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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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단골손님이었다. 이름은 몰랐다. 매일 저녁 8시쯤 찾아와 도시락이며 컵라면, 삼각김밥 따위를 사먹곤 했다. ‘당신 가는 길에 축복을’이라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편의점 1호점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어딘가에 2호점이 생기기는 할는지 궁금했다.
주고받는 말이라곤 두 마디가 전부였다. 저기요, 와 여기요. 소녀가 저기요, 라고 말하며 계산할 물건을 내어놓으면, 내가 여기요, 하고 대답하며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식이었다. 소녀는 웃지 않았다. 거스름돈이 오가며 스쳐 지나던 손끝이 이상하게 차가웠다.
소녀는 음식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느긋하게, 꼭 꼭 씹어 먹었다. 할 일도 없는 참에 페이스북 앱을 켜고 ‘좋아요’나 눌러주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보면, 유리창에 비친 소녀의 낯이 내 쪽을 똑바로 향해 있곤 했다. 단팥빵을 씹으면서, 때때로 라면 국물이 묻은 입술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소녀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면 나는 휴대전화를 직각으로 세워 재빨리 표정을 감추었다. 나는 소심한 남자였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내가 인지하는 세계 속에서 소녀는 지나치게 눈에 띄는 존재였다. 틀린 그림 찾기 놀이를 위해 일부러 그려 넣은 것 같다고 할까. 소녀는 말라 있었다. 게다가 무척 작았다. 160㎝가 될까 말까 한 키였다.
손님이 뜸한 시각. 나는 내가 직접 바코드를 찍어 계산한 핫도그의 포장지를 벗기면서, 소녀가 매끼 식사를 빠뜨리지 않고 잘 챙기고 있을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쩐지 목이 메어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가슴팍을 두들기며 계산대를 빠져 나와, 탄산음료나 오렌지주스 같은 것을 더 집어오곤 했다.
아르바이트 시급은 그대로인데, 간식비로 지출하는 돈은 늘어갔다. 체중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그것이 동정인지, 호기심인지, 열감기처럼 속수무책으로 시작되는 사랑의 전조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에 수학 과외를 겸하면서 학점까지 신경 쓰느라, 내 눈은 언제나 충혈돼 있었다. 나는 일주일에 다섯 번, 오후 7시까지 꼬박꼬박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퇴근은 밤 11시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김밥을 먹은 탓에 식중독으로 고생했던 이틀을 제외하면, 예고없이 결근한 적은 전혀 없었다.
봄부터 여름까지, 소녀는 규칙적으로 내가 근무하는 편의점에 나타났다. 매일 같은 시각 산책에 나섰다던 철학자처럼. 그러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갑자기 뚝 발길을 끊었다.
“그 여자애, 본 적 있어?”
그 애가 누구냐, 되묻는 것처럼 코난이 실눈을 떴다. 내 전 타임을 맡고 있는 코난은 나보다 두 학번 아래의 화학과 학생이었다. 우리는 가톨릭 재단의, 같은 대학에 다녔다. 나는 1학년 필수 과목인 ‘읽기’에서 D⁺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 코난에게 미묘한 우월감을 느꼈다. 내 성적은 C⁻였다.
“얼굴이 희고 키가 유난히 작은 여자앤데, 여기서 가끔 식사를 하고 가거든. 나이는 스무 살 정도 되지 않을까 싶고. 시계 모양의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데, 혹시 누군지 알겠어?”
나는 소녀의 목에 걸려 있던 체인 목걸이를 떠올리며 물었다. 직사각형의 팬던트에는 숫자로 시·분·초가 표시돼 있고, 거기에는 황금색 열쇠 하나가 고리에 엮여 매달려 있었다. 나는 실제 시각과 다른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이곳과 시차가 있는 먼 나라의 시각인 걸까.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