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력 1만 3503년 1월 1일.
지구로부터 9만광년. 모든 동력이 끊기고 모든 교신이 끊겼다.
지구가 우리를 버렸다.
이것은 지구로 보내는 마지막 교신이다.
휴스턴? 여기는 호라이즌 호. 여기는 호라이즌 호. ……들을 수 없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교신을 남긴다. 임무는 현재 중단된 상태고,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우주선의 모든 기반시설은 파괴되었고, 동력조차 끊긴 상태다. 생존자는……너무 많다.
조절. 조절이 필요했다. 이것은 불가피한 것이었으니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건 아냐.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고민한 끝에 ‘생존 조절 장치’를 가동했다..
불가피한 상황에 불가피한 선택이니 ×더라도 모두 이해해 줄거라 믿는다. 시스템이 작동했다. 구역별로 소음과 정적이 무작위로 선정됐다.
장치를 가동시킨 후 우리는 길고도 무거운 죄책감에 짓눌렸다.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였음을 스스로 되뇌이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릴때쯤.. 폭동이 일어났다. 조절로 인해 불가피하게 소중한 이를 잃은 이들과 자신도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던 이들은 우리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반군들을 소집하기 시작했다.
반군들을 진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호라이즌 호의 모든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니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호라이즌 호 내의 모든 공간에 우리의 귀를 심어둔 것이니까. 우리는 모든 역량을 반군의 비밀스런 교신을 잡아내는 데 쏟았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분명 아무런 생명 활동이 감지되지 않는 구역에서, 나는 분명 말소리를 들었다. 나 이외에는 누구도 듣지 못한 소리였다. 새까만 우주의 어둠 외에는 무엇도 들어있지 않은 폐쇄된 구역, 우리가 폐쇄시킨 구역에서, 어떤 생명도 살아 있을 수 없는 구역에서, 그들이 움직이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바스락 거리는 소리였다. 이 곳이 지구였다면 잔잔한 바람에 나뭇잎이 나부끼나 싶을 정도로 작은 소리.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는 우주다. 또한, 바람 한 점 존재하지 않을 폐쇄된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서 들리는 소리라니.. 처음 소리를 들은 순간 이후로 나의 모든 신경은 그 곳을 의식하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다. 형체조차 갖추지 못했던 소리는 어느새 어렴풋이 들려오는 말소리가 되었다. 발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말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D-3 폐쇄 구역을 비추던 감시 카메라를 복구 시켜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나는 동료들의 눈을 피해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D-3 지역에 도착한 나와 2명의 경비원들.
그러나 D-3지역은 본래 수감시설로써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3,500일에 이른 항해끝에 이곳에 수감된 이들만 500여 명.
그 500명이 동력이 끊긴 틈을 타 감옥을 부수고 탈옥했다.
그들을 막아야 한다. 최소한 죽여야 한다.
남은 2,650명을 위해선…
경비원과 함께 걷는 복도가 후덥지근하다.
500명이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 한데 뭉쳐 있다면 찾기 쉬울 테지만, 흩어져 있다면 우리가 석호성운(M8)을 지나가더라도 모든 이를 색출하긴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수뇌부와 가장 동 떨어진 D-2 구역을 강제적으로 방출하게 되겠지. 생존을 위한 그들의 의지가 같은 인간을 죽이는 모습에 묘한 기시감이…
“척척”
걷는 것도 기는 것도 아닌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우연하게도 그 소리에 기시감 속에서 미간을 찌푸리던 나의 시선이 맞은편으로 향했다.
경계 태세의 경비원 사이로 어느새 어두워진 맞은편이 보였다. 이상했다. 동력은 이미 회복하였으므로 복도의 전조등이 꺼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
척척.
다시 들으니, 그 소리는 마치 촛농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붉은 눈동자를 본듯했다.
인공중력을 꺼놓은 구역에서 발을 무언가로 감싼
인간형체가
“척척” 소리를 내며 벽을 타고 천천히 다가온다.
경비원이 전기충격봉을 켜는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발자국은 검고 진득한 흔적을 남기고있다.
그들이 손에 든 무언가를 우리쪽으로 던진다.
“탈옥이다!” “잠시 대기!
나는 경비원이 무전을 치는것을 서둘러 막는다.
동력원이다!
“우리는 고요한 종말을 원한다.”
“이것이 그 댓가다”
“너희는 너희의 길로 우리는 우리의 길로”
세명의 목소리가 겹치며 울린다
동시에 같은 말을 하더니 다시 척척 소리를 내고
되돌아 간다.
동력원! 이것 한개라면 호라이즌호를
오년은 작동시킬수 있다!
그들이 놓고간 동력원 위에 끈적한 검은것을
닦아내며 나는 서둘러 통제실로 향했다.
“진입해야 합니다!”
완충된 동력원의 일련번호는 이미 사용완료리스트에 있었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재충전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 낸것이다. 대부분의 여론은 D-3 폐쇄구역으로의 진입이었다. 그들이 가진것이 무엇이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호라이즌호의 것이어야 한다. 어쩌면 동력원이 더 있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가.”
희망은 나만의 것이었다.
애초에 호라이즌호의 임무는 지구로 돌아가기위한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필요없는 이상 무엇을 하든 상관없겠지. 나는 D-3지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어떤방법으로 동력원 충전을 성공했는지 알게되면 그저 죽어가는것보다는 낫겠지.
D-3 지역에는 이미 누군가 마중나와 있었다.
마치 내가 올것을 안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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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2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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