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이야기

  • 장르: 판타지 | 태그: #10월어느날
  • 평점×30 | 분량: 38매
  • 소개: 아침나라 이야기꾼이 해를 찾으러 떠납니다. 더보기

울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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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에 해가 뜨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불개가 가져가버린 것입니다.

어제는 아침나라의 단풍이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에는 따스한 해가 빛났고, 어린 공주는 또 울었지요. 궁궐이 떠나가라 우는 소리에 붉은 관을 쓴 왕이 행차했습니다.

“아가, 나오던 볏이 시끄럽다고 도로 숨겠다. 또 왜 우느냐.”

공주는 젖은 흰 소매를 들어 궁궐 이야기꾼을 가리켰습니다. 배불뚝이 이야기꾼이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꼬리는 금빛 털옷에 말아 감추고, 커다란 발은 공손히 모으고요. 두툼한 귀가 불호령을 받들 준비가 되었습니다.

왕이 부리를 열어 짐짓 자애로이 일렀습니다.

“지술, 그저 즐겁고 웃음 나는 이야기만 하라고 천 번은 일렀지 않소.”

이야기꾼 지술은 선홍색 곡옥 같은 코를 벌름거렸습니다.

“전하, 송구합니다.”

어두운 동굴을 닮은 입에서 묵은 혈 악취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송곳니는 창끝처럼 날카로웠지요. 왕은 그 입이 미웠습니다. 음성이 멋스럽고 진중해 더욱 미웠습니다.

“멀리 북쪽의 유쾌한 설화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사슴들은 날짐승처럼 하늘을 날 수 있으며 성품은 무척 상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물 가마니를 지고 날아 어린 백성에 선사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공주께선 혹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있을까 걱정하여 눈물을 보였습니다.”

공주가 끄덕이자 눈물이 또 뚝뚝 떨어집니다. 지술이 애틋한 듯 말을 이었지요.

“심성이 이다지도…”

“이다지도 나약하고 어리석다는 말이냐! 오늘은 이야기고 뭐고 썩 나가라!”

왕이 꽥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술은 또 꼬리를 쪼일 새라 허둥지둥 물러났습니다. 문을 나설 때만 해도 금박을 바른 듯 매끈한 등에 햇볕이 아롱졌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어떤가요. 지술은 근심어린 눈으로 컴컴한 하늘을 바라봅니다. 피 냄새를 지우는 향초를 질겅질겅 씹는 입에선 하얀 입김이 솟습니다.

거리는 서로 부딪쳐 넘어지는 백성들로 아수라장입니다. 추워 우는 젖먹이 울음과 자배기옹배기 깨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덜덜 떠는 짐승들의 한탄을 들으며 지술은 궁궐로 향했습니다.

궐문을 넘고서야 겨우 몸이 녹네요. 또 공주의 울음이 들렸지만 시종들은 달랠 생각도 없이 하늘만 목 빠져라 보고 있습니다. 화롯불도 해를 잃은 마음까지 덥힐 수는 없나 봅니다.

공주는 까만 꼬리치마를 바닥에 깔고 웁니다. 지술이 일으키려 했지만, 엉덩이에 아교를 발랐는지 도통 체통을 지키지 않는군요.

“그만 울음을 그치시지요.”

“화로 곁에 있어도 어두우니 무섭고, 추우니 서럽습니다. 불도 지피지 못한 백성들은 어떡하면 좋습니까. 아버님께선 화만 내고 계시는걸요.”

울고불고 떼쓰듯 했으나 공주의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왕은 대신들을 모으고 울대에 피가 맺히도록 고함을 치고 있었습니다. 지술이 나타나자 왕이 벌건 눈을 부라렸습니다. 지술이 예를 갖추고 아룁니다.

“전하, 소신이 해를 찾아보겠습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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