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시작종이 울렸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선생님은 수업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우리는 문제지를 뒤적이거나 영어 단어를 베껴 적다가 가까이 앉은 아이들끼리 서로 떠들기 시작했다.
7번만이 시계를 힐끔 바라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7번은 반장이었다.
얘들아, 조금만 조용히 하자.
우리는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몇 번인가 주저하던 7번이 단상으로 나갔다.
우리 중 몇몇이 7번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모시고 올게.
하지만 아무도 7번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몇몇 아이들이 소곤거렸다.
쟤 뭐라고 했어?
선생님 모시고 온다는데.
자기 혼자 모범생인 줄 알아.
7번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듣지 못한 척하고 교실을 나갔다.
그리고 다시 10분이 지났다. 선생님도 7번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대부분 그 사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부반장이었던 28번이 뒤늦게 7번이 나간 교실 앞문을 보면서 생각에 빠져들었다.
28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3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매점 갈 거면 같이 가지?
아니. 교무실 가려고.
왜? 반장 간 거 아냐?
안 오잖아. 늦으면 자습이라도 하라고 할 텐데.
시험 기간이라 그런 거 아냐? 선생님 일이라도 돕고 있나 보지.
떠들다가 또 단체로 벌 받기 싫어서 그래.
마음대로 해, 그럼.
13번이 손을 내젓자 28번은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28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한 지 30분째가 되어가자 우리는 주의를 흩트리고 쉬는 시간이나 다름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아이들이 통화가 안 된다며 통신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 이야기로 공감대를 만든 아이들이 또 모여들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때문에 다른 반 선생님이 주의를 줄 법도 했지만 아무도 교실로 찾아오지 않았다.
13번은 그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사이 4번과 16번이 짝을 지어 화장실로 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13번의 의심은 더 깊어졌다.
13번은 왜 아무도 교실로 돌아오지 않는지 이상하다며 옆자리에 앉은 9번에게 말했다.
그러자 9번이 대꾸했다.
몰래 매점이라도 간 거 아냐?
반장이랑 부반장도 안 오잖아.
걔들은 선생님 일이라도 돕나 보지. 같이 매점 갈래?
아냐. 난 됐어.
13번이 거절하자 9번은 자리를 옮겨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매점 갈 애 있냐?
점심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안 갈 거야?
뭐 먹을 건데?
5번과 24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사람이 뭘 먹을지 떠들면서 나가는 모습을 보고 13번은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도 갈걸 그랬나? 점심 먹었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13번은 문제집 귀퉁이에 피라미드를 그리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수업 시간은 이제 10분이 남았다.
13번과 멀지 않은 자리의 3번이 말했다.
근데 얘네는 똥이라도 싸는 건가? 왜 안 오지?
누구 말하는 거야?
3번은 화장실에 간다던 4번과 16번에 대해 이야기했다. 13번은 3번 가까이 자리를 옮겼다.
매점 갔겠지. 같이 갈래?
아냐. 우리 점심 안 먹고 매점에서 때웠는데?
그래?
13번은 그렇게 말하곤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옆 반 체육인가?
아닐걸? 그리고 시험 기간에 무슨 체육을 해.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공부 열심히 하나 보지 뭐.
13번은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쉬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자기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자기들 좋을 대로 모여서 앉아 있거나 서 있었다. 13번은 복도로 나가 옆 반을 바라봤다.
3번이 그 모습을 얼떨떨하게 보았다.
뭐해?
13번이 돌아와서 말했다.
아무도 없는데?
창가에 앉아 있던 3번은 운동장을 바라봤다.
체육 하는 애들도 없는데.
체육관에서 수업 하나?
그렇다기엔 바깥 날씨가 선선하고 화창해서 운동하기에 좋았다. 13번과 3번은 서로를 멀뚱하게 바라보았다.
13번이 말했다.
너무 조용하지 않아?
조금?
3번은 13번의 말에 동의했다.
마치 학교에 교실이라곤 우리 반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무언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