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을 향하여

  • 장르: 판타지, 기타 | 태그: #게임
  • 평점×15 | 분량: 91매
  • 소개: 멸망이 예정된 세계를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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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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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언제 태어났는지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도, 우리가 막아야 하는 적대 세력도, 이 세계도,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알 수 없다. 이 세계의 모두가 그랬다. 그저 우리는 어느 순간 태어났고 이 세계에 던져졌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속한 회사의 이름은 ‘매듭’이었고, 우리는 저승문을 타고 이 세계로 넘어오려는 망자들을 막는 동시에 저승문을 닫는 일을 했다. 적대 세력인 ‘시초’는 우리와 반대로 틈만 나면 저승문을 열었다. 본인들의 말로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어 더 이상 죽음이 이별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그들이 뭐라 하든 우리는 그들이 열어놓은 저승문을 닫아야만 했다.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들은 사자使者였고, 임원들은 입사 시험을 통해 우리를 1급부터 3급까지의 계급으로 나눴다. 가장 낮은 3급 사자는 저승문을 닫을 수 없고 망자들을 저승으로 보낼 수도 없지만 망자들을 포승줄로 붙잡을 수 있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2급 사자는 3급 사자와 마찬가지로 저승문을 닫을 순 없지만 망자들을 저승으로 보낼 수 있으며 그 외 3급 사자들과 동일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직원들 중 최상위인 1급 사자는 2급과 3급 사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건 물론이며 저승문을 닫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내가 깨어나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처음 이 세계엔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라는 건 매듭의 직원들뿐 아니라 시초의 직원들도 포함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 새로운 팀장이 들어왔고, 직원들은 그를 저승문 담당 팀의 팀장이라 부름과 동시에 주인공이라 불렀다. 왜인지는 모른다.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정보들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던 것처럼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주인공은 직원들 중 유일한 비사자非使者였다. 망자들을 포승줄로 묶을 수도, 저승으로 돌려보낼 수도, 저승문을 닫을 수도 없지만, 어디에서 저승문이 열릴지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고 이 능력을 가진 이는 주인공이 유일했다. 회사가 주인공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기억을 잃고 매듭으로 흘러들어온 주인공은 긴긴 이야기를 거치며 자신의 기억을 찾아갔고, 우리는 그런 주인공을 돕는 입장이었다.

팀장이자 주인공은 동시다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팀장이 여러 명이라는 소리인데, 이상하게도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어떤 팀장이 어떤 일을 맡든 결론적으론 한 명의 주인공으로 귀결됐다. 주인공들은 자기들만의 소통 방식을 취했으며, 그곳에서 그들은 이 세계를 ‘게임’이라 칭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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