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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 호러, 기타 | 태그: #광고 #역발상 #바다 #해일 #오징어인간
  • 평점×34 | 분량: 38매
  • 소개: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에 엄청난 해일이 밀어닥친다. 마을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해일은 마을 사람들을 휩쓸어 다시 바다 너머로 사라진다. 얼마후 바다로 떠밀려간 사람들은 끔찍...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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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 구름이 피어오르는 바닷가의 하늘이 어느새 붉은 노을로 얼룩진다. 빨강 파랑 지붕들이 네모반듯하게 늘어선 인근 마을도 사방이 붉게 물든 후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목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강아지처럼 뛰어다닌다. 할머니와 중년 여자가 저녁 노을을 받으며 깔깔대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마을 공터에 자리 잡은 정자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남자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옆을 지나던 구부정한 노인이 남자들의 우스갯소리를 듣고 대화에 끼어든다. 마을에 자리잡은 집안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TV를 보고 저녁을 준비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항구에 매인 고기잡이배들은 물결을 따라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린다. 잔잔히 흐르는 황금색 바다는 수많은 별이 쏟아지듯 반짝반짝 빛난다.

 

갑자기 바다가 흐르는 걸 멈췄다. 사방이 조용하다. 이따금 들리던 갈매기 울음도 어느새 뚝 그쳤다. 고기잡이배가 숨을 멈추고 가만히 바다 위에 떠 있다. 파도가 사라진 밋밋한 해면 위로 검은 점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소리도 없고 잔잔한 파장도 일으키지 않는다. 점들은 마을 주위를 시커멓게 에워싼 후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몸 전체가 시커멓게 얼룩진 오징어 떼다. 수백 마리의 오징어가 조용히 마을을 포위했다. 마을 사람 중 누구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미동도 없던 물결이 갑자기 출렁인다. 하얀 거품이 여기저기에서 꽃이 피듯 떠올라 주위로 번진다. 오징어 떼가 다시 하얗게 부글거리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거대한 물기둥이 해면 위로 솟으며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을 낸다. 주변의 바다가 펄펄 끓어오르며 거세게 요동쳤다. 해변이 앞뒤로 흔들리자 모래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바다에서 솟은 물줄기는 공중에서 이리저리 뒤틀리더니 커다란 해일이 되어 마을로 쏟아진다. 마을 한쪽 구석을 뒤덮은 바닷물이 골목의 아이들과 공터의 남자들을 향해 밀려들었다. 근처의 건물들이 지진이 난 듯 흔들린다. 퍼붓는 물은 굽이진 길을 따라 담벼락과 지붕을 때리며 넘쳐흘렀다. 집 주변의 온갖 잡기들이 갈 길을 잃고 시커먼 바닷물에 휩쓸렸다. 출렁이는 물결에 밀리면서 서로 부딪쳐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골목에서 놀던 한 아이가 소음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지붕들 위로 솟은 거대한 파도를 발견했다. 해일이다. 이제껏 TV에서나 보던 광경이었다.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칠 곳을 찾아 달린다. 다른 아이들도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무 그늘 밑에 앉아있던 할머니와 중년 여자는 오도 가지도 못한 채 서 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려고 애쓴다.

 

집 안에서 TV를 보던 소년은 짜증을 내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재밌게 보던 만화가 꺼지면서 난데없이 바다가 나타났다. 화면이 어두컴컴한 바닷속을 비춘다. 다른 채널도 모두 마찬가지다. 케이블 선이 잘못됐나 TV 뒤를 기웃거리던 소년은 안방의 닫힌 창문에서 물결이 출렁이다가 사라지는 걸 봤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집 밖으로 나왔다. 거대한 해일이 마을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훑으며 지난다.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바닷물에 뒤섞여 빠져나가지 못하고 떠다닌다. 다행히 소년은 집 안에 있어 해일에 휩쓸리지 않았다. 굽이치는 바닷물은 이미 저만치 사라졌다. 주변이 온통 물기에 젖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다른 집에서 몇 명의 사람이 나와 놀란 얼굴로 멀어지는 해일을 쳐다본다. 마을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이 해일을 쫓아 뛰었다. 어서 달아나라고 사방에다 소리친다. 소년이 그 뒤를 따른다.

 

해일을 피해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모든 길목이 물로 막혔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시커먼 바닷물이 사방으로 뻗은 길에서 떠밀려온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운다. 정자에 모인 남자들도 마을 한쪽을 뒤덮은 거대한 물결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섰다. 하얀 거품을 문 바닷물이 사방에서 자신들을 향해 출렁거린다. 물속에서 뒹구는 것 중에는 삽이나 깨진 유리병같이 날카로운 것들이 많다. 저기에 휩쓸리면 온몸이 찢기고 부서질 것이다. 아이들과 할머니, 중년 여자가 바닷물을 피해 남자들에게 달려온다. 대여섯 명의 남자들도 정자에서 나와 아이들 쪽으로 뛰었다. 한데 모인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빠져나갈 길이 없다. 물이 순식간에 휘몰아쳐 그들을 덮친다. 사람들 위로 물벼락이 쏟아지고 깨진 물건들의 파편이 날아든다.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감싸도 소용없다. 날카로운 집기들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노출된 몸을 사정없이 강타한다. 온몸에 피멍이 들고 머리가 깨졌다. 사람들이 눈을 까뒤집고 입술을 들썩이며 물속에 잠긴다. 물살이 그들을 휩쓸었다. 그들의 몸이 물속에서 온갖 물건들의 파편과 뒤섞였다. 멀리서 지켜보던 그들의 가족이 고함과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뛴다. 울음을 터뜨리고 주저앉는다. 지붕 밑까지 차오른 바닷물이 잠잠해졌다. 엎어진 채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의 몸에서 피가 잉크처럼 번진다.

 

사람들을 가득 담은 바닷물은 마치 썰물처럼 마을을 빠져나간다. 전봇대나 자동차 같은 장애물들을 돌고 돌아 방파제가 길게 늘어선 바다 앞에 당도했다. 절규하며 쫓던 가족들이 그 광경에 가슴을 쥐어뜯는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해일은 방파제를 넘어 사람들과 함께 바닷속으로 쏟아졌다. 주변의 바다가 거세게 출렁인다. 사방으로 파도가 튄다. 물속에 뒤섞인 사람들이 바다 멀리 밀려 나갔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가족들이 아무리 그들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방파제 턱에 주저앉은 가족들이 땅을 치고 통곡한다.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이 바다 앞에 선 채 어두워지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다. 멀리 떠나 있던 갈매기들이 어느새 날개를 활짝 펴고 돌아온다. 주저앉은 가족들이 벌떡 일어났다.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바다로 걸어 들어간다. 다른 이들이 혹시나 그들마저 바다에 휩쓸릴까 뛰어들어 끌고 나온다. 가족들이 허우적대며 저항한다. 흠뻑 젖은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이 바다 앞에서 뒤엉켜 운다. 어쩔 도리가 없다.

 

TV를 보다 밖으로 나온 소년은 이 광경을 지켜보다 TV 속 화면과 뭔가 연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틀림없다. 화면이 바뀐 것과 이 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바다였다. 소년이 집으로 뛰어가 TV를 확인한다. 화면에는 부유물들로 휘청거리는 어두운 바닷속이 보인다. 물살이 쉴 새 없이 흐른다. 울긋불긋한 산호들이 앞뒤로 흔들리고 작은 물고기 떼가 이리저리 물결에 떠밀린다. 바위에 붙은 해면동물들은 동그란 구멍으로 바닷물을 내뿜는다. 건너편 해저에는 커다란 구멍이 움푹 패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굴곡이 만들어졌다. 그 거대한 산맥의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둥근 머리와 팔다리를 가진 틀림없는 사람의 형상이다. 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계속 같은 화면만 나왔다. 사람들이 바다에 휩쓸린 직후다.

 

소년이 바닷가 앞의 사람들에게 뛰어가 여기 이상한 게 있다고 꼭 봐야 할 것 같다며 알렸다. 어른들이 화를 내며 무슨 일이냐며 되물었다. 소년은 TV에서 바닷속의 모습만 보이고, 그 안에 사람 같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똑같은 장면만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소년의 집으로 뛰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열 명이 채 들어오기도 전에 소년의 안방이 가득 찼다. TV 화면에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 멀리서 카메라 앵글을 잡은 듯 작았다. 동그란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닷속 한가운데에 떠 있다. 휘몰아치는 물살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잠수복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가만히 선 채 머리만 흔든다. 어렴풋이 보이는 손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