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할머니

  • 장르: 일반, 추리/스릴러 | 태그: #치매노인 #마약 #상류층 #부정부패 #추리 #마을스릴러 #저출산 #복지
  • 평점×909 | 분량: 31회, 685매 | 성향:
  • 가격: 28 3화 무료
  • 소개: 남국의 휴양지 같이 여유롭던 마을에 갑자기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팡이를 끌고 달려간 곳에는 음식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아기의 사체가 있는데… 아기를 죽인 범인은 과연... 더보기
작가

달콤상큼한 나의, 레모네이드 할머니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0제야, 23년 8월, 조회 42

* 본 리뷰는 현이랑 작가의 장편 연재소설 출간 단행본 『레모네이드 할머니』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용된 내용은 모두 출간 도서를 따릅니다.

 

추리 소설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탐정’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탐정 소설’이라고 부른다. ‘탐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 속 인물은 ‘셜록 홈스’일 것이다. 셜록 홈스는 아서 코난 도일을 한 시대의 추리작가로 만든 탐정이자 그가 쓴 소설 속 대표 캐릭터다. 광적으로 셜록을 좋아하는 팬을 일컫는 용어인 ‘셜로키언’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탐정으로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추리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탐정’이라는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다. 어떤 사건이든 단서와 정황을 조합해 해결하기 때문이다. 추리를 전문으로 하며 때로는 공권력이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일까지 풀어내 독자들을 통쾌하게 한다. 오직 개인의 능력으로, 때로는 조수의 도움을 받아 실마리를 찾아가는 탐정의 뒤를 밟으며 독자들은 환호하거나 감탄한다.

탐정 캐릭터의 흥행이 작가를 유명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 등 탐정의 이름 앞에 작가가 오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 등장 초기, 범인의 흔적을 좇고 예민하며, 차가운 인상이 강했던 탐정 캐릭터는 주로 성인 남성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대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다양화된 탐정은 여성, 어린이, 청소년 등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갔다.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탐정으로는 일본의 유명 만화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이 있다. 본래 10대의 쿠도 신이치가 어려진 것이긴 해도 코난은 7세(또는 8세)의 매우 어린 나이다. 직업으로서의 탐정은 아니지만 일본 소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소설 시리즈 『빙과』에서 주인공이자 주된 추리를 맡는 인물 오레키 호타로 역시 고등학생이다.

여성 탐정으로는 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 P.D.제임스의 대표작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과 후속작 『피부 밑 두개골』에 등장하는 코델리아 그레이가 있다. 시리즈 첫 권의 제목 그대로 코델리아 그레이는 탐정으로서의 여성이 당면하는 편견과 어려움 속에서도 유능함과 기지를 발휘해 다양한 범죄를 해결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탐정을 한 명만 꼽으라면 역시 미스 마플이 아닐까. (국내 번역으로는 마플 양이지만 미스 마플이 노인이라는 점에서 번역 호칭에 다소의 의견 대립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 글에서는 호칭을 미스 마플로 통일한다.) 주로 미스 마플이라 불리는 제인 마플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다수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노인 탐정으로 늘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초기 탐정들의 날카롭고 이성적인 인상과 전혀 다른 미스 마플은 푸근한 할머니처럼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인간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한다.

미스 마플은 추리 소설의 대가인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대표적인 여성 탐정으로서 다수의 소설에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장희빈을 연기한 여성 배우’처럼 ‘미스 마플을 연기한 여성 배우’ 명단을 줄 세울 수 있을 정도니 단순히 탐정으로서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 독자들이 쏟는 사랑이 여전히 대단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럴듯하게 여러 탐정 캐릭터를 소개했지만, 사실 목적지는 미스 마플이었다. 현이랑 작가의 장편 소설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서두에 반드시 미스 마플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할머니’ 탐정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미스 마플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노인은 뜨개실 대신 레모네이드를 들고 다닌다. 추리의 영감이 실에서 오는 것처럼 영국의 미스 마플이 쉼 없이 실과 바늘을 움직였다면, 치매 노인들의 요양 시설 도란마을의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손에는 언제나 그 청량한 레몬 향 음료가 쥐여 있다.

 

“할머니가 점심 식사 후 선베드에 앉아 있을 때 주로 먹는 건 레모네이드예요. 레모네이드의 신맛이 입안에서 침샘을 폭발시키고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정수리까지 닿으면 머리가 훨씬 잘 굴러가는 게 느껴지거든요.”

 

어쩐지 정감 있는 이름의 ‘완벽한’ 도란마을에서 평화롭게 말년을 보내기 위해 입소한 레모네이드 할머니. 하지만 그 마을은 어딘지 뒤틀려 있다. 노인들을 놀래지 않기 위해 쉬쉬하지만, 젊은 직원의 악쓰는 소리가 이따금 들리기도 하고, ‘도란’이라는 이름이 ‘돌았다’를 연상시킨다는 이들도 있다. 이곳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들의 마지막 거처가 아닌가. 그러나 진정 ‘돌아’ 있는 것은 노인들이 아니다. 그 시설의 직원과 사장, 그리고 어딘지 불쾌한 편안함까지. 환경과 사람들이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세상에 ‘완벽’한 마을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다. 쓰레기장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비명. 레모네이드보다 저릿하게 할머니의 머리를 깨운 그것은 다름 아닌 끔찍한 살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영아 살인이다. 누가 아기를 죽여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은 걸까. 말끔히 숨겨져 있던 증오와 의심, 거짓과 반목의 악취가 노란 비닐봉지 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이 마을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