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우주야사(怪宇宙ישע)

  • 장르: 판타지, SF
  • 평점×49 | 분량: 225회, 3,044매 | 성향:
  • 소개: 카르다쇼프 척도로 문명 6단계인, 무한동력, 영구기관, 예지력, 부활과 행복, 공허추출, 힐베르트적 파라탐 초시공 장악, 정보와 시공간의 조작, 진실된 인공 저승(오메가 포인트) ... 더보기

이 요리를 어이할꼬(요리물 리뷰 아님) 비평 브릿G추천

리뷰어: 드비, 21년 1월, 조회 150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아내의 요리에 함부로 평을 단다고 상상해 보라.

맛있는 경우 ‘정말 맛있다’ 이야기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즐거운 일이요, 서로의 기분을 up시킬 수 있는 흐뭇한 일 일터다.

 

그러나

 

‘짜다, 달다’ 이야기하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문득, 리뷰를 한다는 게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한 이 중 맛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혹 내 요리 어때? 솔직하게 말해줘라는 말을 듣는다해도… 보통은 절대 넘어가선 안된다. (특히 상대가 당신의 연인이라면) 자신의 발전을 꾀한다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상냥하고 포용력있어 보이는 말들은… 다- ‘개 구라’다.

 

살짝 양념을 치긴 했지만, 대부분의 글쟁이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재미있다 훌륭하다는 소리를 기대하지, 혹평을 기대하고 자신의 글을 공개하는 이는 단연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가 아주 자주 착각하는 게 있다. 사람의 마음은 ‘합리적’이라는 것. 하지만 논리는 안드로메다에, 감정이 더 자주 이기는 것을 경험할 때가 많다. 때로 미운 감정은 평생 가기도 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요 때론 입을 닫는 게 더 지혜로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면, 침묵은 과연 항상 옳은 것인가?

 

 

리뷰한다면서, 잡설이 길었다. 죄송하다. 안 좋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센 척 해보지만, 사실은 겁나 소심한 지라 변명처럼 밑밥을 깔았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왜 리뷰를 하냐고? 본인도 정말 고민이 많았다. 이 리뷰, 쓸까, 말까…

 

얼마전 리뷰공모를 하셨다. 그러나 아무도 리뷰를 달지 않았다. 리뷰가 달리지 않는 작품들을 보면, 나는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본다. 뭐 독자가 적은 이 곳의 실정을 감안하면 납득불가는 아니지만 그러면 반대로 리뷰가 달리는 글들은 뭘까. 아니 공모를 안해도 알아서 찾아서 리뷰가 달리는 글들은… 그렇다. 상대적인 것이다. 꽤 오랜 기간 연재가 된 작품인데… 내가 부정적인 리뷰를 단다는 것은 ‘긁어 부스럼’ 내지는 ‘감히’ 일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B급을 목표로 하는 수준 낮은 글쟁이지만, 예전 아주 가끔 글을 올렸을 때… 참으로 아무 반응이 없을 때- 정말로 참담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차라리 악평이라도 달리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경험상

 

무관심이야말로 작가의 정신을 좀먹는 일이지 않은가.

 

 

오지랖일지도 모르겠다.

 

해서 감히 짧게나마 비평을 드리려한다. 나는 부정적인 리뷰를 할 때면 바라는 것이 있다. 받아들이셔도 좋겠지만, 네가 잘못 본거야! 하고 오기를 품으시길 바란다. 하여 더 좋은 작품으로 본인을 주눅 들게 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 문체와 서사구조

예전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결국 끝까지 읽는 것을 포기했었다. 평역과 에피소드들의 반복이라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나는 평역이 싫었다. 내가 수준이 안되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한 분량, 특유의 한자들과 설명식 어휘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괴우주야사를 보며 그 책들이 떠올랐지만, 그걸 칭찬으로 받지는 않으시길 바란다. 곱씹으면 맛있을지도. 그러나 그럴 엄두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어쩔.

 

  1. 뭔가 땡기지 않는 짬뽕

메뉴가 많은 식당일수록 맛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온갖 사상과 지식들, 종교와 다른 개체들이 ‘괴우주’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여 있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지구상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혼용이 넘치는데, 편편이 옴니버스 같이, 아주 아주 다양하다. 너무 다양해서 맛을 보기도 전에 부담부터 느낄 판. 절대적으로 정리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인물관계도나 사상이나 사건의 마인드맵 같이)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뒤죽박죽이거나 괴상하다’ 느낄 여지가 크다. 괴우주이니 괴상하다해도 별 감흥이 없으실까. 문제는 별로 맛보고 싶어지지 않게 한다는 데 있다.

 

  1. 성의식

나는 남자다. 섹슈얼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 남성작가들, 성인지 감수성을 도외시 했다간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고 느끼고 있는 1인이다. (단순히 외면받는거라면 오히려 다행) 드문드문 보이는 많이 우려스런 장면들, 만약 여성이라면 혐오를 느끼셨을 만한 부분이 상당하다. 단지 여성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내용상 성을 묘사해야만 할 수도 있다. 그 세계는 그냥 그런 문란한 세계라고. 그런데 그게 독자들로 하여금 주 내용과 상관없이 흘깃 꼴리게만 할 뿐이라면, 그 부분들 때문에 도무지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기가 꺼려진다면 어떠실까. 이거 SF판타지 아니었나? 성애장르가 아니라면 그런 묘사에는 절대적으로 절제돼야하고 들어간다면 최대한 전략적으로, 한다면 확실히 매력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꼴리는대로 썼다 밖에 안된다.

 

  1. 다소 유치한 것들

‘따랑해’ 는 정말로 안습이었다. 기타, 많다.

 

  1. 삽화

본 편 매 말미마다 캐릭터를 그려 넣으셨는데, 캐릭터를 그리는 건 사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에겐 정말 조심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일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정말 멋있게 예쁘게 그렸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올리신 그림들은 독자 2분이 그려주셨다는 것들과 비교해 보면… 많이 민망한 수준이다. 캐릭터를 그리시려면 해부학과 원근에 대해 아주 많이 공부를 하셔야 한다. 시너지를 기대하셨겠지만 엔트로피(역시너지)로 본다.

 

 

 

 

난 왜 나서서 이 지라ㄹ일까. 사실 어쩌다 읽어버리고… 오기가 생겨 상당 분량을 읽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리뷰란 걸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나도 잘 모르겠다. ‘너나 잘하세요’ 가 딱인 수준인 난데… 담배를, 나는 비흡연자이지만, 이럴 때는 정말이지 피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말은 안하겠다… 작가님을 긍정할 만한 것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8. 반란(2)>편 아랫부분에 ‘숫자표’가 있다. 그걸 보면… 기가 꺽 찬다. 뭔가 대단해 보인다. 과학적 근거는 차치하고, 이런 구상을 할 수 있다는데 엄지가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새삼 그 세계관의 광오함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작가님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의 <니그라토 아무말>을 훑어 보았다. 놀랐다. 드문드문, 툭툭 던지는 생각의 파편들이 오히려 흥미롭고 때로 놀랄만치 탁견을 보이는 거다. 사실 따지고 보니 ‘괴우주야사’에서도 전쟁이나 음모, 권모술수가 묘사되는 장면에서는 유독 탁월하다 해야할 만치 상당한 식견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동의할 수 없는 것들도 많지만, 작가님의 생각의 편린들은 때로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독특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꽤나 박학다식하여 어디서 가져온 이야기를 어떤 지점에서 말하는가를 곱씹어보는 맛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녹여내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하였는가, 아니면 마구 섞어 놓았는가. 보는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괴우주야사는 일단 브릿G에선 2017년에 등록된 걸로 되어 있지만 외전에 2013이란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최소 본편은 7년 전, 그 이전에 글로 화한 이야기일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 수 있겠지만 그 초기 글들과 최근에 외전으로 등록되는 글들을 보면 수준 차이가 크다.

 

나는 작가님께서 이 작품에 애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칼 맞을 각오로 떠벌리고 있는 중) 하여 최소한 본편들만이라도 솎아내고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마치 그냥 그것도 역사야 하며 내버려 둔다면 이 거대하고 비범한 세계는 자칫 다른 이들은 찾지 않는 혼자만의 놀이터가 될 지도 모른다.

 

문득, 작가님이 차린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어쩌지 고민하다…나는 말하고 만다. “맛없어요.” 라고. 그리고 쳐 맞는다. 슬로우 모션으로 쌍코피를 흩날리며 생각해 본다. 어쩌면 니그라토님은 정돈되지 않은,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천재는 아닐까.

 

부디

 

날 씹고 밟고, 욕하시라. 그 후 냉철히 돌아보고, 두고 보자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받아들여진 천재는 칭송을 받는 법이고, 거부된 천재는 다만 외로이 잊혀질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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