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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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비를 만나 근처의 카페로 뛰어들었다. 금세 머리며 옷이 눅눅했다. 손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닦으며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자, 나처럼 갑자기 비를 만났는지 흰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녀는 빨간 우산을 들고 있었다.

 

빨간 우산.

 

무심코 J가 떠올랐다.

 

고2의 여름이었나. 비가 자주 내린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장마였던 것 같다. 아이들은 교실에 먼저 들어온 순으로 우산을 펼쳐 바닥에 늘어놓았다. 그러면 물기가 말라서 사물함이나 가방에 넣어둘 수 있었다. 늦게 등교한 아이들은 우산꽂이에 꽂아야 했다. 새파란 통 속에 들어간 우산들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축축했다. 집에 갈 때도 비가 오고 있으면 상관없었지만, 비가 그친 오후라면 축축한 우산은 성가신 짐이 되었다. 우산을 펼칠 수 있는 자리는 은근히 경쟁자가 많았다. 자리가 얼마 남지 않게 되면 교실에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사소한 것도 학교에서는 경쟁이 되었다.

 

아이들의 우산은 대개 색이 짙었다. 우리 반에서 J만이 선명한 빨간 색의 우산을 갖고 다녔다. J가 일찍 등교를 한 날은 빨간 우산이 교실 뒤에 펼쳐져 있었다. 그 우산이 J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아이는 없었다. 나는 J의 빨간 우산이 내심 부러웠다. 내 위로 두 명이나 있는 오빠들은 우산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잃어버리고 왔다. 덕분에 우리 집은 늘 우산이 부족했다. 내가 들고 다니는 것은 대가 하나 부러진 ‘아저씨 우산’이었다. 자리가 있어도 펼쳐놓기 싫은, 그런 우산.

 

J는 말수가 적고 도도한 아이였다. 아버지가 어디 회사 대표라는 소문이 돌았다. 성적도 좋고 얼굴도 예쁘장하여 우리에겐 마치 공공의 적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J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딱히 괴롭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J가 묻는 것에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었고, 이동 수업이나 체육 시간에도 짝이 있었다. 그러나 J에게 먼저 친밀하게 굴진 않았다. J는 우리의 기묘한 행동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공기처럼 조용히 교실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빨간 우산이 교실 뒤에 펼쳐져 있는 날 문득 그녀의 존재를 깨달았다. 아, J라는 아이가 있었지, 하고.

 

J가 내게 말을 건 것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돌풍에 우산이 망가져 비에 젖은 처량한 꼴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머리 위로 붉은 우산 그늘이 스윽- 드리워지는 기척에 놀라 돌아보니 J가 있었다.

 

집까지 우산 씌워 줄 테니까 차비 좀 빌려줄래?

…….

우산 망가진 거 아냐?

…….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래.

 

J는 담담한 시선으로 묻지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