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손님과 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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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낚시를 가는 중이다.
아내에겐 충남 보령에 사는 친구 태호가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는 핑계를 댔다. 낚시터가 충주에 있었으면 충주에 사는 현우 핑계를 댔을 것이고 안면도에 있었다면 태안에 사는 숙부핑계를 댔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둘러대지 않으면 황금 같은 연휴를 아내와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뺏길 테니까.

아,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인가!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기분이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크게 따라 불렀다.

밤 11시를 넘어섰을 때쯤, 차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김 대리의 말에 따르면 충남부여읍 초입에서 100미터 간격으로 서너 개의 현수막이 있고, 마지막 현수막에서 쭉 들어가면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입간판이 보인다고 했다. ‘대어낚시’ 라는 현수막은 찾았지만 가도, 가도 입간판은 나타나지 않았다. 부여읍에 도착한지가 20분은 지났는데 가로등도 없는 험한 외진 길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네비게이션에도 나타나지 않는 낚시터라 김 대리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차를 세우고 김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대리는 30초가 지나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물 한모금은 마시고 5분 뒤에 다시 전화를 했다. 그제야 신호가 떨어졌다. 놈은 잔뜩 취해 있었다. 부여읍이라고 하니 왜 거기에 있냐고 낄낄거렸다. 낚시터 가는 길을 물었다. 그냥 쭉 직진하라며 또 낄낄거렸다. 참다못해 버럭 화를 냈다. 이번에는 죄송하다고 질질 짜더니, 부여읍 초입에서 길을 따라 무작정 직진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말도 없이 전화를 뚝 끊었다.

‘감히 내 전화를 끊어?’

김 대리는 내 부탁이라면 자다가도 달려 나오는 놈이었다. 허락도 없이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어이가 없어 한숨이 나왔다. 분을 삭이며 생각했다. 가족들에겐 거짓말을 했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글렀고, 되돌아가 현수막을 찾아보거나 아니면 날이 밝을 때까지 눈을 좀 붙인 뒤, 김 대리와 다시 통화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낚시터를 소개시켜 준 것도, 가는 길을 아는 놈도, 내가 부여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김 대리, 그 놈뿐이었다.
길은 어둡고 오가는 차도 없었다. 10분만 더 들어가 본 뒤에 되돌아갈 생각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보이는 거라고는 어둠속에 일렁이는 버드나무들뿐이었다. 후, 하고 한숨을 깊게 몰아쉬려는 찰나, 나무사이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익—
차가 앞으로 쭉 밀리더니 오른쪽으로 획 꺾였다. 반대편에서 차가 왔더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얼마나 놀랐던지 핸들을 부여잡은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뒤돌아보니 복면을 쓴 남자가 차 뒤꽁무니를 향해 뒤뚱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살려줘요!”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