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제비츠는 “가끔 전쟁은 스스로 꿈꾼다”라고 말했다. 전쟁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사건과 사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며칠 전부터 겪고 있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전쟁이 꾸는 꿈의 결말이 해피 엔딩일지 배드 엔딩일지, 꿈 속에 있는 주인공으로서 나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시작은 저번 주 일요일 자정 즈음이었다. 슬슬 잠에 들기 위해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자, 방의 창 너머로 새하얀 형체가 나타났다. 한밤중에 움직이고 빛나는 형체라니. 나는 그저 로드킬 직전의 동물처럼 시선을 고정한 채 멈춰있을 수밖에 없었다.
빛나는 형체는 창문에 무언가를 던지더니 무어라 소리를 질렀다. 마치 포성과 같은 소리였다. 포성이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창문이 덜덜 떨리는 데다가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였기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뜻밖의 광경과 마주했다.
바로 마당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고양이들이 배를 드러낸 채 골골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누구 하나 우리집 마당에서 일어난 일에 시선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젯밤에 무언가를 던진 건 무엇이며, 그 폭발음은 대체 무언데 여기에 온동네 길고양이들이 다 모여 골골거리고 있단 말인가? 캣닢의 핵폭탄이라도 터진 건가?
“정신 차리게!”
옆에 있던 책이 말했다.
‘백상(百狀)의 서’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이 그 전쟁의 원흉이었다.
한낱 도서관 사서였던 내가 이런 일에 휘말릴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막게나!”
백상의 서가 말하자마자 뺨에 화살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정신이 퍼뜩 들어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렸다.
화살같은 무기를 피하는 데는 지면과 밀착하는 것이 제일이다.
“뭐하는 겐가?”
그는 엎드려 있는 나를 향해 일갈했다.
“방어마법을 쓰게, 어서!”
그러나 방금 정신을 차린 사람이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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