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 장르: 호러, 추리/스릴러
  • 태그: #호러 #스릴러
  • 분량: 74매
  • 소개: 모놀로그 연극의 신흥 강호, 강진주. 그녀는 배우로 인정받게 해준 배역 에이미에게 몰입해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주는 무대와 현실을 헷갈려 한다. 더보기

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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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그만 내버려두세요! 저는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그럴 리 없다구요? 제가 당신을 알고 있다고요? 우린 일면식 없는 사이에요. 정말 당황스럽군요. 이 손 놓으세요! 손목이 빨갛게 부어 올랐잖아요. 당신의 당당한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제 기억력을 의심하게 하는군요. 하지만 정말로 나는 당신을 모르는 걸요. 확실해요.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었던 기억도 생생하거든요.

 

어둠으로 휩싸인 무대. 파리하게 서린 핀조명 아래 여배우가 고고히 서있다. 그녀는 그녀에게만 보이는 상대를 뿌리치고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움직였다. 하이힐이 가쁜 심장 박동처럼 또각또각 소리를 냈다. 여배우는 무대 끝과 끝을 두 세번 왕복하고 중앙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고 왼손 검지손가락을 허공에 치켜 올렸다. 그리고 관객석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에이미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 이름은 아주 친한, 제게 소중한 사람만 부를 수 있어요.

 

흔들리는 적발 사이로 분노가 서린 에메랄드 빛깔 눈동자가 보였다. 하지만 분노는 공포에게 금세 자리를 내주었다. 뒷걸음질 치는 여배우를 따라 핀조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더 이상 다가오면 소리를 지르겠어요.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여배우는 핀조명에서 벗어나 무대 뒤편으로 달려갔다. 핀조명은 한 템포 늦게 여배우를 따라갔다. 핀조명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여배우를 찾아 무대 이곳저곳을 비추다가 중앙에 멈췄다. 그리고 툭 소리를 내며 꺼졌다.

 

빛을 잃은 공간은 관객들의 눈을 빼앗았다. 관객들은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해보지만 어디를 보아도 눈앞은 깜깜하다. 침묵이 만든 적막한 소리가 밀물처럼 고막으로 밀려 들어왔다. 심해로 가라앉은 시간도 잠시. 여배우의 날 선 비명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은 공간을 찢었다. 채찍 같이 기다란 무언가를 휘두르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무게감 있는 물체가 떨어지는 둔중한 소리가 났다.

 

암전상태는 계속되고 여배우의 거친 호흡만이 극장 안에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숨소리를 죽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무대를 바라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상황은 곧 변할 것이다. 관객들은 숨소리를 죽여보지만 묘하게 달아오른 흥분이 굳게 다문 입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극장 뒤편에서 뾰족한 핀조명이 무대를 꿰뚫었다. 백색 조명이 깎은 경계 안에는 흐트러진 트렌치 코트를 앞에 두고 여배우가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 담겨 있었고 에메랄드 빛깔 눈동자에는 당혹스러움과 놀람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양손을 번갈아 보았다. 한 손에는 그녀의 적발만큼이나 붉은 얼룩이, 다른 한 손에는 붉은 얼룩이 묻은 벽돌이 있었다. 여배우는 어둠에 섞인 관객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라고 관객석을 고루 살폈다.

 

가까이 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여배우 손에서 벽돌이 무대로 떨어졌다. 꿍 하는 소리가 적막을 깨부쉈다.

 

난 그저 나를 보호하려 했을 뿐이야! 난 아무 잘못 없어! 으아아아!

 

여배우는 비명을 내지르며 양손으로 얼굴을 뭉갰다. 그녀의 손을 따라 붉은 얼룩이 짙게 묻어났다. 그녀는 못난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도 상관없다는 듯 거침없이 움직였다. 여배우 위로 쏟아지는 핀조명이 꺼지고 무대는 다시 어둠에 삼켜졌다. 달아오른 관객들의 숨소리와 정적이 내는 먹먹한 소음만이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에서 옷가지끼리 스치는 느슨한 소리가 들렸다. 무대 정면에 설치된 조명이 따뜻한 빛을 밝혔다. 여배우는 환히 웃으며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수 분 전까지 공포에 떨었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는 게 얼떨떨할 정도다. 하지만 그녀 얼굴에 남은 붉은 얼룩이 수 분 전의 일을 떠올리게 했다.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석에 침범한 옅은 무대 조명에 관객들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감격에 차 눈물을 흘리는 사람.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부는 사람. 입술을 물며 울음을 참는 사람. 가득 채운 객석만큼 다양한 얼굴이 있었다. 여배우는 관객석을 고루 둘러보며 최선을 다해 감사를 전했다.

 

“오늘도 아주 멋진 무대였어요. 진주 씨, 점점 연기가 좋아져요.”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여배우에게 감독이 장미꽃 한다발을 건넸다. 에이미의 짙은 적발보다는 옅은 빨강이었다.

 

어머, 고마워요.

 

진주는 두 손으로 꽃다발을 받았다.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선물이다.

 

“다음 공연도 잘 부탁해.”

 

진주는 엄지를 치켜든 감독을 살포시 안아주고 분장실로 들어갔다.

 

분장실에는 매니저와 메이크업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강진주! 강진주!”

 

두 사람은 여배우의 이름을 연호하며 귀환을 환영했다.

 

장난은 그만 두세요.

 

진주는 손으로 허공을 헤치면서 겸손을 떨었다.

 

진주는 분장대 앞에 앉았다. 진주는 붉게 얼룩진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다음 공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얼굴을 뭉개는 데에만 신경 쓴 나머지 얼굴에 물감이 제대로 묻지 않았다. 진주는 극장 뒤에서 떨어지는 핀조명의 위치를 떠올리며 조금 더 완벽한 연기를 설계했다.

 

“진주 님, 이제 지울게요.”

 

메이크업 담당 스태프는 골똘히 거울을 바라보는 배우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진주는 가발을 벗고 컬러렌즈를 뺐다. 그리고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 등받이 깊숙이 등을 기댔다.

 

“모놀로그 극의 신흥 강호, 강진주. 그녀의 연기를 보면 자아를 타인에게 몰입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어깨 너비만큼 좁은 핀조명 아래서 좌중을 휩쓰는 연기와 가지각색의 감정을 담은 강진주의 큰 눈망울은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절정으로 치닫는 연기와 마지막에 터지는 카타르시스는 관객들을 새로운 경지로 이끈다. 캬! 기자 양반이 뭘 알아도 아는 양반이구만.”

 

매니저는 무대에서 열연하는 진주의 사진이 크게 프린트된 신문 한 면을 펼쳐보였다.

 

아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진주는 부끄러움을 입에 담았지만 싫지 않았다. 배우에게 연기를 인정받는다는 건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같다. 싫어할 사람은 없다.

 

“신흥 강호는 좀 올드하긴 하다. 그치? 여제가 딱인데. 가오도 살고.”

 

매니저는 분장을 지우는 여배우 뒤에 섰다.

 

무슨 여제에요. 이제야 배우라고 소개할 수 있을 정도에요.

 

“아냐, 아냐. 진주 씨. 오늘이 136번째 공연이었잖아. 모놀로그를 혼자서 100회 이상 끌고 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충분히 여제라 불릴 만해. 남자 배우 중에서도 없어. 황제…, 아냐. 신이야. 신!”

 

여배우는 낯간지러운 칭찬에 고개를 숙였다.

 

“맞아요. 여신님.”

 

메이크업 담당은 바쁘게 분장을 지우면서 입을 멈추지 않았다.

 

“점점 더 몰입도가 좋아져. 대체 비결이 뭐야. 나 몰래 연기 레슨이라도 받나?”

 

매니저님도 농담은. 제가 레슨 받을 시간이 어딨어요. 바로 옆에서 보시면서. 연기를 할수록 장면이 뚜렷해지고 선명하게 떠올라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요. 선명한 이미지가 저를 이끄는 거죠. 제가 에이미가 되는 거에요.

 

“정말 대단해요.”

 

메이크업 담당은 손을 잠시 멈추고 눈물을 글썽였다.

 

“연기하다 보면 무섭지 않으세요? 진주 님이 에이미에 완전 몰입한 모습을 보면 저까지 에이미가 되는 것 같아서 정말 무서워요. 저라면 연기도 못 할 거에요. 상상만 해도 아찔한 걸요.”

 

메이크업 담당은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몸서리쳤다.

 

무섭죠. 정말 무서워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는 자기를 모르냐고 다짜고짜 묻고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요. 누구라도 겁날 거에요. 가끔 무대에서 연기하다 보면 실제로 제게 일어난 일처럼 느껴져서 무서울 때가 있어요. 더군다나 에이미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잖아요.

 

진주는 거울에 반사된 메이크업 담당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진주의 시선이 메이크업 담당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몰아냈다.

 

“너무 몰입하지는 마. 배역이 배우를 잡아먹는다는 괴담도 있잖아. 정신과 다니는 배우들도 몇몇 봤어. 아, 배우한테 몰입하지 말라는 말은 이상한가. 흠. 어쨌든 너무 몰입하다 보면 그럴 수 있을 거 같아. 나도 대학 때는 연기를 조금 해서 아는데. 몰입이라는 게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고.”

 

양팔을 감싸 제 몸을 꼭 껴안은 매니저의 장난스러운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그래서 무대와 현실을 구분하려고 애써요.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이렇게 되뇌어요. 나는 에이미가 아니야. 강진주야. 강진주. 조명이 다시 켜지고 관객분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면 그제야 안도해요. 박수 소리가 클수록 마음은 더 편안해져요. 감동받은 관객분들을 보면 그때는 제가 더 감동받구요. 내가 에이미로써 역할을 다했구나. 잘했구나. 뿌듯해져요. 한편으로는 에이미한테 미안하기도 해요. 모든 찬사를 제가 독식하는 거 같아서. 비록 연기일 뿐이지만 에이미는 혼자 무서운 세상에 갇혀 있잖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제가 연기하는 동안만이라도 에이미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역시 진주 님은 다르세요.”

 

메이크업 담당은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모았다.

 

“진주 님,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미는 정말 괴한을 죽인 걸까요?”

 

메이크업 담당은 번뜩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담았다.

 

담당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에이미가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아요. 위기 상황에서는 없던 힘도 생긴다고 하잖아요.”

 

음, 저는 에이미가 상대를 죽였다고 오해한 것 같아요. 대본에서는 에이미의 살인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저는 그 뒤 이야기가 더 있을 거 같아요. 벽돌로 사람을 내리쳤다고 간단하게 죽을까요? 에이미가 진심으로 상대를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떼어내려는 의도로 휘두른 거라면 상대가 죽었을 가능성은 더 떨어질 거에요. 그리고 상대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무섭지 않을까요? 절망하는 에이미 뒤로 상대가 일어난다면….

 

“진주 님, 하지 마세요.”

 

메이크업 담당은 눈을 까뒤집은 진주를 두고 거울 밖으로 도망갔다. 진주는 하하 웃으며 장난이라며 메이크업 담당을 끌어당겼다.

 

이건 제 상상이에요. 단체 연극으로 각색할 때 이런 식으로 각색하면 더 무서울 거 같아요. 그 뒤로 에이미가 자수했을 수도 있고 현장을 내팽겨치고 도망쳤을 수도 있겠죠. 일부러 작가님이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더 남겨둔 거 같아요. 분명 작가님이 정한 결말은 있겠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당장 없네요.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연극을 본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눌 수 있으니 만족해요. 이런 게 또 연극의 묘미잖아요?

 

진주는 첫 대본 리딩 이후로 작가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감독에게 받는 디렉팅과 작가에게 받는 디렉팅은 배우에게 있어 조금 다르다. 작가가 캐릭터를 창조할 때 만든 뒷배경을 듣는 편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첫 대본 리딩이 끝나고 진주는 결말의 방향에 따라 에이미를 표현하는 감정이 달라질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작가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두 번째 연습이 있던 전날,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 진주는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해석으로 에이미를 연기해야 했다. 불안한 첫 공연이 끝나고 세간과 평단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진주는 자신의 해석이 틀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한숨을 돌리는 한편 에이미의 본질에 닿지 못해 답답한 기분이었다.

 

“연기의 신은 역시 다르네요! 저는 진주 님 연기를 눈에 담느라 뒷이야기 같은 건 상상도 안 했어요. 바로 옆에서 진주 님의 생생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고 행복인지 몰라요.”

 

메이크업 담당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저 고소공포증 있어요.

 

진주는 달라붙은 에이미를 떨쳐 버리기 위해 한 톤 높여 쾌활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 여신님, 저에게 여신님께 식사를 대접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드시고 싶으신 음식 없으시나이까?”

 

매니저는 분장을 깨끗하게 지운 진주 옆에 무릎을 세워 앉았다.

 

그만하세요. 놀리시는 게 재밌는 거죠? 다들 짓궂다니까.

 

진주는 자신을 둘러싼 매니저와 메이크업 담당을 가볍게 터치했다. 그들은 하하호호 공허하게 웃었다.

 

“극장에서 십 오분 정도 걸어가면 뉴욕식 스테이크 파는 레스토랑이 있어. 저번에 지나가다 먹었는데 그곳 지배인이 진주 씨 엄청난 팬이라고 하더라고. 모시고 오면 서비스도 팍팍 준다는데 어때, 진주 씨?”

 

매니저의 시선이 진주와 메이크업 담당에게 차례대로 움직였다.

 

“저는 좋아요! 진주 님은 어떠세요?”

 

메이크업 담당은 초록색 눈을 반짝였다. 평소 진주는 스태프들이 먹고 싶어하는 걸 먹는 편이다. 하지만 점심부터 스테이크를 먹는 건 부담스러웠다. 더군다나 다음 공연을 생각하면 속을 좀 비우는 편이 낫다. 그동안 쌓은 경험에서 얻는 결론이다.

 

공연 전에 스테이크는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매니저는 진주의 조심스러운 말에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늘 날짜에 오후 1시, 오후 6시 노랗고 파란 줄이 그어져 있었다.

 

“아, 오늘은 두 타임이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매니저는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표했다.

 

저녁 공연 끝나고 먹는 건 어때요?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요.

 

“그럼 그렇게 할까? 저녁 시간에는 예약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조용한 자리로 달라고 할게.”

 

부탁해요.

 

진주는 매니저에게 웃어보였다.

 

“그러면 뭐 먹을까요?”

 

세 사람은 머리를 모아 점심 메뉴를 정하려고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장기간 공연으로 극장 근처 왠만한 식당은 전부 꿰고 있었지만 구미를 당기는 음식이 없었다.

 

음, 저 파르페 먹고 싶어요.

 

진주는 불현듯 단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뇌가 저릴 정도로 단디 단 파르페. 다른 디저트는 안된다. 무조건 파르페다.

 

“파르페는 식사하고 디저트로 먹자. 방금 막 공연 끝나서 배고프고 또 공연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지.”

 

매니저는 지도 어플을 두 손가락으로 벌렸다 줄였다 하며 적당한 식사 장소를 찾았다.

 

저번에도 디저트로 먹자고 하고선 2차 가서 못 먹었잖아요. 그 전엔 가게 앞에 도로 공사해서 위험하다고 못 가게 했고. 그 전전엔 날씨도 추운데 감기 걸린다고 못 먹게 하고. 오늘은 꼭 먹어야겠어요. 제가 쏠게요.

 

진주는 평소답지 않게 밀어붙였다. 식당을 찾는 메이크업 담당과 매니저의 손이 느려졌다.

 

저 혼자 가도 되요. 저 신경 쓰지 말고 식사하고 오세요.

 

“주인공이 없는데 우리끼리 어떻게 가.”

 

“맞아요. 진주 님 파르페는 저랑 다음에 드시고 지금은 밥 먹으러 가요. 네?”

 

메이크업 담당은 진주의 보드라운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의 몸 쪽으로 당겼다. 진주는 애교를 부리는 메이크업 담당을 바라보았다. 스태프들이 꺼려하는 분위기에서 억지를 부릴 순 없었다. 한 사람만 마음을 바꾸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진주가 의견을 꺾었다.

 

그러면 파르페는 다음에 먹으러 갈까요?

 

그제서야 어둠이 드리운 매니저의 얼굴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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