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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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무 수습은 잘 받았겠지?”

“네.”

“지금부터는 실전이야. 장난 아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초장부터 잘 쳐나가야 해. 저 놈들은 신규직원만 오면 요리조리 저울질을 해본다고. 좆 같은 놈이 들어왔구나 싶으면 지들도 조심하지. 하지만 만만한 물이라고 생각되면 그 신규는 퇴직할 때까지 개고생 길만 걸어야 해.”

두 남자의 걸음이 구령에 발 맞춰가듯 착착 나아가는 사이 나이 든 남자의 사설은 이어졌다.

“방 18개에 별의 별 놈이 다 있다. 신문방송 크게 탄 애들도 있어. 건전지 잡아 펴서 문신 새길 줄도 알고 알약 캡슐 갖고도 흉기 만들 수 있어. 교도관 징계먹이는 데는 도가 텄지. 고소장으로 방을 채운 놈도 한둘이 아냐. 그러니까 규정 잘 숙지하고 원칙대로 근무해야 해.”

전자 출입카드가 인식기에 밀착하자 삑 하는 소리가 컴컴한 주복도에 크게 울려 퍼진다. 비밀번호를 접수한 철문은 육중한 철커덕 윙 소리와 함께 가로로 입을 벌린다. 나이 든 남자는 여전히 수다를 쏟아놓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2동, 3동, 4동이라고 적힌 가정집 대문만 한 사동(舍棟)입구들이 저만치서 천천히 등장한다.

“하지만 전체 비율로 따지자면 ‘문제수’는 얼마 안 돼. 나머지 대부분은 말을 잘 들어. 하루빨리 출소하고 싶어 하거든. 지내다 보면 차차 알게 되겠지만 크고 작게 곤란한 일 많이 당할 거야. 방귀 뀌다 보면 똥 나온다고 사소한 범치기가 큰 교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해. 매사 주의하고 잘 지켜봐야 해.”

“잘 알겠습니다.”

“너무 떨거나 의기소침할 필욘 없어. 재밌는 것도 많이 볼 테니까. 담당용 책상에 비상벨하고 전화기 있는 건 알지? 지들끼리 싸우거나 근무자한테 욕하고 대들면 녹음기 버튼 바로 눌러버려. 흥분해서 같이 욕하고 싸우면 안 돼. 술수에 말려들지 말 것. 그건 기본이야.”

“네, 알겠습니다.”

“CCTV 계속 돈다. 도둑놈 아닌 직원 감시용이지. 간부들 저거 자주 봐. 졸거나 딴짓 하지 말고 근무 잘 서.”

“네. 주임님.”

“그럼 나중에 보기로 하지 영맨.”

그들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2사동의 앞이었다. 짧은 대답만을 하던 20대 초중반의 교도관만이 남고 수다를 퍼붓던 40대의 교도관은 손전등과 업무용 노트를 옆구리에 낀 채 3사동 쪽으로 걸어가다가 잠시 멈추었다.

“아 참. 처음 근무하니까 말인데.” 그는 강의라도 하듯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사람도 그렇고 땅도 그렇고 물길도 그렇지만 건물들도 기(氣)가 센 경우가 있어.

내 생각엔 교도소야말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봐. 폐쇄되어 있고 제한적인 정보밖에 없는 비밀의 집이니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로만 가득한 비밀의 집. 음, 가끔 말이지.”

영맨이라 불린 신규직원은 의아스런 눈길로 주임을 쳐다보았다. “밤에 근무하다보면 이상한 게 눈에 보일 때가 있어. 하도 이상해서 꿈인지 생신지 분간 못할 때가 많아. 그 때문에 간 떨어질 뻔하거나 오줌을 지르기도 하지. 하지만 헛 거라고 무시하면 돼. 분명 헛 거니까.” 구체적인 설명은 무시한 채 그는 등을 돌렸다. “무시하면 되는 거야. 자, 진짜 간다.”

그는 일 마치고 교대하는 시각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자신의 근무지로 향했다. 신규직원은 잠시 사동 입구를 바라본다. 첫 출근이자 연수가 아닌 실전 야간근무의 첫 배치다.

무지막지한 재소자들을 직접 관리할 생각에 가슴은 떨려오고 저절로 긴장감이 엄습했다. 그의 담당 섹터인 제2사동엔 18개의 감방에 17명의 문제수들이 있다고 했다. 혼자서 이들을 담당해야만 한다.

그래, 먹고 사는 데 쉬운 게 뭐 있겠니. 그는 모자를 고쳐 쓰고 입구의 녹슨 자물쇠를 열쇠로 열었다. 서울이 고향인 23세의 청년 진영민은 경상북도 섭주군 다흥면에 위치한 섭주 교도소로 신규발령을 받고 2동 근무에 본격적으로 임하게 되었다.

그가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을 자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홀어머니는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었다. 하지만 백발백중이란 간판과 달리 내리는 신령님 말씀마다 틀리기 일쑤여서 거센 비난을 받았고 굿판 도중 사람을 다치게 해 합의금을 물기까지 했다.

신령님도 포기하고 떠난 듯 나이가 들면서는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더니 결국 하나뿐인 아들한테 칼을 들이대며 네게도 신기가 있으니 내림굿을 해야 한다며 을러댈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영민은 어머니와 의절했다. 과거를 지운 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

흐린 불빛 속의 2동은 아직 이 바닥 생활에 익숙지 않은 영민에게 심한 이질감을 안겨주었다. 섭주 교도소의 수용사동은 30미터가량의 긴 일자형 복도로 되어 있는데 이 복도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커먼 시멘트 바닥이었다.

8월의 날씨에 걸맞잖게 복도는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 찼고 어디선가 괴이한 고양이 울음이 들려왔다. 여름임을 알게 해 주는 건 왕성하게 불빛을 찾는 나방과 이름 모를 벌레들의 날갯짓뿐이었다. 벌레들은 복도 왼쪽의 구멍 뚫린 방충망 틈새로 들어온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리고 복도의 오른편에는 자유의 몸인 벌레들과는 반대로 쇠창살이 쳐진 18개의 감방 안에 번호표를 단 사람들이 있었다. 창살은 녹이 슬었고 각 방마다 고루 개성을 갖춘 죄수들이 사회와 격리된 채 형기를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사동의 중간 위치에 해당되는 9방 앞에는 담당근무자용 책상이 있었고 이 위에 인원 현황판과 전화기 그리고 비상벨 기기가 비치되어 있다.

영민이 들어오자마자 교대를 기다리던 전임근무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급이 9급 신임인 교도(矯導)보다 한 끗발 위인 8급의 교사(矯査) 안대섭이다.

선배들 말마따나 ‘재소자들과 티격태격하며 반 징역생활’ 보내는 사이에 변했는지 원래 그런 건지 눈매가 아주 날카로워보였다.

“진영민 씨.”

“예, 선배님.”

영민은 크게 대답했다. 제복을 입어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군대식으로 기합이 들어갔다.

“목소리 낮춰요. 곧 수용자 취침시간이니.”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뻣뻣하게 굴지 않아도 됩니다. 차차 익숙해질 테니까.”

“네……”

“여기 18방까지 있는 거 알죠?”

“네.”

“30분에 한 번씩 순찰 돌아야 합니다. 근무일지 인수인계 난에다가 적어놨는데 17방에 185번 이호식이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니까 자주 시찰하도록 하세요. 정신과 진료도 몇 번 받았고 또라이 기질이 있는 애예요.”

그러더니 대답을 듣기도 전에 모자를 쓰고 나갈 채비를 했다. 영민은 근무에 관해 질문하고 싶었으나 그의 행동으로부터 건방지게 묻지 말고 그냥 스스로 깨우치라는 암시를 강하게 받았다.

그냥 하다보면 돼, 다 그렇게 하는 거야. 여긴 연수원이 아냐. 토론하는 무대가 아니고 피가 튀는 현장이지.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아, 그러니 직접 해봐.

영민은 질문 대신 수고했다는 경례를 붙였다. 이 사람이 나가면 이제 2동에는 자기 혼자만 남는다. 17명의 죄수들하고. 그들은 살인, 연쇄방화, 시신유기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전국 각지에서 중구금 교도소인 섭주 교도소까지 이감을 온 문제수들이다. 18개의 방 모두 튼튼하게 잠겨 있지만 그래도 긴장감은 남는다.

“그리고……” 안대섭이 말했다. “끝방인 18방 있잖아요…… 거긴 공방이에요. 공방이 뭔지 알아요?”

“빈 감방을 말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요. 18방은 1년 째 손님을 안 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거기엔 형광등 켜지 말아요.” 독사 같은 그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뭐, 전기 많이 쓴다고 간부들이 잔소리 하니까. 켜지 말아요.”

“예, 알겠습니다.”

영민은 이 사람이 자기에게 조금은 겁을 준다고 생각했다.

“갈게요. 참, 인사 늦었네. 같은 직장 직원이 된 거 축하합니다.”

간단한 악수가 끝나자마자 안대섭은 바로 걸어나갔다. 곧 자물쇠 잠그는 소리가 차갑게 울리고 그는 사라졌다. 이제 영민은 혼자였다. 시각은 밤 9시였다.

3

9시 30분이 되자 연속극과 뉴스를 방영하던 텔레비전은 꺼졌다. 재소자들은 양치질을 하고 일기를 쓰는 등 바깥사회와 다를 바 없는 취침전의 행동들을 보이다가 이부자리를 폈다. 그들이 말을 걸까봐 긴장했던 영민은 맘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꼈지만 곧 새로운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17명을 데리고 있는 혼자가 아니라 잠이 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17명을 데리고 남은 진짜 ‘혼자’라는 사실이었다.

***

영민은 30분에 한 번씩 1방부터 18방까지 시찰했다. 생각보다 안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둬놓고 지켜보는 일이 교도관의 업무일진데 쇠창살을 지날 때마다 영민은 감방 안에서 그를 노려보는 재소자들의 눈에서 달갑지 않은 빛을 보았다.

공을 세워보려고 무슨 꼼수를 부리나하는 경계와, 초짜 주제에 제복 입었다고 어깨 힘주고 다니는 꼴 봐라 하는 듯한 경멸이 반씩 섞인 빛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영민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영민은 전과가 많은 능란한 재소자들일수록 신규직원을 경계한다는 말을 연수원에서 들었다. 신임 시절에는 융통성보다는 규정으로 승부하는 시기라는 걸 잘 안다는 것이다.

11시가 넘자 한자나 영어공부를 하던 사람까지 누워 거의 모든 재소자들이 취침상태에 들게 되었다. 사동은 쥐죽은 듯 고요했고 코 고는 소리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민은 불이 꺼진 18방을 그대로 지나치면서 나머지 방만 인원 및 이상 유무를 계속 확인하면서 확실하게 근무의 첫걸음을 디뎠다. 그러는 사이 다리가 아프고 졸음이 왔다. 잠시 담당용 의자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쉴 때 온 사위는 절간 같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때 따르르릉! 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 놀란 영민은 수화기를 들었다.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2동 하층 교도 진영민입니다.”

“수고한다. 나 배치주임이다. 보안과장님께서 지금 CCTV보고 있다. 앉지 말고 순찰 돌아라.”

“아…… 네, 알겠습니다.”

직원들을 각종 근무지에 배치시키고, 모든 7급 교위들의 우두머리이며, 수시로 교육사항을 전달할 권한을 가진 배치주임의 전화였다. 이 사람한테 잘 보여야 배치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말은 충분히 들었었다.

이거야 원…… 내가 지켜보는 사람인데 나도 누가 지켜보고 있다니. 근무모를 쓴 영민은 서둘러 CCTV가 설치된 곳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자신의 등이 CCTV에 잘 노출되기만을 바라면서.

대학에서 직장으로 본격적으로 물갈이를 한 첫 출발의 이 시기, 그는 인정받고 싶었고 크게 되고 싶었다. 소장에, 청장에, 법무부장관까지……

감방이 14, 15, 16, 17방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꿈도 야무져갔다. 고진감래야 고진감래…… 그 순간 영민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어두컴컴한 18방 창틀에서 번쩍거리는 두 눈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증오와 경계심으로 노랗게 타오르는 눈이었다.

“헉!”

상대방도 영민의 숨소리에 놀랐던지 즉시 창틀에서 뛰어내려 사라졌다. 영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양이잖아! 고양이였어……’

창문이 열려 있었나? 고양이가 어디로 들어왔지? 영민은 손을 올려 쇠창살 위의 벽면에 장착된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딱 소리와 함께 오랜 시간 꺼져 있던 18방이 지지지직거리며 밝아졌다. 점등은 신고식을 치르듯 텅 비어 있던 방을 신규담당자에게 소개했다.

“아앗!”

방 중간에 대롱대롱 흔들리는 게 있다! 크게 놀란 표정 가운데 뿌리까지 길게 튀어나온 혓바닥, 자주색으로 팽창된 얼굴, 사탕처럼 동그랗게 돌출된 눈, 허공에 떠다니는 발과 발톱까지도 자주색인 피부…… 그것은 천장의 밧줄에 목이 매달려 둥둥 떠다니는 남자였다. 비명 지를 틈도 없이, 허연 눈알이 움직거리더니 영민을 쏘아보았다.

영민은 황급히 책상으로 달려가 비상벨을 눌렀다.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배치주임이었다.

“진영민 교도, 비상벨 눌렀나?”

“네! 여기 목매단 사람이 있습니다!”

“뭐야! 알았어!”

몇몇 방에서도 잠에서 깨어난 재소자들이 뭐야, 뭐 하며 수런거렸다. 채 1분도 되지 않아 요란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기동타격대가 도착했다.

***

“어디야?”

“18…… 18방입니다.”

배치주임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서려졌다.

“18방은 비었잖아.”

쇠창살에 얼굴을 바짝 들이댄 재소자들은 재밌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이고, 우리 신규 담당님께서 귀신을 봤는 모양이네.”

“신규 담당님. 그 방에 귀신 나오는 거 몰라?”

“배치주임님, 날 18방으로 옮겨주소. 처녀귀신이면 내 그냥……”

“입 다물고 잠이나 자!”

배치주임이 야단을 치자 의미 없는 농담들은 쑥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영민의 떨림은 기어들어갈 계제가 아니다.

“주임님. 아무것도 없습니다.”

18방에서 돌아온 기동타격대원이 배치주임에게 보고했다.

“진영민. 날 따라와.”

배치주임은 영민을 사동 밖의 관구실(해당 관할구역의 직원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래 누가 목을 맸다고?”

“……”

“내가 묻잖나.”

“불을 켜자 목을 맨 사람이 있었습니다.”

“불은 왜 켰는데?”

“고양이가 있어서요.”

“고양이?”

배치주임이 눈을 감다가 다시 떴다.

“대학 다니고 여학생들이나 만나다가 직장이라고 들어온 곳이 흉악범들만 우글대는 교도소다. 적응이 쉽진 않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자네뿐만 아니라 모든 교도관들이 한 번씩 겪는 일이야.” 영민은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교도 때 사동에서 졸다가 그런 걸 자주 겪었어. 잠결에 돌아보면 한 방에 취침하는 애들이 분명 넷이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는 세 명으로 되어 있다거나, 한밤중에 생판 처음 보는 재소자가 빈 방에 들어앉아 빤히 날 노려보는 것따위 말이야. 알고 보니 그는 수십 년 전에 그 방에서 죽은 사람이었고.”

하지만 전 졸지 않았습니다, 이 말이 입술을 간질였다.

“이 일 하다보면 더 힘든 거 숱하다. 정신 바짝 차려라.”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귀신이 뭐 무섭다고? 먹고 사는 게 더 무서운데. 좀만 더 있어봐라, 저절로 알게 될 테니.”

말을 마친 50대의 배치주임은 히죽 웃었다. 분위기에 위축된 영민은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다시 2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시각은 자정을 갓 넘긴 시각. 교대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더 남았다.

4

그는 또 순찰을 돌아야 했지만 18방은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어둠의 감방 한가운데 피부가 자주색으로 변한 시체가 꼿꼿이 서 있을 것 같았다. 대체 정체가 뭘까?

그대로 순찰을 멈추고 앉아 쉬고 싶었다. 하지만 사동 입구 위에 장착된 CCTV가 신규직원의 업무행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생각에 그대로 있을 수도 없었다. 다시금 움직여야만 했다.

환각이라고 자위해도 공중에 떠 있던 남자의 부푼 얼굴과 튀어나온 눈알은 끝내 그를 괴롭혔다. 도착하지 않은 18방에선 벌써부터 재수없는 기운이 새어나오는 듯했다.

그때 창살 새로 팔 하나가 쑥 튀어나오더니 영민의 팔목을 잡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영민의 머리에서 모자가 떨어졌다.

“담당님, 잠깐만 뵙겠습니다.” 팔의 주인공은 뺨에 오래된 칼자국이 있는 17방의 재소자였다. “저는 185번 이호식이라고 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전임근무자 안대섭이 또라이 기질이 있고 심적으로 불안한 이호식을 잘 보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담당님, 18방에서 이상한 거 보지 않았나요?” 영민의 등에 서늘한 기운이 지나갔다. “귀신입니다.”

“뭐라고요?”

“여기 자주 나타나는 귀신이죠. 그건 바로……”

“어이! 진영민!”

별안간 사동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자가 있었다. 영민이 고개를 돌리니 그 주인공은 배치주임보다 한 계급 위에 있는, 지도순시를 하는 간부이자 특히 야간엔 소장을 대리하는 당직계장이었다. 영민은 급히 달려가 차렷 자세를 취하고 경례를 붙였다. 표범처럼 날카롭게 생긴 계장은 인사도 안 받고 걸어나갔다.

“계장이 순시를 돌 때 넌 뒤를 따르는 거야.”

영민은 떨떠름한 심정으로 두 걸음쯤 뒤에서 계장을 수행했다.

17방을 지날 무렵 이호식은 누워 있었다. 당직계장이 멈추어 섰다.

“야, 185번. 자는 척하지 말고 일어나.”

이호식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심야에 욕보십니다 계장님.”

“너 방 정리정돈 상태가 이게 뭐야?”

“아니, 계장님. 지금은 침구 깔아놓은 한밤중이 아닙니까?”

“어디서 말대꾸야? 너 징역 똑바로 살아. 조만간 17방 검방할 거야.”

이호식은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었다. 계장은 눈빛을 번득이며 18방까지 걸어갔다. 영민도 뒤를 따랐다. 18방엔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감방을 다 둘러본 계장은 2동을 벗어난 후에야 영민을 불렀다.

“너 이리 와봐.”

“네.”

“아까 17방에서 뭐라고 그랬나? 185번 이호식이 말이야.”

“아, 네. 18방에 있는 게 귀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허황된 소린 들을 가치도 없어. 하루 종일 교도관 코를 걸 생각밖에 안 하는 애니까. 걔가 자네 같은 초짜 다루는 건 식은 죽 먹기야.”

“……”

“배치주임한테 들었는데 아깐 헛 걸 봤다면서? 헛 거 맞지?”

“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이런데 처음 오면 원래 그래. 성장통이라고 생각해.”

수고하란 말을 남기고 당직계장은 3동으로 걸어갔다. 영민은 생각에 잠겼다. 직원들 잠자고 근무 안 할까봐 정말 자주도 순시 오는군.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자신이 본 건 상상에 불과하단 확신이 든 것이다. 계장과 함께 18방을 지났을 때 불 꺼진 방으로부터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헛 걸 본 거야 괜찮아 교도소 첫 근무라 그런 거야.

그는 용기를 얻어 18방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불 꺼진 감방은 조금 전처럼 적막에 싸여 있었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읊조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여기 직원들 믿지 마요. 모두 한패요.”

17방 이호식의 몹시 기분 나쁜 저음이었다.

‘신규 교도관 저울질하는 너 같은 또라이 말 안 믿어.’

영민은 침묵을 표면에 내세운 무시로 응수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5

불과 하루 동안 교도소에 있었을 뿐이지만 다음 날 아침 퇴근하여 출입문을 나서니 바깥은 딴 세상으로 보였다. 하늘은 페인트처럼 맑았고 과일 냄새를 담은 농촌의 미풍이 가을을 재촉하듯 얼굴을 어루만졌다.

교도소는 사람 올 데가 못 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온 영민은 쓰러지듯 누워 잠이 들었다. 몸살에 걸린 것처럼 온 몸이 쑤셨는데 특히 어깨가 지독히 아팠다.

“교도소 야간 근무가 이런 것이었나? 꼭 노가다 한 것처럼 아프군.”

식사도 잊은 잠은 먹물처럼 깊고도 검었다. 그를 눈뜨게 한 것은 스마트폰의 알람 신호였다. 시각은 아침 7시.

“세상에! 20여 시간을 내리 잤다니!”

출근을 위해 일어나자 몸살기는 거짓말처럼 가셨다. 그는 어제 걸어둔 제복을 다시 쇼핑백에 넣고 서둘러 집을 뛰쳐나갔다.

***

낮의 접견 근무는 비교적 순탄하게 지나갔다. 섭주 교도소는 구치소처럼 미결수용자나 변호인을 찾아볼 수 없었고 지리적으로도 면 단위 산간벽지의 험준한 산중턱에 준공된 시설이라 면회객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영민의 마음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심적 부담의 시간은 한 치의 에누리도 없이 흘러 어느덧 밤이 되고 영민은 태엽감은 인형처럼 또 2동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러자 모든 현실적인 근심은 자취를 감추고 18방의 끔찍했던 기억만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9시 30분경이 되자 텔레비전은 마지막 방송을 내보내고 웅성거리던 재소자들도 하나둘 잠자리로 들었다. 영민은 이 같은 적막이 무서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호식이 있어야 할 17방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영민은 옆방의 재소자를 불러 이호식이 어디로 갔냐고 물었다.

“이호식이요? 그 자슥 독방에 끌려갔심다.”

“독방에?”

16방 남자는 쉰 목소리로 킥킥거렸다.

“오전에 당직 계장님이 검방을 했다 아입니까. 호식이 그 새끼, 의료과에서 준 약을 안 처먹고 200알이나 도토리 맨치로 모아놨다 제대로 걸렸지요. 하하하……”

그때 ‘팍!’하는 거센 소리가 터졌다. 청소실 벽에 있는 차단기가 내려가는 소리였다. 온 교도소가 어둠에 잠기고 방마다 거친 욕설들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라디오의 볼륨을 낮추는 것처럼 욕설들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영민은 급하게 책상으로 달려가 손전등을 잡았다.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한 줄기 빛이 어둠을 갈랐다.

하지만 그 빛에 드러난 18개의 감방엔 단 한 명의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온통 거미줄과 곰팡이 투성이였고 벽과 벽은 낙서와 그림 그리고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미친 듯 손전등을 휘두르던 영민은 비상벨에도 손을 댔으나 전원이 차단된 벨은 작동되지 않았다. 전화기 역시 목이 졸린 신경처럼 신호음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그 순간, 수화기를 낚아채는 쭈글쭈글한 피부의 손이 있었다.

영민은 감방 바깥으로 나타난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체면이고 뭐고 아랑곳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이번엔 목에 밧줄을 걸고 있지 않았다. 얼굴이 자주색인 것만은 그대로였다. 45도 각도로 기운 턱에 혀가 가슴께까지 튀어나왔다.

오른팔을 앞으로 세운 채 18방의 남자는 천천히 걸어왔다. 영민은 뒤로 물러나다가 책상에 허리를 부딪치고는 균형을 잃고 주저앉았다. 영민의 시선은 온통 남자의 오른팔에 집중되었다. 오래 물속에 잠긴 것처럼 썩어 부풀어 오른 손가락은 서두르지 않고 영민의 눈을 노렸다.

“가…… 가까이 오지 마……”

또는