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집 가고 싶다.
“나도.”
답톡이 왔다.
“저녁 뭐 먹을 거야?”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다시피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듯 보였으나 현실은 PC 카톡이었다. 머릿속으로 메뉴를 고르며 동시에 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떠올려봤다. 마땅한 조합이 없다. 가는 길에 저녁 재료를 사서 들어가야 할 모양이었다.
“이따 장 봐서 같이 들어가자.”
너도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보내자마자 떠야할 1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웃으면서 다시 키보드에 메시지를 입력하려는 찰나, 톡방에 있을 수 없는 숫자가 떴다.
-1.
잠시 흠칫했지만 종종 오류가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1이라고 해서 톡방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진 않았을 테니까. 나는 답장을 하려고 메시지를 입력했다.
그러나 전송이 되지 않았다.
몇 번을 다시 눌러도 전송은 커녕 오히려 톡방의 메세지가 하나씩 지워지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초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묘한 상황에 넋을 놓은 건 아주 잠깐.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얼른 워드프로세서를 실행해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완성되어 있던 초고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화면엔 단 한 줄만이 남아 있었다.
빨리 집 가고 싶다.
호스트 코멘트
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