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쁜 기억만 골라서 삭제해주겠다고 한다면? 가능한 기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달려가서 제발 좀 지워달라고 하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지 않을까? 기억은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존재하게 한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견딜 수 없게도 만든다.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나’로 살아갈 수 있고 그 기억들 때문에 삶을 버리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은 남겨두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후회하는 일,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을 안고 아파하며 잘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다.
이야기의 결말은 예측대로 흘러가다가 평생 만두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조금 다른 결말로 간다. 이 상황이 현실이라면 굉장히 무서울 것이다. 불안하면서 왜 불안한지도 모르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갈지도 모르는 채 ‘원하지 않는 삶을 원한다고’ ‘자신이 선택했다’ 착각하며 그 안에 갇혀서 쳇바퀴 굴리는 삶이라니. 완전하지 못한 기억 속에서 사람은 한정된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 기억한다면 분명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선택이다. 이런 건 자기 의지로 내렸던 선택이라도 온전히 ‘자유 의지’로 내린 선택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클로 작가님의 <기억의 흐름> 단편을 읽으면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나쁜 기억의 장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그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나쁜 일들을 피해 갈 수 있다.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을 마냥 감사하지 못할 안 좋은 기억들에게도 조금은 감사하기로 했다. 부정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은 비슷한 일이 반복되길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길로 걷게 만들면서 그걸 더 나은 나의 미래를 위해 ‘선택’했다고 믿어버리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이 말해준다.
아프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살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더 나은 길을 가게 만들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이게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안다면 그 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