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 장르: 판타지
  • 분량: 26매
  • 소개: 아기가 좀 울 수도 있지. 더보기
작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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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귀여웠다. 울지만 않았다면 더 귀여웠을 것이다. 이 정도 데시벨이면 다른 집에도 들릴 것 같은데. 원룸 방음은 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건 아니어서 옆집에서 모임이라도 가지면 웃음소리가 우리 집까지 들릴 정도다. 애 우는 소리는 당연히 들릴 것이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서 애 우는 소리가 들리면 어찌 보일지 고민하다가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기 우는 소리 때문에 생각도 제대로 안 됐다. 생겨버린 걸 버릴 수도 없고……

 

“하…… 이제 하다하다 먹을 걸 다 도깨비로 만드는구나.”

 

“까꿍! 까꿍! 에이 왜 울어. 우리 아기.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뭐가 하고 싶을까아.”

 

나는 총각이다. 조카도 없고,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당연하다. 급한 대로 안고 어르고 있지만 안는 손도 불편하고 아마 아기도 불편할 것이다.

 

도깨비들을 불러 애 좀 놀아주라고 했더니 재이가 울려버리는 바람에 넌 핸드폰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재웅이나 재이나 연령대는 나랑 비슷해 보여도 실제 나이는 더 어리다. 도움 안 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재웅이랑 둘이서 아기를 돌본 지 벌써 1시간째.

 

아니 벌써 1시간이나 지났다고?

 

아기는 목청도 좋지 냉장고에서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울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기가 울면 텔레비전을 보여주라는데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똥…… 은 쌀 리가 없고 기저귀는 입히지도 않았다. 우리 집에 기저귀가 있을 리 없잖아. 도깨비니까 배가 고플 리도 없고 데리고 나가서 어르라는 글도 봤는데 아기를 들고 나갈 생각을 하니 더 머리가 아팠다. 더 찾아보자니 애가 우니까 뭘 할 수가 없어서 급한 대로 딸랑이라도 만들자고 페트병에 물을 조금 넣고 흔들었다. 재웅이랑 둘이서 페트병을 흔든 지도 20분째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해. 대체.

 

오늘이야 급하게 둘 다 연차를 썼지만 앞으로 아기랑 같이 살 거면, 재이는 절대 안 될 거 같고 나나 재웅이가 계속 집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애를 혼자 두면…… 도깨비니까 뭐 큰 일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아기를 혼자 둘 수는 없는 거잖아.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옆에서 온갖 재롱을 떨며 물 든 페트병을 흔들던 재웅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어린 도깨비는 처음이지 않아? 나도 그렇고 너랑 비슷한 또래만 생기는 줄 알았는데.”

 

“김치통에 들어 있어야 해서 이 나이로 태어났나 보지.”

 

내 말에 재웅이는 아. 하고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아무 말에 공감하지 마. 아침부터 무슨 호러 영화 찍는 줄 알았다고.

 

이 아기는 묵은지가 도깨비가 된 것이었다.

 

세상에 음식이 도깨비가 되다니, 요 며칠 안 먹었기로서니 엊그제까지 배추 포기였던 게 어떻게 도깨비가 될 수 있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설거지라도 하려고 싱크대에 놓았다가 아이가 우는 바람에 그대로 방치되어버린 김치통을 보았다. 플라스틱에 김치 냄새가 섞여서 구리구리한 냄새가 내 원룸 한가득 감돌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나기에 귀신인가 했더니 익숙한 도깨비다. 아니 고춧가루 묻은 얼굴로 울고 있는 아기가 익숙하진 않았는데 재웅이가 도깨비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여자친구도 없는데 아기가 생길 방법은 귀신 아니면 도깨비밖에 없긴 하다.

 

“얘 이름 지어줘야 하지 않을까? 계속 얘라고 부를 수도 없잖아.”

 

“이름. 그거 좋네. 김치야! 그만 울어!”

 

“애 이름을 김치라 지은 거야?”

 

“그럼 배추라고 할까? 배추김치였으니까?”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당장 우리 이름부터가 문제가 생기는구나.”

 

재웅이는 맘에 안 드는지 한숨이었다. 아 왜. 김치나 배추가 어때서. 정감 있고 좋은데. 니 이름도 원래는 곰돌이었다. 그거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었다고. 인형에 누가 이름을 신경 써서 지어주겠냐만…….

 

나는 구시렁거리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아기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내가 갑자기 아기를 내려놓자 재웅이가 대신 안아 들었다.

 

“뭐야. 어쩌려고?”

 

“인터넷 검색으론 도저히 모르겠으니 애 보는 방법을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누구한테 물어볼 건데?”

 

나는 1번을 길게 눌렀다.

 

「응. 우리 아들. 무슨 일이실까? 이렇게 전화를 다 해주시고? 회사야?」

 

웃음소리와 함께 어머니는 바로 전화를 받아주셨다.

 

“엄마. 애는 어떻게 봐?”

 

아기 울음소리만 남고 집 안이 조용해졌다. 공기가 한 10도는 내려간 듯 추워졌다. 아기를 토닥이던 재웅이는 얼어붙어 있었다.

 

아차……

 

부드럽고 높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살벌하고 낮아졌다.

 

「누구 애니?」

 

“내 애는 아냐! 아니 내가 만든 건 맞는데……”

 

“도깨비에요! 도깨비가 태어난 거예요. 엄마!”

 

재웅이가 다급하게 설명을 했고 그걸로 충분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어머. 난 또. 도깨비라고?」

 

오해가 풀려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엄마 아들 나가 산다고 방탕하게 살고 그런 아들 아닌 거 아시잖아요. 본가 살 때도 지금도 여자친구 하나 없는데 갑자기 뚝 생겼을 리가. 생각해 보니 서러워져서 눈물을 삼키고 있으니 재웅이가 어머니께 마저 사정 설명을 했다. 회사는 어떻게 했고 둘이서 죽을 맛이라는 것도. 우리를 구해줄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는 것도 말씀드렸다.

 

「음식이 도깨비가 됐어?」

 

“엄마가 준 묵은지 있잖아요. 세상에 그게 도깨비가 됐어요.”

 

「세상에 그걸 아직도 가지고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