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크랙커 – 삼태충 박멸 대작전

  • 장르: 기타 | 태그: #신체강탈자
  • 평점×7명 | 분량: 51매 |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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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크랙커 – 삼태충 박멸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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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 삼엽충 비슷한 거야?”

 

“닮긴 했는데 좀 작아.”

 

“육안으로 볼 수는 있어?”

 

“자세히 봐야 돼. 크기가 한… 이 정도?”

 

하박사가 손을 눈높이로 들고 엄지와 검지의 사이를 살짝 떼어 크기를 표현했다.

 

“삼태가 대체 무슨 뜻이야? 강병철이랑 관련있나?”

 

“이십 대 아가씨가 강병철은 또 어떻게 알아? 삼태귀신에서 따온 거야. 몽달귀신, 그러니까 총각귀신이랑 같은 말인데, 몽달충, 총각충 보다는 어감이 낫잖아. 해외에서는 딥(DIB, Dead Incel Bug)이라고 불러. 보통은 소문자로 픽토그램처럼 쓰지.”

 

넛크랙커는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dib를 쓰더니 흉한 것을 만진 듯이 손을 움츠리며 진저리를 쳤다.

 

“이 망할 놈의 벌레가 대체 어디서 생겨난 거야?”

 

 

 

 

시작은 호미였다. 충북 영주의 한 대장간에서 제작한 호미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 등록을 했는데, 가드닝의 혁신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렸던 것이다. 호미라는 단어는 원래 영어권에서 친한 친구를 가리키는 말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구분을 위해 케이-호미로 불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호미라는 이름이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넷플릭스에서 조선 좀비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작품에 등장한 여러가지 모자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덧붙여 케이-팝 가수들도 한복이나 갓을 착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갓이라는 이름이 해외에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소녀시대의 노래 ‘아이 갓 어 보이’에도 숨은 뜻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과잉해석까지 등장했다.

 

일부 극우 사이트에서 호미와 갓을 한국어에 빼앗겼다는 불평이 들리던 시점에, 다음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낫이었다. 우리나라에서야 한글의 첫 초성인 기역 자에 빗대어질 정도로 기본적인 농기구였지만, 해외에서는 호미에 버금가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외국인들이 호미로 소규모 밭을 일구고 낫으로 잡초를 제거하거나 곡물을 수확했다.

 

킨포크 감성의 힙스터들이 자급자족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던 방식이 일반에게 확대된 데에는 코로나 시국의 탓이 컸다. 대규모 품절 사태와 이동 제한 조치 등을 겪은 사람들이 간단한 식재료를 자가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때문이다. 그들은 뒷마당에서 닭을 몇 마리 기르며 달걀을 얻고, 자투리 땅에 텃밭을 가꾸어 일용할 채소를 재배했다. 호미와 낫은 그들의 친구였다.

 

머지않아, 필연적이게도, 낫의 연대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천구백오 년에 크리스타벨 팽크허스트가 정치 회의에 난입해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현수막을 펼쳤던 일, 혹은 천구백오십오 년에 로사 파크스가 버스에 탑승해서 흑인 구역인 뒷자리로 가길 거부하고 앞쪽 좌석에 엉덩이를 붙였던 일 만큼의 커다란 파급력을 가졌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외곽에 살던 마리아 그레이스는 별것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변변한 기술도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던 남편 리처드 아이들먼이 팬데믹 이후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일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말이다.

 

화창한 수요일이었다.

 

대낮부터 벌겋게 취한 리처드가 텃밭에서 채소들을 보살피던 마리아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며 빈 맥주병을 집어 던졌다. 유리병이 뒤통수에 부딪쳐 깨지는 바람에 몸에 남편으로 인한 흉터가 열세 개째 생기게 된 마리아는 마침내 인내심이 소진되었다. 공교롭게도 마리아의 손에는 낫이 들려 있었고, 그 자리에서 리처드의 머리가 수확되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텍사스 트리뷴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A WIFE NOT-ED HER HUSBAND!

 

아내가 남편을 ‘낫’했다!

 

도끼를 뜻하는 Ax가 ‘해고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처럼, Not이 ‘낫으로 머리를 수확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이게 된 것이다. 한 기자의 재치에서 시작된 단어의 변용은 예상치 못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Not All Men 이라는 구절이 더 이상 남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세월이 변한 것을 모르고 눈치없이 ‘모든 남자가 그러는 건 아니야’라고 중얼거리는 사람은 주변 남자들에게 ‘목이 달아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런 연유로 또 하나의 케이-수출품인 화병(火病)이 미국 남자들 사이에 유행하게 되었다. 말 한 구절 빼앗긴 것으로 무슨 화병까지 생길까 의문이 생긴다면, 우리나라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못하게 된 상황을 상상해 보라. 어쨌든 화병을 가슴에 품은 채 사망한 남자들의 무덤에서 조그만 바퀴벌레처럼 생긴 것이 기어나왔으니, 그게 바로 삼태충이었다. 미국에서 최초 발생한 이 고약한 벌레들은 올림픽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리얼돌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국내로 유입되었다.

 

삼태충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남자를 발견하면, 마치 영화 ‘미이라의 저주’에 등장하는 바퀴벌레처럼 상대의 몸 안으로 파고 든다. 그리고는 긴 더듬이를 이용해 숙주의 신체를 조종하는 컨트롤 타워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으로 이동한다. 그러니까, 사타구니 말이다.

 

삼태충에게 사타구니를 장악당한 남자는 수치심과 윤리의식을 잃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그들은 여자화장실을 기웃거리고, 어린이들이 있는 도서관에서 자위행위를 했다. 오륙십 대 남자가 이십 대 여자에게 추근대고, 거절하면 폭행했다. 불법 영상물을 제작하고, 희희낙락 사고 팔았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서 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여자들에게 악플을 달고,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 청와대에 호소했다. 옆에서 보기엔 헛웃음이 나올 주장들도 그들의 사타구니 안에서는 완벽한 논리로 인정받았다.

 

초기에는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돌출행동으로 여겨졌는데, 삼태충의 번식력은 놀라웠다. 놈들은 사타구니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숙주를 조종하여 아무데서나 노상방뇨를 하도록 강요했다. 심지어는 지하철 객차 안에서 소변을 보는 자도 있었다. 소변을 통해 숙주의 몸 밖으로 나온 알들은 곧장 부화해서 타겟을 찾아 몸 안으로 침입했다.

 

 

 

 

하박사의 설명에 넛크랙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국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전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벌레 탓이라는 거지?”

 

“그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남자만 공격한다며?”

 

“맞아.”

 

“근데 왜 이렇게 감염자가 많아?”

 

하박사는 그 질문의 답을 정녕 몰라서 묻느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안경을 고쳐 썼다. 멈칫했던 넛크랙커도 스스로 답을 깨닫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답을 알고 나니 더욱 답이 없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감염자들의 격리가 우선되어야 했지만, 정치권은 물론 검경에도 이미 감염자들이 퍼져 있는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었다. 보다 못한 과학수사대 하경란 박사가 평소 암암리에 공조하던 넛크랙커를 만난 자리였다.

 

야매 비뇨기과 전문의, 어둠의 알까기 선수, 지옥에서 온 고자 메이커. 넛크랙커를 가리키는 수식어들이다. 넛크랙커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거나 죄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벌을 받은 성범죄자들을 직접 단죄하는 안티 히어로다. 그 단죄 방식은, 앞서 말한 수식어들과 넛크랙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를 저지른 신체 부위에 대한 직접적인 훼손이었다.

 

경찰에서는 넛크랙커를 체포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 중이었지만, 사회 각계각층에 퍼져 있는 숨은 조력자들의 방해 공작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그 숨은 조력자 중에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 지방 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신혜인 경감과 그 친구인 과학수사대의 하경란 박사가 있었기 때문에 넛크랙커 검거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다.

 

좀처럼 범인을 놓치는 법이 없는 신혜인 경감은 중요한 순간에 넛크랙커의 도주를 허용하고, 법이 제대로 처벌을 못 하거나 안 하는 성범죄자들의 정보를 그에게 슬쩍 흘리기도 했다. 하박사 역시 넛크랙커를 추적하기 위한 증거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적에 결정적인 증거는 빼돌리거나 조작하고, 그의 살벌한 단죄 행각을 부각하는 증거들은 더욱 강조했다.

 

“선물이 있어.”

 

하박사가 넛크랙커에게 두 개의 물건을 건넸다. 첫 번째 아이템은 고글이었다.

 

“열화상 카메라가 부착된 고글이야. 삼태충 감염자의 사타구니는 체온이 삼십구 도가 넘으니까 이걸 쓰면 비교적 쉽게 진단이 가능해.”

 

“졸지에 남자들 거기를 살피게 됐네.”

 

“남자들은 맨날 지나다니는 여자들 훑어 보는데, 뭐.”

 

“그건 그래.”

 

두 번째 아이템은 레이저포인터 조준경이 부착된 스테인리스 물총이었다.

 

“액화질소 물총이야. 잘 조준해서 쏘도록 해. 운 좋으면 삼태충만 제거할 수도 있을 거야. 운이 좋으면 말이야.”

 

“나는 그런 운은 별로 없는 편인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되도록이면 배나 다리는 맞지 않게 노력해.”

 

“그나저나 나 혼자 수백만 명의 가랑이를 다 물총으로 쏘고 다닐 수는 없는데.”

 

넛크랙커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하박사는 이면지에 인쇄된 명단 한 장을 건네며 대꾸했다.

 

“그야 당연하지. 이거 혜인이가 준 명단이야. 삼태충 감염이 확인된 놈들 중에 죄질이 특히 나쁜 놈들이래. 일단 이 놈들부터 치면서, 감염자 격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조성해야지. 여차하다 감염되면 너한테 걸려서 사타구니가 급속냉동될 판인데 정신이 번쩍 들지 않겠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테고.”

 

“아하, 그런 작전이었군. 나는 그냥 마음껏 휘저어주면 되는 거네.”

 

“락 앤 롤!”

 

 

 

 

대형 서점의 시집 코너. 밝은 금발의 단발머리 여자가 책 한권을 펼쳐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읽고 있다.

 

“하루내 치열하게 자판을 두드린 지친 손이 어미의 젖가슴을 찾아 가네. 또 다른 언어를 창조할 영감과 기력을 수유 받으려.”

 

옆에 섰던 남자가 여자가 펴 든 페이지를 흘끔하고는 잔뜩 내리 깐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무심히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다 방금 남자가 암송한 구절이 자신이 읽고 있는 시에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실례지만 제가 아는 분이시려나요?”

 

“글쎄요. 제 후배가 쓴 시집을 읽고 계시긴 한데.”

 

“아?”

 

“그 시들 쓸 때, 저한테 도와 달라고 얼마나 귀찮게 했는지 몰라요. 특히 방금 그 구절은 제가 써 준 거나 다름 없죠.”

 

“혹시 시인이세요?”

 

“탁재민이라고 합니다.”

 

“앗? ‘누이의 속옷’ 쓰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