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열쇠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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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속에 앉아 고모할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소년이 있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무지개의 끝이 닿은 곳에 가면 황금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무엇에 쓰는 열쇠인데요? 열쇠로 뭘 하나요? 뭘 열 수 있나요?”

“그건 아무도 모른단다. 그걸 알아내야지.”

“황금으로 되어 있다니, 필시…… 그걸 팔면 돈을 두둑이 받을 수 있겠는데요.”

“팔아치우느니 찾지 않는 게 훨씬 낫지.” 고모할머니가 대답했다.

그런 후 소년은 잠자리에 들었고 황금 열쇠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만일 그들의 작은 집이 요정 나라 국경 지대에 있지 않았더라면, 아이의 고모할머니가 들려준 황금 열쇠 이야기는 모두 실없는 소리였을지 모른다. 요정 나라 밖에서는 무지개가 어디 있는지 결코 찾을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무지개는 행여라도 누군가 황금 열쇠를 찾아낼까 봐 이쪽에서 저쪽으로 부지런히 자리를 옮기며 열쇠 간수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요정 나라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이 세상에서는 진짜처럼 보이는 것들도 요정 나라에서는 아주 흐릿하게 보이고, 이곳에서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요정 나라에서는 꿈쩍 않기도 한다. 그러니 황금 열쇠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던 늙은 숙녀를 어리석다고 매도할 수 없겠다.

“그걸 찾은 사람을 하나라도 알고 계세요?” 어느 날 저녁에 아이가 물었다.

“그래. 내가 알기로는 네 아빠가 그걸 찾았단다.”

“그럼 아빠는 그걸로 뭘 하셨나요?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네 아빠는 한 번도 말해 준 적이 없단다.”

“어떻게 생겼던가요?”

“네 아빠는 한 번도 내게 보여준 적이 없단다.”

“어떻게 거기엔 늘 새 열쇠가 놓이나요?”

“나도 모른단다. 하지만 항상 있지.”

“어쩌면 그건 무지개의 알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렇겠지. 그 둥지를 찾는다면 넌 행복한 아이가 될 거야.”

“어쩌면 하늘에서 무지개한테로 굴러 떨어지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그렇겠지.”

어느 여름날 저녁, 아이는 자기 방의 격자무늬 창 앞에 섰다. 그리고 요정 나라 외곽을 에워싼 숲을 가만히 응시했다. 숲은 정원 바로 가까이까지 퍼져 있었고, 숲에서 떨어진 나무들은 정원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숲은 동쪽으로 누워 있었고 오두막 뒤로 지던 태양은 차분하게 붉은 눈으로 침침한 숲 속을 들여다보았다. 나무들은 모두 오래되어 몇 가닥 남지 않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기에, 태양의 눈에는 숲으로 들어가는 큰 길이 훤히 보였다.

그리고 눈썰미가 좋은 소년은 태양의 시야가 미치는 곳까지 온전히 볼 수 있었다. 나무 줄기들은 붉은 태양 빛 속에서 세로로 열을 지어 서 있었고, 아이는 나무 행렬 사이의 통로, 그리고 그 다음 통로, 또 그 다음 통로……, 저 멀리 통로들이 아스라해질 때까지 물끄러미 숲을 바라보았다.

숲을 응시하고 있자니 아이는 나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그리고 그가 와주기 전까지는 무언가 해결할 수가 없어 애태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배가 고팠고 저녁을 먹으러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망설였다.

갑자기 저 멀리 태양 빛이 아득히 비추는 먼 나무들 사이에서 아이는 찬란한 뭔가를 보았다. 그것은 크고 눈부신 무지개의 끝자락이었다.

아이는 일곱 가지 색을 모두 셀 수 있었고 보라색 위로 다른 색들이 연이어 포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붉은색 위에는 더욱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깔이 놓여 있었다. 예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색이었다. 아치형 무지개는 나무들 사이로 밑동만 내보였을 뿐, 그 위로는 더 이상 뻗어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금 열쇠!” 아이는 혼잣말을 하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가 숲으로 갔다.

오래지 않아 해가 졌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무지개는 더욱 밝게 빛났다. 요정 나라의 무지개는 이곳의 무지개처럼 햇빛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무들이 그를 맞이했다. 덤불들은 그를 위해 길을 내주었다. 무지개는 점점 더 크고 환하게 변했고 마침내 아이는 양쪽에 무지개가 걸려 있는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이르렀다.

참으로 웅장한 풍경이었다. 고요한 숲 속에서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섬세한 색깔들로 불타오르는, 제각각 구별되면서도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 환히 빛나는 무지개!

아이는 이제 무지개를 훨씬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무지개는 푸른 하늘 위로 높이 솟아 있었지만 거의 휘어져 있질 않아 얼마나 높이 올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거대한 활꼴의 자그마한 일부일 뿐이었다.

기쁨에 겨운 아이는 정신이 멍해질 때까지 무지개만 응시하며 서 있었다. 정작 거기까지 온 목적이었던 황금 열쇠마저 잊고 있었다.

그렇게 서 있는 동안 무지개는 더욱 불가사의해졌다. 교회 기둥만큼이나 커다란 각각의 색깔 속에 나선형 계단을 따라가듯 천천히 무지개를 따라 올라가는 아름다운 형체들이 희미하게 보였던 것이다.

형체들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하나 또는 여러 개, 이제는 몇몇 개 또는 하나도 안 보이고……. 남자며 여자며 아이들 모양으로, 모두 다르고 모두 아름다웠다!

아이는 무지개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무지개가 사라졌다. 아이는 낙담하여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다시 조금 전처럼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다.

그래서 아이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데 만족하곤 그 자리에 서서 알 수 없는 아치의 끝을 향해 올라가는 찬란한 빛깔의 형체들을 지켜보았다. 푸른 하늘 속으로 서서히 엷어지는, 그래서 어디에서 끝날지 모를 아치의 끝을 향해서 말이다.

황금 열쇠 생각이 났을 때, 소년은 영리하게도 무지개 밑동이 딛고 있는 자리를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그래야 무지개가 사라져도 어디를 찾아봐야 할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무지개는 이끼로 덮인 숲 구석에 발을 딛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숲은 어두워졌고,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빛을 내뿜는 무지개뿐이었다. 하지만 무지개는 달이 떠오르자 사라졌다. 달이 떴어도 제대로 보이는 게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태양이 떠서 열쇠를 찾을 수 있길 기다리며, 이끼들이 첩첩이 낀 땅에 몸을 뉘었다. 거기에서 아이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이가 눈을 떴을 땐 태양이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는 강한 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30센티미터쯤 떨어진 이끼 위에 놓인 빛나는 것을 보았다.

황금 열쇠였다. 열쇠 대는 순금이었고, 황금이 으레 그렇듯 환한 빛으로 반짝였다. 머리 부분은 사파이어로 섬세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기쁜 나머지 두려운 기분까지 느끼면서 아이는 손을 내밀어 열쇠를 품에 안았다.

그는 한동안 누워서 열쇠를 이리 뒤집어보고 저리 돌려보면서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즐겼다. 그러다가 아직 이 물건의 용도를 모른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이 열쇠에 맞을 자물쇠는 어디에 있을까?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