제 3 세력? 의미 없는 상상력만이 그들 사이에 부풀었다. 당시의 관측 정보는 정확하지도 않았다. 허나 개중에는 그 의견들을 진지하게 믿는 이들이 있었다.
“만일 다른 세력이 있다면, 그들을 찾아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소?”
지도부 중 한 명이 말했다. 대체 어디서 누굴 찾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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