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쿠키에서 이상한 글귀가 나왔다.

“‘아마도 산기슭. 고라니 울음 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이틀 전에는 비가 거세게 내림.’이야. 요 며칠은 날씨가 맑지 않았어?”
“’11명이 있음.’ 우린 지금 넷인데.”
나와 ㄱ 그리고 ㄴ은 서로가 읊은 포춘쿠키의 글귀가 무슨 뜻인지 헤아려보려 했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마지막으로 포춘쿠키를 깐 ㄷ을 향했다.
“ㄷ, 네 거에는 뭐라고 써있어?”
“손가락.”
“손가락? 그렇게 써있어?”
“아니. 들어있어. 손가락.”

 

“재주도 좋네. 누구인지는 몰라도 포춘쿠키에 손가락 넣느라 꽤나 고생했나봐.”
“그것보다, 왜 포춘쿠키에 손가락을 넣었을까? ’11명이 있음’이라는 포춘쿠키를 생각하면, 이 손가락은 11명의 사람들 중에서 나온 손가락일까?”

 

“으아아아아악!”

잘못 들은건가 싶어 무심코 ㄷ의 손을 바라본 나는, 형체를 알아보고는 경악했다.

“그.. 그게 뭐야?”

 

우리 셋은 ㄷ의 손에 들린,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누군가의 엄지손가락을 보았다.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손가락은 손톱이 둥글게 깎여 있었는데, 그 손톱 위에 푸른 매니큐어로 알파벳 하나가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이니셜인 것 같았다.

 

C
“야야, 이건 경찰에 신고해야 해.” ㄱ이 외쳤다. 그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그 손가락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최대한 그 손가락을 의식하지 않고자 애썼다.

 

경찰에 신고한 지 2시간 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차 소리는커녕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ㄴ이 중얼거렸다.
“손가락…”
“뭐?”
나와 ㄷ은 ㄴ의 말에 손가락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는 깨달았다. 어느새 손가락과 우리 사이의 거리가 짧아졌다.

 

“기껏해야 손가락이잖아? 바닥이 흔들렸거나 벌레가 치고 갔나 보지. 그냥 통에다 넣어버리자. 경찰들 왔을 때 설명도 해야 하고.”
“그런데 왜 아직까지 경찰이 오지 않지?”
안 되겠다 싶어 나와 ㄴ은 식당 바깥으로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경찰이 뒤늦게라도 도착했을 때를 대비해서 ㄱ과 ㄷ은 이곳에 남기로 했다.
경찰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해, 또 포츈쿠키의 내용물에 대해 식당 매니저와 점원은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 했다. 실제로도 그런 듯 보였다.

 

“애초에 그건 여기서 만든 것도 아닙니다.”
경찰이 오는 중이라니까 난처하다는 얼굴로, 매니저가 우리에게 해명했다.
“우리도 납품받는 거라고요. 원하신다면 포장지를 보여드리죠.”
내가 답하기도 전에 ㄴ이 어서 보여달라며 그를 재촉했다. 식당 뒷편 주방 출입구 쪽으로 향하며, 매니저가 나와 ㄴ을 불렀다. ㄴ이 앞서 따라갔고, 난 다른 일행들이 있는 식당 안을 흘긋 보곤 쭈뼛쭈뼛 주방으로 걸어갔다.

 

손님이 적어서인지 주방은 한산했다.
주전부리를 먹으며 대화하던 세네명의 식당 직원들은 들어온 우리를 보고는 얘기 멈추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요리하다 튀기고 흘린 듯 보이는 자국들과 여러가지 음식들이 섞여진 냄새배임에 이렇게 장사해도 괜찮은건가 여기서 먹은거 소화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다.
주방 한 켠 창고 문을 끙끙대며 열려고 하는 매니저를 보며 걱정은 더 깊어져 갔다.
얼마나 관리를 안했으면 식재료 보관하는 창고 문 열기가 저렇게 힘든거야?

 

“아저씨. 도와드릴게요. 원래 이렇게 문이 안 열려요?”
매니저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해,
ㄴ은 그 옆에 가서 창고문을 같이 열려고 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예상하지 못한 답을 꺼냈다.
“원래…이런 문은 없었어요.”

 

나와 ㄴ은 매니저가 꺼낸 이야기를 듣자 소름이 돋았다. 너무나도 이상한 하루다. 포춘쿠키에 들어간 괴기한 문구. 그 사이에 나온 손가락. 오래도록 오지 않는 경찰들. 갑자기 생겨났다는 문.

“열어보죠.”

나도 ㄴ과 매니저를 도와 문을 여는데 합류했다. 그리고 그 문을 열리자, 그 안에는…

 

기괴한 풍경이었다. 팔과 다리가 달린 포춘쿠키들이 식탁 위에 올라가 있는 작은 인간을 들어다 입으로 깨물어서 배를 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배 안에서는 가느다랗고 흰 종이가 나왔다. 아무래도 무어라 적혀 있는 듯 했다.

미처 문이 열렸음을 보지 못한 포춘쿠키 하나가 그 종이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산기슭. 고라니 울음 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호스트 코멘트

참여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긴 호흡으로 끌고 가기가 어렵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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