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홀린 날 -그녀 닭

귀신 홀린 날 -그녀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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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여름밤은 유독 더웠다. 하지만 더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날씨가 바뀌거나 갑자기 추워진 것은 아니다.

늦은 밤이었는데도 더워서 운전하며 에어컨을 켜야 했다.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대개 창문을 열어 놓곤 했다. 하지만, 후덥지근하고 진득진득 칙칙한 바람은 에어컨을 사용해야 했다. 에어컨 옆 스피커에서는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왔다.

– ‘내가 너를 사랑한 이유ㄴㅡㄴ…♬ — 칙 티틱 치익… ♪그대 에– – ‘

즐겨 듣던 방송은 전파 상태가 안 좋았는지, 듣기가 거북할 정도로 끊기곤 한다.

그렇다고 기분까지 나쁘지는 않다. 왜냐하면 새로 사귄 여자 친구가 보고 싶다며 초대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하루 먼 거리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운전 중이었다. 한편으로 얼마 전 말썽 부린 낡아 빠진 차는 장거리 운전에는 걱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설레는 마음은 차량 상태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물론, 간혹 들리는 툴툴툴’ 거리는 엔진 소리는 간혹 예민하게 가슴을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그녀와 꽁냥꽁냥 즐길 생각에, 작은 마음 가시는 이내 녹아 사라졌다.

길고 긴 산길 도로는 그리 차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야생 동물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와 대응할 세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더구나 밤길이라 회색 털을 두르고 있는 작은 동물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놀란 가슴 겨우 식히고 있는 와중에 대개는 사람이 더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 이상한 놈은 먼 곳 정면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도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빛으로 봐서는 오토바이였다. 외등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왼쪽 깜빡이를 켠 상태로 달려오고 있었다. 밤길이긴 했지만 딱히 내가 가는 방향 쪽이나 지나온 곳에는 왼쪽에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이상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좌우를 잠깐 살피는 도중에 어느새 맞은편 오토바이는 곧 지나칠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묘해 속도를 줄였다. 그 순간 맞은편 오토바이도 속도를 줄이더니 중앙선에서 조금씩 지그재그 하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중앙선을 너머 내 정면으로 돌진했다. 순간 놀란 나는 빈 차선으로 꺾어 피했다.

단 몇 초간의 일이었다. 다행히 부딪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열이 받은 나는 쌍욕을 해주려 고개를 돌리려다 갓길로 빠질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라 차를 좀 더 몰아 도로 위 가운데쯤 세웠다. 그런 후 창문을 열어 뒤를 돌아봤다. 돌아보는 사이 어느새 나타났는지 맞은편 꺾인 커브 길에서 덤프트럭이 상향 등을 켜고 나타나 돌진하고 있었다.

급하게 세운 차는 시동이 꺼진 상태였다. 본래 차선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급하게 시동을 걸었지만 배터리 돌아가는 엔진 소리만 들릴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부르릉… 틱틱틱, 티리릭 티리릭 티리리리리리리릭… ‘아, 이런 c…’

순간 안 되겠다 싶어 차 문을 열고 뛰어 내리려고 했다. 그 와중에 차문까지 말썽을 부려 손만 꺾였을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튀어 나가려던 어깨는 그대로 닫힌 차문에 부딪혀 밀고 있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늦은 밤 정면의 트럭도 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같은 차선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차문을 다시 열려고 했지만 이미 트럭은 부딪힐 것 같은 순간였다. 트럭 불빛이 강하게 눈을 찔렀다. 손을 올려 두려움과 함께 불빛을 막았다.

순간 이대로 끝나는구나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