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 그녀 방에서 먹는 짜장면은 맛있다.

— 본 작품은 무료이지만, 로그인해야 읽을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민수가 회사 점심시간마다 여자친구 영지의 집에 드나들게 된 건 매우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몇 달 전 민수의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한 영지가 어느 날 그에게 제안을 해왔다.

 

“오빠, 요즘 피곤한 것 같은데 점심때 내 방 와서 쉬어도 돼. 바로 회사 코앞이잖아.”

 

“정말, 그래도 돼?”

 

영지의 제안에 민수의 눈이 반짝 빛났다. 요즘 따라 과도한 업무량에, 잦아진 야근으로 늘 피곤한 상태여서, 영지와의 데이트에서도 쏟아지는 잠을 쫓느라 애를 써야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민수를 보며 마음이 쓰였던 영지가 고맙게도 먼저 배려를 해준 것이다.

 

 

주말이면 가끔 영지의 집에서 데이트를 했고 당연히 집 비밀번호도 알고 있던 터라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없는 상황에 집을 내어주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기에 민수는 그녀의 깊은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고마워, 영지야.”

 

민수가 감동한 눈빛으로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자 영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스킨십이 없는 민수가 이렇게까지 감동하는 걸 보자 그녀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어차피 결혼할 거고, 미리 연습 겸 괜찮은 것 같은데?”

 

“응, 맞아. 영지 네 침대에서 네 향기 맡으면서 낮잠 자면 피로가 싹 풀리겠다.”

 

“변태 행각은 사절이야.”

 

“물론, 물론이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민수를 보고 영지는 사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자 하난 정말 잘 골랐어.’

 

그 후로 민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지의 집에 있다가곤 했다. 그녀도 직장을 다니는 터라 그 시각에 둘이 집에서 만날 일은 없었고 그녀가 없는 빈 집에서 그는 혼자 잠깐씩 쉬다 갈 뿐이었다.

 

“오, 그 짧은 시간에 정리까지, 역시 깔끔쟁이야.”

 

그녀는 저녁에 퇴근해서 집을 살피면서 늘 감탄했다. 집을 어지럽히기는커녕 오히려 늘어져 있던 것을 그가 정리정돈까지 해주기 때문이었다. 워낙 평소에도 깔끔하고 매너 있는 민수이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위해주고 소중히 대한다는 생각에 점점 결혼에 대한 생각도 굳어졌다.

 

“내 미래의 신랑감, 결혼해도 걱정 없겠어!”

 

그렇게 평온한 일상이 흐르던 어느 날 저녁, 퇴근해서 돌아온 그녀는 특이한 냄새를 감지했다.

 

“어, 이게 무슨 냄새지? 음식 냄새인데…아, 짜장면! 낮에 짜장면 시켜 먹었나 보네.”

 

그녀는 희미하게 감도는 짜장면 냄새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남자친구가 까만 소스를 입에 묻히며 혼자 짜장면을 먹는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하고는 늘 고급 요리 집만 가더니, 실은 짜장면을 좋아했던 거야?”

 

그녀는 왠지 남자친구의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 웃음이 새어나왔다.

 

“고고한 우리 오빠, 짜장면을 좋아하는구나. 호호.”

 

크고 까만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가며 혼자 짜장면을 먹었을 남자친구의 사랑스런 모습이 상상되자, 그녀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데구르르, 침대를 구르며 깔깔대고 웃었다.

 

“우리 오빠가 짜장면을 좋아하다니, 호호호호호호.”

 

그렇게 그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던 영지, 그런 둘 사이에 미세한 문제가 발생했다.

 

‘오빠가 또 짜장면 시켜먹었나 보네.’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매번 희미하게 풍기는 짜장면 냄새에 영지는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환기를 시키는 것 같았지만 유독 냄새에 예민한 영지는 어김없이 그것을 감지해냈고 잠들기 직전까지 창을 열어놓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 되었다. 그에게 얘기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기껏 집을 내줘 놓고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 참아 넘기곤 했다.

 

‘이것도 부부생활 연습이겠지. 결혼하면 이런 하찮은 걸로 싸운다더니, 휴우.’

 

그 후로 몇 번인가 테이블에 짜장면 소스 자국까지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