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세탁기의 꿈”은 제목과 그대로 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시작부터 매우 독특합니다. 한 인터넷 유저가 자신이 방금 너무 소름돋는 꿈을 꿔서 두려움을 떨쳐버리려고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매우 이른 아침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의외로 몇몇의 또 다른 인터넷 유저가 댓글을 달며 작성자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왜 이런 이야기 전개방식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 글을 자세히 보다보면 작품의 복선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작품을 끝까지 읽고 다시 올라가서 읽어보니 좀 소름돋는 복선이었어요..)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이, 이 순간이 진짜 나의 삶인가 꿈인가 하는 소재는 영화 인셉션이 떠오르기도 했고,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소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전개방식뿐 아니라 꿈으로 진행되는 방식도 매우 독특합니다. 바로 세탁기라는 가전도구를 이용해서 꿈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작품에서 말하는 꿈 세탁기는 세탁기보다는 오히려 긴 냉장고 형태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왜 하필 세탁기일까, 작품을 다 읽고 이제서야 생각해본다면 아마 현실, 진실을 세탁해버리고 잊은 후에야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아무튼 어떤 사람이 세탁기에 들어가서 꿈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상상해본다면 다소 소름끼치기도 하고요. 진짜 꿈의 세탁기의 광고에서 ‘관을 세로로 세워둔 것처럼’이라고 표현하는 이 세탁기의 모습이 진짜 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어도 세탁기에만 들어간다면 꿈에 들어가버린다는 것이 좀 무섭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꿈의 세탁기’라는 것이 내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세탁기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재밌는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실제 세탁기에서 꾸게 된 꿈은 자신이 호스트가 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처럼 꿈이 진행되지는 않죠. 그저 무의식과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세계일뿐입니다. 물론 이 세탁기의 꿈에서의 꿈은 이상적이지도 않지만,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원하는 방식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조정된 세탁기라 하더라도, 역시 저는 현실에 머무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속담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아무튼 이 작품은 작품 특유의 전개방식으로 초반에는 진짜 인터넷에 떠도는 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지 못한 전개와 반전으로 오소소소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역시 대놓고 무서운 호러물보다 이렇게 소름돋는 방식의 호러 장르물이 더 취향인 것 같아요.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호러물이라고 해도 너무 기괴하거나 무서운 느낌의 작품은 아니어서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소름돋고 새로운 상상력이 돋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